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하니 젖을 먹일 여종 학덕이가 태어난 지 석 달 된 자기 아이를 버려두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고 하더구나. 이는 그녀 아이를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근사록近思錄』에서는 이러한 일을 두고 말하기를,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의 자식을 살리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하다”고 하였다. 지금 네가 하는 일이 이와 같으니, 어쩌면 좋으냐. 서울 집에도 반드시 젖을 먹일 여종이 있을 것이니, 대여섯 달 동안 함께 키우게 하다가 8~9월이 되기를 기다려 올려보낸다면, 이 여종의 아이도 죽을 먹여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두 아이 모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니, 매우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만약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꼭 지금 서울로 올려보내야 한다면, 차라리 자기 아이를 데리고 올라가서 두 아이를 함께 키우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자기 아이를 버려두고 가게 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차마 못 할 노릇이니, 너무 잘못된 일이다. 비 때문에 너를 만나 의논할 수 없어서 미리 알리는 것이니, 재고하도록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