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장의 마지막을 부조리의 목록(자신에게 간결함의 사치를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부조리한)에서 가장 중요한 예를 소개하며 끝맺으려 한다. 이른바 <자비로운 지식이 거룩한 시장>이라고 불리는 중국 백과사전에 나오는 동물 목록이 그것이다. 보르헤스가 만들고 미셸 푸코가 『사물의 질서』에서 인용한 이 목록에서는 동물들을 아래와 같이 분류한다. (a) 황제에게 속한 동물 (b) 방부 처리된 동물 (c) 훈련된 동물 (d) 젖먹이 돼지 (e) 인어 (f) 전설상의 동물 (g) 길 잃은 개 (h) 이 분류에 포함되는 동물 (i) 미친 듯이 몸을 떠는 동물 (j) 무수히 많은 동물 (k) 가느다란 낙타털 붓으로 그려진 동물 (l) 기타 동물 (m) 방금 꽃병을 깬 동물 (n) 멀리서 보면 파리를 닮은 동물.
일관성 있는 과잉의 목록과 혼돈스러운 열거 두 가지를 생각할 때, 고대의 목록드로가 비교해서 뭔가 다른 일이 벌어졌음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앞에서 보았듯이 호메로스가 목록에 의지했던 이유는 언어와 혀, 입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으며, 형언할 수 없다는 표현 자체는 오랜 세월 동안 목록의 시학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조이스나 보르헤스가 끌어낸 목록을 보면, 그들이 목록을 만든 이유는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과잉에 대한 애정에서, 오만함에서, 단어에 대한 욕심, 그리고 복수複數와 무한無限에 관한 즐거운(그리고 드물게는 강박적인) 과학을 향한 욕심에서 사물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목록은 이제 세계를 개편하는 한 방법이 되면서, 거리가 먼 사물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끌어내기 위해, 그리고 어쨌거나 상식으로 받아들인 것들에 의구심을 던지기 위해 속성들을 축적하라는 태사우로의 권유를 실천하다시피 한다. 이렇게 해서 혼돈의 목록은 형태를 붕괴시키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미래주의, 큐비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신사실주의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추진했던 것이 바로 형태의 붕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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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보르헤스가 그 열거 속에 퍼뜨린 기괴함의 근거는 바로 <그런 집합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 기반이 그 스스로를 파괴한다는 사실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성이 없는 것은 목록에 열거된 사물들의 근접성이 아니라, 그 근접성이 가능하게 되는 현장 자체이다.> 사실상 이 목록은 집합론의 합리적인 기준을 일체 부정하고 있는데, 황제에게 속하면서 꽃병을 깨뜨린 인어들, 전설상의 길 잃은 개들, 젖먹이 돼지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타 동물>을 나머지 원소들의 자리인 맨 끝이 아니라, 목록 자체의 원소들 <사이에> 집어넣은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 목록을 정말로 심상치 않게 만드는 것은 이 목록이 분류되하는 원소들 속에 이미 분류된 것들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여기서 순진한 독자들은 어리둥절해서 당황할 것이다. 집합 논리에 익숙한 독자들은 한때 젊은 러셀에게 이이 제기를 받고서 깜짝 놀랐던 프레게가 느꼈을 그 현기증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한 집합이 자기 자신을 원소로 갖지 않을 때 그 집합이 표준적이라고 가정해 보자. 모든 고양이들의 집합은 고양이가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다. 그 상황을 그림 1과 같이 나타낸다면, 대문자 G(고양이는 이탈리아어로 gatto이다-옮긴이)는 개별적인 모든 g, 즉 존재하는 실제 고양이들, 또는 존재하지 않았던 고양이들이나 앞으로 존재할 고양이들을 죄다 모은 고양이에 대한 개념이다. 그렇지만 그 자신을 원소로 갖는 집합들(이른바 비표준 집합)도 있다. 예를 들어 모든 개념들의 집합은 하나의 개념이며 모든 무한 집합들의 집합은 하나의 무한 집합이다. 그러므로 X가 집합이고, x가 그 원소라면 우리는 이 상황을 그림 2처럼 나타내야 할 것이다.
그림 1 그림 2
G
g, g, g, g, g, g, g x, x, x, X, x, x, x,
모든 표준 집합들의 집합을 생각해 보자. 만약 그 집합이 표준 집합이고 그림 1처럼 나타난다면, 그것은 불완전한 집합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자신을 분류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비표준 집합이고 그림 2처럼 나타난다면, 그것은 비논리적인 집합일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표준 집합 사이에 비표준 집합을 끼워 넣으면서 역시 역설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보르헤스가 한 일은 이 역설을 가지고 장난친 것에 불과하다. 동물 목록은 표준 집합이고 따라서 그것은 그 자신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보르헤스의 목록에서는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 만약 그와는 반대로, 동물 목록이 비표준 집합이라면, 그 목록은 모순일 것이다. 동물들 사이에 동물이 아닌 어떤 것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목록의 시학은 보르헤스의 분류와 함께 이단의 극치에 다다르며, 이미 구성되어 있던 일체의 논리적 질서를 모독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폴리네르의 ⌜아름다운 빨강 머리 여인La jolie rousse⌟에 담긴 기도와 도전을 떠올리게 한다.
질서 그 자체인 신의 입모양대로
만들어진 입을 가진 그대들이여
질서의 극치였던 사람들과
우리를 비교할 때는 너그러워지기를
우리는 어디를 가나 모험을 추구하니
우리는 그대들의 적이 아니라오
우리는 그대들에게 광대하고 이상한 영토를 주고 싶소
자신을 꺽을 자에게 활짝 핀 비밀이 스스로를 내주는 그곳을
아울러 새로운 불과 한 번도 보지 못한 색깔들과
실체의 주입을 요구하는
무게 없는 수많은 허깨비들도 함께
[…]
무한함과 미래의 전선에서 언제나 투쟁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오
우리의 오류와 우리의 죄를 불쌍히 여기시오
[…]
내가 그대들에게 감히 못 한 말이 많다오
그대들이 내게 못하게 한 말이 많다오
나를 불쌍히 여기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