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없이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건만, 단지 그것은 무용지물이어서, 지니고 다니기에만 무거울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생기를 잃어, 마치 범죄나 유죄판결과도 같은 불모의 존재였다. 그 사랑은 이미 미래가 없는 인내에 불과했고 좌절된 기대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런 점에서 볼 때 시민들 중 어떤 사람들의 태도는 시내 곳곳의 식료품 가게 앞에서 줄을 선 그 긴 행렬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끝이 없는, 동시에 환상도 없는 똑같은 체념이었고 똑같은 참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