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를 할 때는 노래도 들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은혜에게 말을 너무 툭툭 걸었기 때문이었다. 거기 조심해. 그 앞에 뭐 있다. 뒤에 차 온다, 얘…. 그리고 아주 가끔씩 경사진 인도를 내려가는 은혜의 휠체어를 허락도 없이 붙잡아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도와준다’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랬다. 그들은 은혜가 놀라든 말든 상관없이 은혜의 휠체어를 훅 밀었다. 손잡이를 잡는 것뿐인데 은혜는 그럴 때마다 길 가다 팔이 붙잡힌 사람처럼 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사람들은 그걸 선의라고 생각했다. 은혜가 ‘알아요’라고 차갑게 말하거나 대꾸하지 않으면 자신의 선의를 무시한 못된 인간이 된다. 그럼 곧장 인상을 찌푸리거나 대놓고 혀를 차는 경우도 있었다. 웃어야 한다. 사람들이 은혜에게 바라는 건 어떤 불굴의 상황도 웃음으로 이겨내는 긍정의 힘이었다. 은혜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렇지만 은혜는 그렇게 호락호락 그들 삶의 위안과 희망이 되고 싶지 않았다.(177~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