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어쩌다 이렇게 소비재를 낭비하게 된 거지. 어쩌다 여자들이 이토록 섹스를 업신여기게 된 걸까. 섹스 없인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들이, 섹스 없인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들이, 섹스에 등돌리고 섹스의 상징이자 육체의 중심인 나를 버리겠다니. 나는 두 여자가 미웠다. 날 이렇게 만든 너희, 너희 두 여자. 죽을 때까지 함께 살기로 한 여자들. 질 좋은 음식을 요리해 먹고 안전하고 깨끗한 집에서 잘 살아보겠다는 너희 여자들!
― 김멜라, 「저녁놀」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2022, 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