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뜨기에서 실을 꼬집어 올리는 것처럼요, 이렇게.”
동생이 손집게를 우아하게 올리며 말했다.
두 사람은 아직도 카페에서 집에 간 친구, 세번째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편소설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한 포인트를 융기시킨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 불쑥 솟은 한순간 아래 모든 문장과 장면이 깔리게 되는 거죠. 좀 비민주적이지 않아요?”
*
그러나 목경은 또한 알고 있었다. 어떤 기억은 통으로 온다. 가슴을 빠개며 기억의 방이 통째로 들어온다. 장의사가 고모의 발에 씌운 삼베 버선 끝에 맺힌 기억도 그랬다.
오래전 어느 날,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은 목욕탕에 갔다. 세 사람이 들어간 탕은 수온이 적당해 사람이 많았다. 어떤 엄마와 아이가 탕에 들어왔다. 처음에 목경은 아이가 버르장머리 없이 자란 아이인 줄 알았다. 아이는 손으로 코를 풀어 탕 속에서 비볐다. 그 짓을 계속했다. 아이의 콧물로 물이 더러워졌다. 아이 엄마는 고개를 외로 꼬고 못 본 체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였다.
사람들이 다른 탕으로 가기 시작했다. 거리낌없이 일어나 엉덩이 주변으로 물을 튀기며 하나둘 열탕으로 옮겨갔다. 목경도 사람들을 따라 일어섰다. 마침내 탕에서 빠져나왔을 때, 목경은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목경은 사람들이 모인 열탕을 지나 그대로 샤워부스로 갔다. 샤워기 옆 거울에 기증 단체명이 적혀 있었다. (증)둥지협동조합. 거울이 수증기에 젖어 흐렸다. 목경이 팔로 거울을 문질렀다. 짧은 순간, 뒤가 비쳤다. 고모와 언니가 보였다. 아이와 아이 엄마도. 그들은 그대로 탕 안에 있었다. 수증기가 밀려왔다. 고모와 언니는 (증)둥지협동조합과 함께 다시 흐려졌다.
― 이미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