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말이 되겠지만, 자유를 즐기려면 당연히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어야겠지요. 한 그루 장미나무에 물을 주느라 집의 절반을 물바다로 만드는 식으로 물색없이 아무렇게나 우리의 힘을 탕진해서는 안 되니까요. 우리의 힘을 바로 그 자리에 정확하고 강력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해요. 아마 이것이 도서관에서 마주하는 첫 번째 어려움일 것입니다. ‘바로 그 자리’가 대체 무엇인가요? 그저 온갖 것들을 중구난방으로 모아놓은 것으로만 보일 수도 있어요. 시와 소설, 역사책과 회고록, 사전과 참고서. 온갖 인종과 온갖 시대의, 온갖 기질의 남녀가 온갖 언어로 쓴 수많은 책이 책장에서 서로 다투고 있죠. 게다가 밖에서는 당나귀 울음소리와 수돗가에서 아낙네들이 수다 떠는 소리, 들판을 뛰어가는 망아지 발굽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이 잡다한 혼돈에 질서를 부여해 우리가 읽는 책에서 정말 폭넓고 깊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소설, 전기, 시, 이런 식으로 책이 분류되어 있으니 각각을 따로 떼어 각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적합한 것을 얻어야 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이 줄 수 있는 것을 책에게 요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모호하고 분열된 마음으로 책을 대하기가 다반사라, 소설이 진실하기를 요구하거나 시가 가짜이기를 요구하고, 전기는 잘 포장해주기를, 역사는 우리의 편견을 오히려 강화시키기를 요구하죠.
책을 읽을 때 이 모든 선입견을 몰아낼 수 있다면 출발로서는 아주 훌륭합니다. 작가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그 자신이 되도록 노력해보세요. 동료나 공모자가 되어보는 거죠. 작가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처음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비판을 하면, 지금 읽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풍부한 가치를 스스로 내치게 됩니다. 가능한 한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복잡다단한 첫 부분부터 감지하기 힘들 만큼 섬세한 기호들과 암시들이 나타나면서 그 누구와도 다른 한 인간의 존재를 인식하게 될 것이고요. 그 과정에 푹 빠져 함께 어울리면 곧 작가가 훨씬 분명한 무언가를 전해주고 있다는, 전해주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겁니다.
― 버지니아 울프,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정소영 엮고 옮김, 온다프레스2021, 40~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