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화석연료 에너지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화석연료 에너지의 매장, 생산, 수출 모든 면에서 이들 중동 국가들의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그에 반해 미국, 러시아, 캐나다, 그리고 중국과 유럽 국가들은 상승하고 있다. 그 중심축이 옮겨가는 양상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전쟁이 한창일 때는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그 대안 모색에 열중했고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연구도 활발했다. 그런데 최근 시리아와 리비아에서 내전이 계속되고 있고 이라크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여전히 긴장 상태인데도 유가는 계속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세계 경기의 정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셰일가스 때문이다. 셰일가스는 해저 진흙이 퇴적해서 굳어진 암석층(이게 바로 셰일이다)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다. 이 셰일가스 때문에 중동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무소불위에 가깝던 OPEC(석유수출기구)의 영향력도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셰일가스가 요즘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에는 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셰일가스는 한곳에 집중되어 대량 매장된 석유와는 달리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데다 얇게 깔려서 채산성이 맞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캐내기도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유가가 급상승하면서 역설적으로 셰일가스 채굴이 경제성을 갖게 되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무렵만 해도 배럴당 20달러대였던 원유 가격은 이후 10년 새 크게 올랐다. 게다가 수평시추기술과 수압파쇄공법이라는 채굴 기술까지 개발되었다. 물론 이런 기술의 개발도 유가 상승과 기존의 화석 연료 고갈 우려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수평시추기술은 수직 시추하는 석유와 달리 셰일층에 수평으로 시추관을 집어넣은 뒤 물과 모래, 화약약품이 혼합된 것을 고압으로 뿜어서 암석을 깨뜨린 뒤 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1998년에는 모래와 화학 첨가물이 섞인 물로 높은 압력을 뿜어 바위를 뚫고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수압파쇄공법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셰일가스 추출에 대한 기술적 대안들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셰일가스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다. 최근에 미국은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금지했던 원유 수출까지 재개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산유량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추월하게 만들어준 셰일가스 혁명 덕분이다. 이미 그 혁명은 시작되었고, 그 파장이 크림반도에까지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세계에서 셰일가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그리고 저장량으로 따지면 중국이 최대다. 그러므로 향후 에너지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셰일가스는 미국의 패권시대를 1세기 가량 더 지속시킬지도 모른다. 미국은 지금까지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산유국들에게 공을 들였고 비용도 상당히 지불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져 세계 에어지 판도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 당연히 미국은 기존의 영향권에 에너지 파워까지 갖추어 절대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최대 매장량을 가진 중국의 영향력도 증가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12차 5개년(2011~2015)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셰일가스 개발계획을 포함시켰다.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에너지 강국으로의 부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기술이 부족해서 어렵겠지만 중국의 과학기술이 그 문제에 집중되고 정부의 투자가 확장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중국은 국내 석유 부존량이 적어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다 무엇보다 중국이 가장 고심하고 있는 지속발전 가능성의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셰일가스 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이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사활을 걸고 상상불허의 속도와 규모로 추진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