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태우는 일은 전쟁 수행에 있어서 비효율적이다. 책과 도서관은 군사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대단한 충격을 주는 행위다. 도서관을 파괴하는 것은 일종의 테러다. 사람들은 도서관을 사회에서 가장 안전하고 개방된 장소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 불을 지르는 행위는 그 어디도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선언이다. 책을 불태울 때는 정서적인 부분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끼친다. 도서관이 불타면 책은 때때로 사람처럼 “부상자” 혹은 “사상자”로 표현된다.
책은 일종의 문화적 DNA, 한 사회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나타내는 부호다. 한 문화의 모든 경이와 실패, 승리자와 악인, 모든 전설과 아이디어와 계시들이 책에 영원히 남는다. 이런 책을 파괴하는 행동은 그 문화와 역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과거와 미래의 연속성이 파열되었다고 말하는 강렬한 방법이다. 책을 뺏는 것은 사회가 공유한 기억을 뺏는 것이다. 꿈꿀 수 있는 능력을 빼앗는 것과 비슷하다. 책을 파괴하는 것은 죽음보다 더 나쁜 무언가를 선고하는 행위다. 그 문화가 아예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 수전 올리언,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글항아리2019, 130~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