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 속에 내가 없어.”
그 말은 저희 공동체에 있는 네 살짜리 남자아이한테 빌린 말이에요. 그 아이는 태어난 지 40일일 때 저희 후배네 가족으로 입양되어 왔어요. 후배네 가족의 집으로 처음 왔을 때, 제가 아기를 안고 눈을 보는데 아이의 검은 동공이 초점 없이 허공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아이에게 양부모와 공동체 식구들이 사랑을 주자 눈에 빛이 생기고, 사람들이 담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저희 공동체에는 입양된 아이가 셋이 있는데, 모두 같은 과정을 지나왔어요. 지금 세 아이는 잘 자라고 있어요. 언제나 당당하고 사랑스럽죠. 자신들이 사랑받는 걸 느끼고, 그 사랑을 나눌 줄도 알아요.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을 먼저 도와주는 아이가 그 아이들이거든요.
그 아이의 엄마가 육아 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준비하던 무렵의 일이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을 하니까 엄마가 속상했던 거예요. 다 같이 여행을 갔는데 아이 걱정을 계속하더군요. 어른들끼리 한창 이야기하는 중인데 아이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나 봐요. 떼를 부리다 엄마에게 자기를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엄마가 이야기하느라 안 쳐다보니까 갑자기 엄마 무릎에 앉더니 엄마 뺨을 딱 잡더라고요. 그러면서 “엄마 눈에 내가 없어.” 하고 막 우는 거예요. 엄마가 미안하다며 아이를 안아 주고 달랬죠. 아이가 울음을 그친 뒤 제가 물었어요.
“하준아, 그 말 이모한테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