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보고 있던 방송이 게임방송이라는 걸 알아챈 아빠는 몹시 화를 내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고 하네요. “이제는 게임을 하다 하다 TV중계까지 보냐?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냐?” 이런 내용으로 야단을 맞은 겁니다. 학생은 “죄송합니다.” 하고 컴퓨터를 껐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태연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켜시더니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보시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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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랜 세월을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한 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신입사원들은 대리에게 배워야 하고, 대리는 과장에게, 과장은 부장에게, 부장은 이사에게, 이사는 사장에게 배워야 하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소비자의 상식이 바뀐 겁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해졌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해졌습니다. 신입 사원의 아이디어에 조직의 경험을 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의 시스템이 달라져야 합니다. 사장님이 솔선수범해 조직의 DNA를 바꿔야 합니다. 신입 사원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대리가 받아들이면 ‘그래, 이게 사장님이 찾던 거야!’가 될 수 있게 말이죠.
요즘 회사에서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합니다. 20대 직원의 태도가 너무 어이없다고 불만이 터지는가 하면 40대 부장님이 단체 카톡방에 올린 글이 꼰대스럽다며 블라인드앱(회사원들끼리 서로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는 전 세계 최고의 뒷담화앱)에 올라옵니다. 사장이 갑질을 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고, 과거에는 관행이라고 여겨지던 회식문화가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던 발언들이 성추행, 언어폭력이라며 사회적 문제가 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과거의 사회적 기준과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기준이 큰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소통의 체계를 구축하고 온라인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혁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내부부터 문명의 기준이 달라지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