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대로 우리 상봉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내가 도착하기 이틀 전에 갈비를 재워놓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냉장고를 채우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총각김치를 몇 주 전에 사놓고서 하루 전에 꺼내놓았다. 좀더 익혀서 내가 도착해서 먹을 때 적당히 알싸한 맛이 나도록.
참기름, 물엿, 탄산소다에 재운 부드러운 갈비가 팬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면서 내뿜는 달큼한 냄새가 부엌에 가득했다. 엄마는 신선한 적상추를 깨끗이 씻어 내가 앉아 있는 거실 유리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연이어 다른 반찬들도 가져다 놓았다. 먹기 좋게 반으로 자른 계란장조림, 파와 참기름으로 무친 아삭한 콩나물, 국물이 넉넉한 된장찌개, 딱 알맞게 익은 총각김치였다.
내게 고향의 맛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식인 갈비를 엄마가 굽는 동안, 나는 열두 살 때부터 키운 골든레트리버 줄리아를 데리고 놀았다.
(…)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좍 펴서 거기에 상추 한 장을 올려놓고 내 식대로 음식을 착착 쌓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갈비 한 조각, 따끈한 밥 한 숟가락, 쌈장 약간, 얇게 저민 생마늘 한 조각을 차례차례로. 그런 다음 그걸 얌전하게 오므려 입에 쏙 집어넣고는 눈을 감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맛을 음미했다. 몇 달 동안 집밥에 굶주린 내 혀와 위는 그제야 깊은 만족감을 되찾았다. 밥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재회였다. 밥솥에서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은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내가 기숙사에서 생존을 위해 먹던 찐득한 즉석밥과는 차원이 달랐다. 엄마는 내 반응을 살피려고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맛있어?” 엄마는 김 봉지를 뜯어 내 밥그릇 옆에 놓았다.
“진짜 맛있어!” 나는 입안에 아직 음식이 반쯤 남은 상태로 연방 쓰러질 듯한 시늉을 하면서 대답했다.
엄마는 내 뒤 소파에 앉아, 내가 걸신이라도 들린 듯이 어귀어귀 먹는 동안 얼굴 쪽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어깨 뒤로 걷어주었다. 내 몸에 닿는 엄마 손길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살짝 끈적끈적한 크림기가 남아 있는 차가운 손을 더는 내가 화들짝 피하기 바쁜 불쾌한 손이 아니라 가만히 기대고 싶은 손이었다. 마치 엄마의 애정에 이끌리는 어떤 중심이 내 안에 새롭게 생겨난 것만 같았다. 내가 그 자기장에서 떠나 있었을 때까지 새롭게 충전된 중심이. 나는 또다시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동안 홀로서기하느라 좌충우돌한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 엄마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그걸 달콤하게 음미하고 싶었다. 스웨터를 세탁기에 돌려 두 치수 작게 쪼그라뜨린 일을, 점심을 먹으러 고급 식당에 갔다가 무료인 줄 알고 시켜 마신 탄산수에 12달러를 쓴 일을 재미나게 들려주고 싶었다. 엄마, 엄마가 옳았어, 라고 순순히 인정하고 투항하고 싶었다.
― 미셸 자우너 지음, 『H마트에서 울다』, 정혜윤 옮김, 문학동네2022, 122~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