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니콜라이는 어떤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았어요.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니콜라이가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니콜라이의 고민을 알아차린 친구들은 니콜라이를 돕고 싶었어요.
“내게 세 가지 질문이 있어.” 니콜라이는 계속해서 말했어요. “그 답을 알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니콜라이의 친구들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왜가리 소냐가 말했어요.
“미리 계획을 세우면 가장 중요한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있어.”
먹이를 찾아 나뭇잎을 뒤지던 원숭이 고골리가 말했어요.
“주위를 잘 살피고 정신을 집중하면 가장 중요한 때를 알 수 있을 거야.”
조금 전까지 졸고 있던 개 푸슈킨이 데구르 굴러 일어나더니 말했어요.
“그렇게 모든 일을 다 신경 쓰며 살 순 없어. 너한테는 가장 중요한 때를 일러 주는 친구가 필요해. 이렇게 말이야. 고골리! 지금 네 머리 위로 코코넛이 떨어지고 있어!”
니콜라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그러더니 두 번째 질문을 던졌어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하늘나라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
소냐가 하늘로 휘이 날아오르면서 말했어요.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사람이야.”
고골리가 머리에 난 혹을 어루만지며 말했어요.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지.”
푸슈킨이 으르렁대며 말했어요.
니콜라이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고는 세 번째 질문을 던졌어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하늘을 나는 거.” 소냐가 말했어요.
“항상 재미있는 거.” 고골리가 낄낄대며 말했어요.
“싸우는 거.” 푸슈킨이 왈왈 짖으며 말했어요.
니콜라이는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했어요. 니콜라이는 친구들을 무척 사랑했어요. 친구들이 최선을 다해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는 것도 알았어요. 하지만 친구들의 대답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어요.
그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맞아! 거북이 레오 할아버지에게 여쭤봐야지. 레오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잖아. 그러니 분명히 답을 알고 계실 거야.’
니콜라이는 늙은 거북이 레오가 외따로 살고 있는 산으로 올라갔어요.
니콜라이가 도착했을 때 레오는 밭을 갈고 있었어요. 레오는 나이가 많아서 밭을 가는 일이 힘에 부쳤어요.
“할아버지, 세 가지 질문이 있어요. 그 답을 알고 싶어요.” 니콜라이가 말했어요.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예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예요? 가장 중요한 일은 뭐예요?”
레오는 귀 기울여 듣더니 그저 빙긋이 웃기만 했어요.
그러고는 다시 밭을 갈기 시작했어요.
“너무 지치신 것 같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대답을 기다리던 니콜라이가 말했어요.
레오는 니콜라이에게 삽을 건네며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늙은 거북이보다야 어린 소년이 밭을 가는 게 훨씬 쉽지요.
니콜라이는 부지런히 일해 어느새 밭고랑을 다 만들었어요.
그런데 일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세찬 바람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뿌렸어요.
레오와 니콜라이는 레오의 집으로 뛰어갔어요.
그때였어요. 니콜라이는 살려 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어요.
니콜라이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 쓰러진 나무에 깔려 다리를 다친 판다를 보았어요.
니콜라이는 조심스레 판다를 안아 레오의 집으로 데려갔어요.
그리고 다리에 대나무로 부목을 대주었어요.
사나운 비바람에 문이며 창문이 온통 들썩였어요.
마침내 판다가 눈을 떴어요.
“여기가 어디예요? 우리 아기는 어디 있나요?”
니콜라이는 또다시 길을 따라 내려갔어요. 폭풍우 소리에 귀가 먹먹했어요.
울부짖는 바람과 쏟아지는 비를 뚫고 니콜라이는 숲 속 깊숙한 곳까지 달려갔어요.
그곳에 아기 판다가 땅바닥에 쓰러진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요.
아기 판다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 겁에 질려 있었지만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어요.
니콜라이는 아기 판다를 레오의 집으로 데려와 따뜻하게 말려 준 다음 어미 판다의 품에 안겨 주었어요.
레오는 그런 니콜라이를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어요.
다음날 아침,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새들이 지저귀었어요. 다시 평온한 세상이 돌아온 거예요. 다리가 다 나은 어미 판다는 비바람 속에서 자기와 아기를 구해 준 니콜라이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그때 소냐와 고골리와 푸슈킨이 다들 무사한지 보려고 찾아왔어요.
니콜라이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니콜라이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어제는 어미 판다와 아기 판다를 구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허전했어요. 아직도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니콜라이는 거북이 레오에게 한 번 더 물었어요.
레오는 니콜라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어요.
“너는 이미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고 있잖니.”
“제가요?” 니콜라이가 되물었어요.
“만일 어제 네가 나를 도와 밭을 갈지 않았다면, 너는 비바람 속에서 판다가 도와 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때는 네가 밭을 갈던 순간이었어. 그리고 그때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도와 밭일을 하는 거였단다.
그러고 나서 네가 다친 판다를 발견했지? 이제 너한테 가장 중요한 때는 어미 판다의 다리를 치료하고 아기 판다를 구하는 순간이었지. 그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어미 판다와 아기 판다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판다들을 치료하고 안전하게 보살펴 주는 일이었어.
기억하렴. 가장 중요한 때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란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야.”
니콜라이야, 바로 이 세 가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란다.
그게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