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을 길러내는 통합교육>
통합교육이 지향하는 8가지 기본목표
첫째, 우리는 학생들이 각 과목의 지식을 획득하도록 하는 일 외에, 보편적인 창조의 과정을 가르치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교육의 목표는 이해에 있지, 단순한 지식의 습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의 수동적 습득보다는 능동적인 배움과 창조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가 두 번째 장에서 주장한 대로, 문학이나 물리학의 원칙은 직접 글을 써보거나 응용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자연과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실행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능동적 이해는 수동적 지식을 포섭해서 그 위에 스스로를 세우는 것이다. 학생들은 창조적 사고의 결과물, 이를테면 소설, 시, 실험, 이론, 그림, 무용, 노래 등을 분석해야 함은 물론, 그것들을 베끼고 모방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것들을 창조하는 감각적이고 종합지적인 과정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창조과정에 필요한 직관적이고 상상적인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지금껏 말해온 바와 같이 모든 분야에서의 창조적 사고는 논리나 언어가 아닌 형태로 출발한다. 생각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받아들인 시각적, 청각적, 기타 감각적인 자극을 상상력을 동원해서 공감각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누구나 이 통합적인 이미지를 섞고 융합하는 법을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추상화, 유추, 감정이입을 배워야 하고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변형하는 방법도 터득해야 한다. 직관적 앎의 형식을 말이나 수, 조형, 동작, 소리 등의 형식으로 변환시키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지각하고 느낀 것이 자연스럽게 시각적, 문학적, 음악적 표현으로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교양과목 중에서 예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상상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다양한 생각도구들을 연마하는 최선의, 때로는 유일한 연습법이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는 예술과목을 과학과목과 동등한 위치에 놓는 다학문적multidisciplinary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예술과 과학이 대단히 유용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쉽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모든 학생들은 과학이나 인문학, 수학을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철저하게 예술을 공부해야 한다. 이는 대학과 중등교육과정에서 예술이 차지하고 있는 주변적 위치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이란 단순한 자기 표출이나 도박이 아니다. 예술은 의학이나 수학만큼 엄격한 과목이며 그 나름의 지식, 기법, 도구, 기술, 철학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예술에서 활용하는 상상의 도구들은 인문학과 과학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 과목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 전체를 위해서도 예술은 옹호되어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예술이 융성하던 시절에 수학이나 과학, 기술도 꽃을 활짝 피웠다. 미래에도 그것들은 흥망을 같이 할 것이다.
넷째, 우리는 혁신을 위해 공통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교과목을 통합해야 한다. 지식을 파편화시키고 자신의 분야 밖에서는 소통할 수 없는 전문가만 양성하는 교양과목과 과학과목을 가르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식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교육은 그 줄기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 공통의 핵심으로부터 큰 가지, 잔가지, 잎사귀들이 뻗어나오기 때문이다. 사고하기 위한 도구들도 이 핵심에서부터 나오며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공통의 언어를 제공해서 혁신과정에 대한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게 하고, 그들 각자의 창조적 작업들을 연결해준다. 같은 언어, 용어가 과목들 간에 공유될 때 학생들은 다른 과목과 수업들을 연결 지을 수 있다. 만일 그들이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어떤 글을 요약(추상)해본다면, 회화나 드로잉수업에서 추상화작업을 해본다면, 만일 그들이 역사기록이나 생물실험에서 어떤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추상)해낸다면 이 모든 것을 추상화라고 통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과목 간의 경계를 넘는 사고방법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생각을 개념과 표현의 한 형식에서 다른 형식으로 변형시킬 수 있을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과목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말과 생각도구들은 보다 광범위한 상상의 일부가 될 것이다.
다섯째, 한 과목에서 배운 것을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작과정에서 언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난 한 세기 동안의 교육연구를 통해 우리는 학생들이 특정한 문제에 대한 특정한 해법만을 배우는 것보다, 좀더 일반적인 견지에서 유용한 정보나 기술을 배울 때 더 잘 기억하고 응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교사들은 지식을 한 과목에만 고립시키는 ‘예술’, ‘음악’, ‘과학’ 같은 명칭을 무시해야 한다. 대신에 어떻게 하면 한 가지 교육재료를 많은 과목에서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화가이자 과학자로서, 음악가이자 수학자로서, 무용수이자 공학자로서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교육은 어느 한 분야에서 이성을 훈련시켜 창조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한편으로 이를 다른 분야에서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응용할 수 있는 지식과 마찬가지로 생각도구들도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우리는 과목 간의 경계를 성공적으로 허문 사람들의 경험을 창조성의 본보기로 활용해야 한다. 최선의 수업방식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기법과 통찰, 창조과정을 모방하는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통합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로 채워져 있으며 그들이 어떻게 상상하는 기술을 배우고 또 창조작업을 했는지 묘사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든 정신적 창작물 뒤에 육체를 가진 ‘인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들도 창조행위를 할 수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모든 교과목에서 수많은 혁신가들이 혁신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다양한 분야의 개념과 도구들을 융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사실을 학생들이 알게 될 때, 그들은 종합교육을 이해하고 원하게 될 것이다.
일곱째, 정신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과목에서 해당 개념들을 여러 형태로 발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한 가지 상상기술이나 창조기법만으로는 사고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줄 수 없다. 직관적인 접근법은 논리적인 접근법만큼 가치가 있고 분석적, 대수학적 마인드가 기하학적, 시각적, 운동감각적, 감정이입적 마인드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 모든 개념은 저마다의 표현형식을 갖고 있으며 각기 다른 생각도구들을 채용한 여러 개의 등가적 형태로 변형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학생들이 한 가지 개념을 놓고 더 많은 방법으로 생각할수록 더 나은 통찰을 얻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그 통찰을 표현할 방법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고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개척자적인 교육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은 상상력 풍부한 만능인generalist들을 양성하는 데 있다. 그들이 우리를 미지의 미래로 인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발한 생각은 우리를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고 간다. 그런 점에서 보면 창조적인 사람들은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개척자들이 서부변경으로 갈 때 가져갔던 도구와 기술은 그리 전문적이지 않았으며 활용폭이 좁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모두 어떤 용도든 쉽게 변용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이고 다목적적인 것들이었다.
창조적 상상을 하는 개척자들은 융통성이 뛰어난 마음과 만능 생각도구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