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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유가 치료입니다
이영문(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1960년대 초반 이탈리아 고리찌아 지역의 국립병원장으로 부임한 바살리아는 ‘자유가 치료다’라는 명제를 남겼습니다. 자유와 치료는 절대 병행시키기 어려운 화두이기에 오늘도 많은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신 질환이 심각한 상태에서는 일시적이지만 이성의 마비가 일어나기도 하고, 타인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나라의 정신보건 개혁은 어렵습니다. 현장에서는 치료와 인권의 모순이 드러나게 되고, 이것이 늘 문제입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 편견을 정치적으로 부수고 새롭게 해석한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입니다. 프랑코 바살리아 법으로 불리는 180호Law 180가 바로 개혁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1980년 1월 1일부터 국립정신병원들의 모든 입원실이 문을 닫았습니다.
모든 환자들은 지역사회로 이동해야 하고 정신보건 센터, 사회복귀 시설들에 다니게 됩니다. 의사들은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외래에서 환자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정방문을 통해 그들을 현장에서 바로 치료했지요.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아니 최대한 입원을 억제하고 지역사회에서 그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신과 입원 치료로 인한 인권 억압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 편견은 자유를 억압하고 정신요양원Asylum이나 정신병원에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을 처음부터 주장하면서 정신보건 개혁을 앞장서 개척한 신비로운 인물이 바로 이탈리아의 프랑코 바살리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