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본의 유형을 구분하는 다양한 차원의 기준 중에서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은 ‘연계형bridging’의 포괄적 유형과 ‘결속형bonding’인 배타적 유형의 구분이다.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건 혹은 필요성 때문에 그랬건, 몇몇 형태의 사회자본은 내부 지향적이며 네트워크의 배타적 정체성과 단체의 동질성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결속형 사회자본의 예로는 같은 인종에게만 자선과 구호 사업을 벌이는 단체, 교회에 기반을 둔 여성들의 독서회, 멋진 컨트리클럽 등이 있다. 회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다. 한편 외부 지향적이며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망라하는 사람들이 모인 포괄적 네트워크도 있다. 이런 연계형 사회자본의 예로는 민권운동, 다수의 청년 봉사 단체, 초교파적 종교 단체 등을 들 수 있다.
결속형 사회자본은 개별적 호혜성을 강화하고 내부 연대를 동원하는 데 좋다. 예컨대 인종 집단에서의 촘촘한 네트워크는 그 공동체 구성원들 중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회적 심리적 후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지역의 사업가에게는 창업 자금과 시장 그리고 신뢰할 만한 노동력을 확보해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포괄적인 연계형 네트워크는 회원과 외부 자원의 연계, 그리고 정보확산에 보다 유용한 기능을 수행한다.
경제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비터는 직장 혹은 정치적 후원자를 찾을 때 나와는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막연히 아는 사람과 나를 연계해주는 ‘약한’ 유대가, 사회학적 활동 영역이 나와 매우 비슷한 친척이나 친한 친구들과 나를 연계해주는 ‘강한’ 유대보다 실제로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밝혀주었다. 브릭스가 지적하듯 결속형 사회자본은 ‘당장 무엇을 손에 넣는 데’ 좋은 반면, 연계형 사회자본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아주 중요하다.
또한 연계형 사회자본은 광범한 정체성과 호혜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반면, 결속형 사회자본은 우리의 자아를 한층 더 좁게 만든다. 1829년 고래잡이로 한창 붐비던 매사추세츠 항구 도시 뉴베드포드의 문화 강좌 창립 모임에서 회장 토머스 그린은 이 중요한 통찰력을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서로 배우고 다시 가르침을 받기 위해 ... 사회의 모든 신분, 계급, 지위에 속하는 사람들이 여기 모였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면서 하나로 섞여 있는 동안 서로를 보다 긴밀하게 아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서로에 대해 전혀 몰라서, 아니면 제대로 알지 못해 생긴 많은 편견들을 없앨 것입니다. ... 우리가 서로 나누어져 있는 정당이나 분파 안에서는 많은 면에서 우리가 형제라고 간주하지 않는 사람은 배제하고 자기 형제만을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우리는 서로를 보다 잘 아는 법을 배워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보다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문화 강좌를 떠나) 우리의 집과 난롯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속형 사회자본은 일종의 사회학적 강력접착제 역할을 하고, 연계형 사회자본은 사회학적 윤활유 역할을 한다. 결속형 사회자본은 자기 집단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을 창출함으로써 집단 외부에 대해서는 강한 적대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뉴베드포드의 토머스 그린과 그 이웃들고 알고 있었듯, 바로 이런 이유에서 결속형 사회자본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훨씬 흔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결속형과 연계형 사회자본은 모두 엄청나게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많은 집단들은 어떤 사회적 차원에 따라 구성원들을 결속하는 동시에, 다양한 구성원들을 서로 연계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흑인 교회에는 같은 인종과 종교에 속하는 사람들만 모이지만 그들끼리의 계급 차이는 초월하고 있다. 가톨릭 우애단체 ‘콜럼버스 기사단Knights of Columbus’은 남자 가톨릭교도라는 성별과 가톨릭이라는 종교에 따라 회원을 제한하지만 서로 다른 여러 인종 공동체들 사이의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창립되었다. 인터넷 채팅 그룹은 지역, 성별, 연령, 종교 등을 모두 초월하여 회원을 연계시키지만, 교육과 이데올로기 면에서는 고도로 동질적이다. 결국 결속과 연계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깔끔하게 나눌 수 있는 ‘이것 아니면 저것’의 범주가 아니라, 우리가 다양한 형태의 사회자본을 비교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에 해당하는 차원이다.
- 로버트 퍼트넘, 『나 홀로 볼링』, 정승현 옮김, 페이퍼로드,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