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릭 쇼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프릭freak으로 범주화한 역사는 먼 옛날 서구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궁정 광대, 애완 난쟁이, 르네상스 시대 영국의 인간 전시회, 거인과 미노타우로스와 괴물들에 관한 신화는 모두 이 기나긴 역사를 보여주며, 이는 1800년대 중반에서 1900년대 중반 사이 정점을 찍는다. 수 세기 동안 프릭은 커다란 오락거리였고 거대 산업이었다. 프릭 쇼freak show는 미국으로 건너왔고, 사람들은 서커스, 카니발, 그리고 상점 앞에 딸린 공간에서 펼쳐지는 싸구려 구경거리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프릭’, ‘야만인’, ‘괴짜’를 얼빠진 듯 쳐다봤다. 그들은 배우고 즐기고 흥분하고 혐오스러워하기 위해서 왔다. 그들은 정상과 비정상, 우월함과 열등함에 대해 갖고 있던 자신의 생각, 자신의 자아 감각을 확인받고 강화하기 위해 왔다. 그리고 얼빠진 듯 쳐다봤다. 그러나 그들이 쳐다본 건 과연 누구였는가? 나는 여기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돈을 낸 이 소비자들 ― 서커스 용어로 시골뜨기rude ― 이 무엇을 믿든 간에, 그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건 타고난 그대로의 프릭이 아니었다. 오히려 프릭 쇼는 뿌리 깊은 문화적 믿음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와 날조까지 활용하면서 공들여 계산하여 만들어낸 사회적 구성물에 관한 이야기다. 이 구성물의 중심에는 흥행사가 있다. 흥행사는 맞춤 제작, 상연, 정교하게 지어낸 과거사, 마케팅, 안무를 활용하여 특정 사람들을 프릭으로 바꿔버렸다. 그 사람들은 네 개의 집단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백인이든 유색인이든 장애인. 그들은 팔 없는 불가사의, 개구리 남자, 거인, 난쟁이, 핀헤드PinHeads, 낙타 소녀, 보르네오의 야만인이나 그 비슷한 것이 되었다. 둘째, 전세계 식민지에서 미국으로 팔려왔거나, 설득당했거나, 강요당했거나, 납치당한 비장애 유색인. 그들은 식인종과 야만인이 되었다. 셋째, 미국에 살던 비장애 유색인. 그들은 이국적인 미개척지에서 온 원주민이 되었다. 넷째, 수염 난 여성, 뚱뚱한 여성, 비쩍 마른 남성, 문신으로 뒤덮인 사람, 인터섹스intersex 등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 비장애인. 그들은 불가사의하고 소름끼치는 전시품이 되었다. 문화비평가이자 장애이론가 로즈메리 갈런드-톰슨은 때로는 겹쳐지는 이들 집단 간의 차이가 모조리 뒤섞였다고 주장한다.
(중략)
많은 시골뜨기들이 보기에, 특히 백인이나 비장애인 혹은 그 둘 모두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프릭 쇼는 아마도 차이와 타자성이 뒤섞여 들끓는 하나의 커다란 도가니였을 것이다. 동시에 프릭으로 일했던 사람들이 속한 다양한 집단 간 차이는 프릭 쇼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 차이가 무엇이든 간에, 네 집단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그들을 프릭으로 만든 건 자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을 프릭으로 만든 건 바로 프릭 쇼였다. 프릭 쇼는 신중하게 ‘정상’과 타자 사이의 차이를 과장하여 구성했고 그 구분은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하고 구경하는 시골뜨기들에 의해 유지되었다.
― 일라이 클레어, 『망명과 자긍심』, 전혜은·제이 옮김, 현실문화2020, 158~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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