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아주 용감한 아이야
이민진, 《파친코》
이민진 ㅣ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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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한국계 1.5세로서 제2의 제인 오스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민진은 1968년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가족 이민으로 뉴욕 퀸즈에 정착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함경남도 원산,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그녀는 일곱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미국식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이민진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화장품회사 영업사원 출신이었는데 많은 이민자들처럼 전쟁의 공포 탓에 1970년대 중반 이민을 결행했다. ‘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던’ 가난한 기억을 가진 이민진은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으로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민진은 기업변호사로 일하며 한인 이민 사회의 성공 모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6세부터 B형간염 보균자였던 그녀는 간이 나빠져 잘나가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글 쓰는 일로 복귀했다.
2004년 단편소설 〈행복의 축Axis of Happiness〉, 〈조국Motherland〉 등을 발표해 작가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2008년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을 발표, 한국을 비롯하여 11개국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전미 편집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미국 픽션 부문 ‘비치상’, 신인작가를 위한 ‘내러티브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민진의 소설적 뿌리는 이민을 토양으로 뻗어나간다.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난 것이 자이니치에 대한 호기심을 직접 탐사할 기회를 제공했다. 남편이 2007년 도쿄의 금융회사에 근무하게 된 덕분에 그녀는 일본에서 4년간 살면서 소설 《파친코》의 뼈대를 세웠다.
이민진은 현재 미국 뉴욕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학교는 많이 힘드니?” 이삭이 물었다.
선자가 노아를 돌아보았다. 선자는 지금껏 노아에게 그런 것을 물어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노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공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노아가 좋아하는 우등생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는데 그들은 노아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심지어는 노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노아는 자기가 조선인이 아닌 보통 사람이었다면 학교에 가는 걸 좋아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아버지나 다른 사람에게 할 수는 없었다. 노아는 평범한 일본인이 절대 될 수 없었으니까.
(…)
이삭이 노아의 손을 잡았다.
“넌 아주 용감한 아이야. 나보다 훨씬 더 용감하지. 너를 한 인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건 아주 용감한 일이야.”
노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손으로 코를 문질러 닦았다.
“얘야, 사랑하는 아들아, 넌 내 축복이야.” 이삭이 아들의 손을 놓아주면서 말했다.
― 이민진, 『파친코 1』, 문학사상2018, 298~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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