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명이 사는 이 지구에서 한 해 만들어지는 옷은 몇 벌이나 될까요? 놀랍게도 1,000억 벌에 달한다는데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중 약 33%, 다시 말해 330억 벌은 같은 해에 버려진다고 합니다. 이 옷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거친 파도가 부서지는 대서양. 그 연안에 자리 잡은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그런데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부들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파도 사이로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것 때문이죠. 미역처럼 길게 엉킨 건 버려진 옷 뭉치. 파도를 따라 흘러온 옷 뭉치를 건져내는 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리차드 콜리 | 마을 주민
해외에서 온 더러운 옷들입니다. 이 옷들이 고기잡이에 방해가 됩니다. 양이 많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들이 산 적도 입은 적도 없는 옷들, 그 옷들이 엉키고 쌓여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키톨리 | 어부
고기를 잡으러 나가면 여러 종류의 옷들을 보게 됩니다. 속옷, 스웨터, 정장 등 온갖 옷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와요. 해변에도 옷들이 있지만 바닷속 깊은 곳에도 옷이 많습니다. 종종 이런 옷들이 배의 모터에 끼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옷 쓰레기들은 우리에게 큰 골칫거리입니다.
파도가 실어 온 먼 나라의 옷들. 이 옷들은 대체 어떻게 온 걸까요?
어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아프리카 최대의 중고 시장, 칸타만토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도착하는 컨테이너. 꼼꼼히 포장되어 속이 보이지 않는 포대들. 상인들은 포대를 싣고 시장 곳곳으로 흩어집니다. 포대 속에 담겨 있는 건 바로 헌 옷. 칸타만토 시장의 주요 거래 품목입니다. 가나 인구는 3천만 명, 그런데 그 인구의 절반인 천오백만 개의 옷이 매주 이곳으로 들어옵니다.
─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