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는 초인간적·몰합리적 존재의 입장에서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지적 전제주의에서 벗어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21세기에 살고 있다 해도 그러한 전망을 버리지 못하면 여전히 전근대적 세계이며 인간인 것이다. 이러한 벗어남은 르네상스라고 하는 지적·문화적 운동에 그 기원을 갖는다. 이 운동의 학문적·예술적 성취가 신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신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이 고전기 그리스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문주의적(또는 인간주의적) 기획의 산물임을 알고 있다. 초인간적 존재는 세계를 단 하나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인간은 인간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시선으로 세계를 보며, 또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다양성에 대한 이러한 존중이 근대 인문주의 운동의 진정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