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감정과 겨룬
지적 싸움의 결과다
우리는 두 번째 지혜발달 요소로 자신의 감정을 세심하고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정서적 민감성과, 더불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감정을 다루는 감정 조절 능력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늘 주의 깊게 살피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바라는 대로 자기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물론 절대적이지는 않다. 미리 알 수 없거나 알아도 피할 수 없는, 유쾌하지 못한 일들일 우리 곁에는 아주 많다. 또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 목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어떤 불행 속에 있든 삶에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들도 반드시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가족 중 누군가가 많이 아프거나, 아이에게 사춘기가 닥쳐 자주 신경질을 낸다거나, 직장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자기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때에 도움이 되는 일은 감정 조절밖에 없다. 자신의 감정을 가능한 한 억누르지 말고, 적어도 이를 알아차리고 인정해보라. 설령 감정에 따라 행동할 수 없더라도 말이다.
지혜는 특히 감정과의 지적 싸움을 통해 발달한다. 힘든 일을 겪는 동안 혹은 이후에 그 시간을 되짚어보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써보는 행위는 대단히 유익하다. 이렇게 하는 동안 자신에 대해서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데, 자신과 타인의 욕구와 한계, 관계에서의 타협점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들이 명확해진다. 그리고 이런 개념적 깨달음이 다시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인간 정신의 특이점이다. 자신이 늘 주변의 특정 신호에 다소 과하게 반응한다는 걸 안다면(더불어 그 이유까지 안다면) 이 깨달음만으로도 감정을 억누르거나 밀어내지 않은 채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씨름한 결과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고 자신의 경계를 지켜나가면서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점점 더 잘 알게 된다. 이렇게 발달한 감정 조절 능력은 새로운 깨달음을 또다시 얻는 데 도움이 된다.
─ 유디트 글뤼크, 『지혜를 읽는 시간』, 이은미 옮김, 책세상, 2017, 156~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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