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맨더빌 《꿀벌의 우화》해제
최윤재 <맨더빌의 삶과 생각>
돈을 더 벌면 일을 더 하느냐 덜 하느냐 하는 문제는, 경제 용어를 쓰자면, 노동공급 곡선이 뒤로 꺽이는 이른바 ‘후방굴절효과’가 어디에서 나오느냐에 대한 논쟁일 텐데, 맨더빌은 저임금 수준을 조금 지나면서 곧바로 나타난다고 한 셈이고, 스미스는 부자 수준에 이르러 나타난다고 한 셈이다. 어느 경제 이론을 보더라도 이 효과는 만약 있다면 높은 소득 수준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와 정반대되는 황당한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 고소득충에게 세금을 매기면 근로의욕을 꺽으니 세금을 낮춰야 하고, 저소득충에게 복지 혜택을 주거나 임금을 올리면 근로의욕이 떨어지니 복지를 줄이고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동시에 주장하는 식이다. 복지를 줄이고 부자 감세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바라자는 것은, 갤브레이스의 말을 빌리자면, 부유층은 소득이 적어 일을 하지 않고 빈곤층은 소득이 많아 일을 하지 않으므로 빈곤층에서 빼앗아 부유층에 주자는 해괴한 논리다.Galbraith, 2004 전자가 맞는다면 고임금이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높일 확률은 더욱 커지고, 후자가 맞는다면 고소득층 중과세가 근로의욕을 높일 확률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