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한 출발>
나는 내 말馬을 마구간에서 끌어내 오라고 명했다. 하인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몸소 마구간으로 들어가 말에 안장을 얹고 올라탔다. 먼 데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오기에 나는 하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영문을 몰랐다. 그 소리조차 듣지 못했던 것이다. 대문에서 그가 나를 가로막으며 물었다. ⌜어딜 가시나이까? 주인나리⌟ ⌜모른다⌟ 내가 대답했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나 내처 간다, 그래야만 나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노라⌟ ⌜그렇다면 나리의 목표를 아시고 계시는 거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여기를 떠난다>고 했으렷다. 그것이 나의 목표이니라⌟ ⌜나리께서는 양식도 준비하지 않으셨는데요⌟ 그가 말했다. ⌜나에게는 그 따위 것은 필요없다⌟ 내가 말했다. ⌜여행이 워낙 길 터이니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죽고 말 것이다. 양식을 마련해 가봐야 양식이 이 몸을 구하지는 못하지.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 없이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