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
작가를 발견해야 되고, 그것을 멋지게 그림책으로 형상화시켜야 되고... 좋은 그림책에 대한 열망이 많이 느껴지는 발표를 들었습니다.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발제를 하신 거에요. 거의 읽으셨습니다. 원래는 이런 세미나가 학술 세미나가 아니기 때문에 좀 입담을 걸죽하게 하시면서 여유있게 말씀하시는 게 좋은데 제가 시간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너무 급했네요. 모시기 어려운 세 분 모셨는데요, 들으시면서 궁금한 것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개 질문 하라고 하면 안 하시는데, 손 번쩍 들어주시면 마이크를 대령하겠습니다. 들으시면서 궁금하신 거 없으세요? 네, 여러분 알고 계시지만요, 말씀하실 때 소속하고 성함 말씀해주시고 질문을 짧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동선
아무도 안 할 것 같아서 제가 일어섰습니다. (웃음) 대전에서 북스타트코리아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계룡문고’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새로운 말씀, 공부 많이 했고요, 제가 보림출판사랑 문승연 작가님 책들을 무지무지 사랑합니다.
김상욱
왜 저는... (웃음) 저는 사소한 불의는 못 참는 편입니다.
이동선
제가 김상욱 교수님은 도저히 제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웃음) 글쎄요, 여기 주제와 잘 맞는지 모르겠는데요, 요즘 제가 아이들 쪽으로 한참 줄기차게 그림책 읽어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전 세대에 걸쳐서 다 하고 있어요. 근데 특히 다 아시고 각지에서 다 하시겠지만 노인들에 대한 그림책 읽기가 너무너무 비전이 크다는 것을 최근 들어 노인대학에 가서 책 읽어주기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노인들하고 1시간 정도씩 여러 번에 걸쳐서 만나봤거든요. 근데 지금 보림출판사에서도 그림책에 대해 시장이나 미래가 상당히 불안하다 하시고, 작가 선생님도 되게 힘들어하시는데... 그림책의 영역은 이미 모든 세대에 걸쳐 있어서 보편적으로 다 읽어주고 읽혀야 되는 쪽으로 가야 된다는 거하고, 그 다음에 특히 노인정이나 노인대학 같은 노인쪽 세계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 앞으로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독서운동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그거에 아울러 노인들이 텔레비전을 보면 컴퓨터 게임처럼 빨리 치매가 온다고 그래요. 그런데 그림책을 보면 치매 예방도 되니까 노인들이 집에서 텔레비전보다 그림책으로 갈 수 있는 전략을 북스타트나 도서관이나 모든 출판, 서점, 학교, 이런 데서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좀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을 가지십시오! 열심히 또 하겠습니다!
백원근
북스타트 얘기하는 자리에서... (웃음) 실버북스타트 얘기 아니시죠? 책 읽어주기를 열심히 하고 계시고, 그런 것이 세대를 초월해서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의견을 주셔도 좋습니다. 아니면 말씀하셨던 내용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은 말씀하셔도 좋구요, 질문도 좋습니다.
이을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박수) 아마 저희 출판사 이름을 못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설립된 게 2009년이고, 책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게 2010년도 부터이기 때문에 그림책도 지금 12종 밖에 없고요. 근데 저희 출판사가 책을 내면서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한 게 있습니다. 뭐냐 하면, 저희 출판사는 유명작가가 아니라 국내의 신인작가를 발굴해서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일단 출간을 하고, 그 콘텐츠를 전세계로 수출하는 판권 비즈니스를 하려고 사업도 준비를 했습니다. 실제로 『북극곰 코다』라는 그림책 1권을 들고,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가서 엠마누엘레 베르토시라는 이탈리아 작가를 발굴해서 계약하고 출간을 했습니다. 문제는 국내의 많은 출판 지원 사업이 순수 국내 창작물은 한국 작가가 쓰고 그린 것에 국한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채택이 안 되는 문제들이 있었고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수입한 책 중에 마르타 알페스의 『안 돼』라는 책은 스페인 작가지만 영국 출판사에서 출간을 했고요, 그 책은 20여국 이상으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저희는 물론 외국작가뿐만 아니라 국내의 신인작가들도 발굴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스타트 사업이든 우수교양도서 사업이든 많은 사업들이 국내작가라는 한정을 두고 지원하는데요. 더 우수한 콘텐츠를 국내 독자들이 향유하고 국내 출판사들이 더 많은 신인작가를 발굴해서 대외에 알리는 것이 국익을 위해서든 독자를 위해서든 콘텐츠 환경을 위해서든 더 열린 시각이 아닌가 하는 게 제 개인과 출판사의 생각입니다. 그 점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김상욱
저는 뭐 열린 자세나 태도들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굳이 저까지 덩달아 열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열린 분들이 다 알아서 하시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저는 뭐 예전에 더러 말씀드렸습니다만, ‘펭귄 푸트남’이라는 미국 회사를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 편집자가 만나자고 해서... 맨해튼에 있는 36층 빌딩인데, 35층 정도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봤더니 이것보다 더 큰 공간이더라구요. 제가 아는 출판사는 대여섯 명의 편집자와 아주 꾀죄죄한 사장님이 (웃음) 함께 책을 만드는 데였는데 거기는 이거보다 더 큰 건물 전체가 부스가 막 나눠져 있고... 만나는 사람은 35층이 아니라 36층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또다시 계단으로 찾아가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가 엘리베이터로 다시 올라와서... 그날 제가 느낀 건 ‘한국에서 비평가로 살아가는 나는 도대체 뭐였는지, 또는 이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말단 영업사원으로서의 역할들을 충실히 해낸 건 아닌지...’ 돈 한 푼 안 받으면서 말이에요. 이런 생각에 상당히 자조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논의에서는 우리나라 그림책의 구체적 작품은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비판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장이기 때문에 이 그림책이 문제라고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구석이 없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외국의 그림책 작가들의 면면들을 밝히긴 했습니다만... 역시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작가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길러내는 거지, 외국 작가들과 함께 전세계의 세계화된 어린이를 길러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꿈이 더 넓어져야 하지만 지금 이 북스타트의 단계에서랄까, 아니면 지금 이제 막 아이들을 키워나갈, 아니면 서양 130년의 역사에 비할 때 고작 20년밖에 안 되는 우리 그림책을 위해서라도, 적어도 그림책에 대해서만큼은 영화에서 스크린쿼터와 같은 그런 것들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구매를 하고, 또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의무상영일자가 우리 영화를 이렇게 진전시켜 온 것처럼, 이제 막 20살밖에 안 된 우리 그림책, 우리 인문학, 우리 아동문학을, 그런 우리 것들을 위해서 열린 마음보다는 보호무역주의로 가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씀드립니다. (웃음, 박수)
백원근
예, 아주 단호한 말씀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분한테만 의견 내지는 말씀 청해 듣겠습니다.
