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말기 한국의 모더니즘적 상상력
자넷 풀, 《미래가 사라져갈 때》
자넷 풀 ㅣ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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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 풀
토론토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한국문학과 문화사를 연구하고 가르친다. 영국 출신으로 컬럼비아대학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에서 한국 근대 모더니즘 소설을 고찰한 「식민지의 내부: 한국 모더니즘 소설Colonial Interiors: Modernist Fiction of Korea」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탈)식민주의와 근대성, 모더니즘 미학, 한국·일본의 근대문학과 사진사, 번역이론 등이며 한국 근대문학 번역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제 말기 한국의 작가 및 철학자의 작품을 글로벌 모더니즘의 자장에서 해석하고 파시즘의 역사적 맥락에서 식민주의를 규명한 『미래가 사라져갈 때When the Future Disappears』(2014)로, 2015년 모더니즘학회 도서상Modernist Studies Association Book Prize을 수상했다. 식민지 시기 한국 작가의 소설 및 수필도 다수 영어로 번역하여 「동방정취」를 비롯한 이태준의 수필을 모은 Eastern Sentiments (2009), 「먼지」 등 단편소설을 엮은 Dust and Other Stories (2018)를 출간했다. 평양에서 활동한 작가 최명익의 단편소설도 번역하여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한으로 간 작가들과 예술가들을 살펴보는 ‘월북과 한국 모더니즘’ 연구를 진행중이다.
자넷 풀 지음ㅣ 문학동네, 2021-07-12
미래의 상실이란 곧장 시간에 대한 이야기에 종말을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물음을 발생시켰다. 미래를 상상할 수 없고 서사화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시간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식민 말기 소설에서 미래는 부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그에 대한 후대의 역사 서술에서 미래는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존재한다. 식민 말기 한국을 다루는 역사가는 다음의 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 부딪힌다. 이후 언급될 다수의 작가들이 식민지 시대의 마지막 단계에 작품을 발표하고 불과 삼사 년 후에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하고 갑자기 식민 지배가 종식된다. 후대의 역사가는 이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식민 말기의 역사를 쓰게 된다. 또 해방 후 한반도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이 경합을 벌였으며 지금도 양자는 휴전 상태에 있다. 육십 년 이상 지속된 냉전 세계의 역사를 관망하면서 또 한편으론 여전히 그 역사 안에 머물러 있는 채로 역사는 쓰인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논의되는 작가들은 삼중의 검열에 처한 셈이다. 그들이 실제로 글쓰기를 하고 있던 시대에 작용했던 식민 당국의 검열, 그들의 협력 행위에 대한 해방 이후 두 국가의 검열, 그들이 분단과 더불어 남북 중 어느 한쪽을 택한 이후에는 반대편 냉전 국가의 검열이 그것이다. 그들이 대면하고 있는 재현의 위기는 자본주의, 식민주의, 냉전이 첨예하게 분기하고 있는 20세기 한국 근대사의 한 부분이다. 그러한 위기는 역사주의의 논리 때문에 더욱 악화될 뿐인데, 역사주의의 논리란 역사를 현재의 전주곡쯤으로 치부하는 도구이며, 식민 말기의 작가와 작품을 읽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끼쳐온 도구인 것이다. (20~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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