사람들이 창작이나 연기자, 관객으로서 협력적이면서도 정해지지 않은 방식으로 참여하는 예술의 인지 놀이는 체스, 포커, 십자말풀이, 스도쿠數獨(일본의 숫자 퍼즐: 옮긴이)와 같은 닫힌 게임과는 다르다. 놀이와 예술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다시 말해 테니스, 축구, 주사위놀이처럼 한쪽의 이득이 곧 다른 쪽의 손실인 게 아니다. 이것은 중대한 차이다. 유쾌한 경쟁을 하면서도 상호 협력을 높이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로버트 라이트Robert Wright의 《비제로섬: 인간 운명의 논리Nonzero: The Logic of Human Destiny》라는 책의 제목에 잘 요약되어 있다(“실제로 고도의 비제로섬 게임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이해관계가 전반적으로 중첩된다”). 영화와 같은 집단 예술작품을 만들 때도 참여자들은 부분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하지만 모두가 작품을 제작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 물론 각자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 재즈 밴드의 경우 멤버들이 각자 서로의 연주에 맞춰 즉흥으로 연주하지만, 승리를 추구하거나 관객의 파벌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과 관객을 위해 연주하는 것이다. 예술은 비제로섬일 뿐 아니라 예술의 결과도 수학이나 어휘 문제처럼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다. 협력의 증폭과 개방성이 바로 예술이 가진 큰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