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화와 담론 권력
‘타자화Othering’는 주도적 위치에 있는 집단이 권력을 덜 가진 다른 집단에게 ‘정상적이고 좋은 상태라고 정의되는 자기의 정체성’과 다른 ‘부정적인 속성을 부여하여’ 자기를 그런 집단과 반대되는 존재로 규정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 책에서는 타자로서의 ‘빈민’ 개념을 ‘빈민’이 여타 사회 구성원과는 다른 대우를 받게 만드는 여러 가지 방식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첫 글자 ‘O’를 대문자로 쓴 데에는 그 상징적인 무게가 실려 있다. ‘타자화’, 즉 타자로 만든다는 표현에는 이것이 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비빈민’의 움직임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타자화는 ‘우리’와 ‘그들’, 권력을 더 가진 집단과 덜 가진 집단 사이에 경계선을 긋고 그 선으로부터 사회적 거리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차별과 선 긋기를 병행하는 과정이다. 이 선은 중립적이지 않다. 빈민을 도덕적 타락의 근원, 두려워할 만한 위협, ‘자격 없는’ 경제적 짐 덩어리, 연민의 대상, 이국적인 존재, 나아가 인간 이하의 존재로까지 깎아내리는 부정적인 가치 판단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대체로 타자화 과정에서 ‘빈민’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비난받거나, 질이 떨어져 보인다는 이유로 폄하 당한다.
일상적인 사회적 관계에서부터 복지 공무원 및 전문가와의 상호작용, 나아가 연구, 언론, 법체계, 정책 수립에 이르기까지 이 과정은 각기 다른 수준으로, 각기 다른 공론장을 통해 진행된다. 타자화는 성인 못지않게 어린이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 루스 리스터,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장상미 옮김, 갈라파고스2022, 118~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