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들 부인은 뚱뚱하고 늙고 못생겼으며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쉰 번째 생일을 맞아 정식으로 서류를 갖추어 ‘부인’이라는 호칭을 자신에게 선물했다. 그녀는 ‘부인’이라는 호칭이 나이 들어가는 여자에게 품위를 더해준다고 생각했고, 또 늘 결혼하고 싶어했다. 늙으면 기억과 상상이 뒤섞인다. 런들 부인의 정신적 경계도 이미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어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그녀는 이따금 따스한 난롯가 의자에 앉아, 평생 가져본 적 없는 남편의 버릇과 행동을 꿈꾸는 듯 공상하다가 차에서 나오는 김에 그의 얼굴이 어른거리면 친근하게 인사했다.
- 앤젤러 카터, 『매직 토이숍』, 이영아 역, 창비, 2010, 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