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소중하다
아무리 이상적인 제도를 갖추고 참신한 방법을 도입해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은데 로슈 덴마크에서 이런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멋지게 통한 비결은 무엇일까? 베스테르고르는 그 답을 덴마크의 문화에서 찾았다.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로슈 덴마크Roche Denmark는 2012년에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되었다. 인사 담당 간부 리나 베스테르고르Linda Vestergaard는 그 비결을 건강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에는 ‘사람은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는 의식이 문화적으로 자리 잡혀 있습니다. 회사의 사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무조건 존경의 대상도 아닙니다. 일반 사원보다 결정권이 더 있으니 조금 다른 사람일 뿐이죠.”
덴마크 사회에 탄탄하게 자리 잡은 평등의식이 있기 때문에 기업 안에서 격식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는 덴마크의 여러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와 비슷했다. 학교 교실에서 ‘함께’를 중요하게 여기듯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왕따 없는 교실과 왕따 없는 회사는 연결되어 있었다.
결혼해 두 자녀를 둔 베스테르고르는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의 고위 간부이자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주위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살 법도 한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가정에서 아이들 키우고 싶으면 육아에 전념하고…… 다들 자기 선택입니다. 회사 간부라고 특별할 건 없어요. 덴마크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가 좋아서 그 길을 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조건을 특별히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질문을 5년 차 엑스트란올센에게 해봤더니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약사도 중요한 직업이지만 목수나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홍보 담당 안야 기엘스트루프 켸르Anja Gjelstrup Kjær는 이렇게 덧붙였다.
“덴마크는 불평등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은 무료지만 사립학교는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부모가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으면 학비를 정부에서 대줍니다.”
‘불평등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자들인 이 회사의 간부와 직원 들은 월급의 50퍼센트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데도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그 세금으로 덴마크가 행복사회로 자리 잡은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엑스트란올센이 말했다.
“우리가 세금을 내기 때문에 덴마크는 걱정 없는 사회가 된 겁니다. 나뿐 아니라 내 친구들이, 그리고 내가 모르는 우리의 이웃들이 평생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고 진료받으며 건강을 돌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로슈 덴마크Roche Denmark는 2012년에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되었다. 인사 담당 간부 리나 베스테르고르Linda Vestergaard는 그 비결을 건강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설명했다.
─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마이북, 2014, 48~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