시민
예, 저는 김상욱 선생님한테 여쭤봐야겠는데요, 『우리 가족입니다』와 같은 1인칭의 대화체를 사용함으로써 그림으로서는 담아낼 수 없는 정보화된 글을 감당하거나 한다’ 이렇게 표현을 하셨거든요, 근데 저도 이걸 읽어봤는데 『우리 가족입니다』 이거는 굉장히 따뜻하고, 뭐랄까 1인칭이지만 굉장히 정보화된 글을 감당했다고는 생각을 안 했거든요. 이 의견을 한번 들어보고 싶고요. 그 다음에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 같은 경우는 어린이가 없는 그림책이라고 그러셨거든요. 그런데 꼭 어린이가 있어야 되는가 라는 생각하고요, 그 힘센 수탉이라는 색감 같은 게 우리 전통 오방색을 사용해서 저는 굉장히 좋게 봤거든요. 아이들한테도 이런 다양한 그림책을 읽혀줘야지 꼭 어린이가 없다고 해서 안 좋은 건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말씀 듣고 싶습니다.
김상욱
그래서 제가 우리나라 그림책을 인용하는 거 아니라고... (웃음) 그렇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제가 말씀드린 것이 글의 역할과 그림의 역할이 있는데 주로 우리 그림책 작가들이 가장 손쉽게 생각하는 글을 그려나가는 방식이 그림으로 표현이 안 되는 것들을 주로 글이 담당하고 글로 표현되지 못하는 부분들을 그림이 담당합니다. 그림으로 표현되지 못하는 가장 전형적인 글이 바로 ‘말’이거든요, ‘말’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가 없으니까... 말, 그다음에 머리 속에 ‘관념’, ‘생각’, ‘움직임’ 이런 것들은 말이 표현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여기에서는 그림이 표현하지 못하는 정보를 글이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지, 정보적인 체계의 정보라는 것과는 좀 다른 맥락에서 사용된 겁니다. 그다음에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의 경우는 물론 그림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충분하지요. 근데 여기의 주인공은 정말 어린이라기보다는 저 같은 이제 막 쉰에서 육십, 이렇게 넘어가고 있는... 저 너무 절실했어요. (웃음) 저 어두컴컴한 저녁 무렵에 어깨를 움츠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 수탉의 면모야말로 나의 자화상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림의 그 아름다움들이 우리 어린이들이 나타나서 그랬으면 훨씬 더 감동적인, 더 빛나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문승연
저도 한마디 해도 될까요?
김상욱
안 됩니다. (웃음)
문승연
나중에 싸우고 (웃음) 저도 한마디 하자면 그림책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일종의 어떤 지적이죠. 근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되게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것도 그림책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무슨 비평을 할 수가 없어요. (웃음) 사실 어느 책은 이 소리, 저 소리, 이상한 소리도 많이 하잖아요? 아무리 높이 평가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비평도 상당히 많다고요. 그런데 그런 반대되는 견해를 교육적으로 평가 한다는 거죠. 독자들이... 그래서 우리가 너무 조심스러운 거에요. 기껏 겨우 좀 팔리는 것 같은데 거기다 대고 나쁜 소리 하죠, 그러면 이거 나쁜 책인가요? 이렇게 물어보시니까... 좋게좋게 얘기를 해야 되는지... 그러니까 우리가 비평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비평지가 없어서 그래요. 비평할 데도 없는데 어떻게 비평을 하겠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너무 그렇게 들으시는 것도 일종의 굉장한 계몽주의적인 태도에요.
그리고 우리도요, 우리가 아직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의견이 자꾸 바뀌어요. 옛날에 내가 했던 이야기를 번복해요. 저는 사실 많이 그랬거든요. 실제로 많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눈치 못 채지만, 제가 해왔던 가설을 10년 뒤에 혼자 바꾸는 거죠. 그런 식으로 사실은 문학계에서도 비평의 흐름이 바뀌듯이 우리도 많이 생각들을 바꿔나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부분이 되게 적기 때문에 너무 눈에 띄고... 그래서 책을 만드는 사람이든, 고르는 사람이든 그런 것에 지나친 무게를 두는 것도 안 좋은 것 같아요.
백원근
그런 말씀을 계속 듣고 싶습니다. 더 하고 싶고, 저 개인적으로 질문이 많이 있는데요, 시간 관계상 안 될 거 같고, 대표님 한 말씀? 네. 지금 저희가 이제 1부 세미나 정리를 해야될 생각입니다. 2부에는 북스타트 10년의 의미와 가까이 다가서는 주제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오늘 귀한 말씀 전해주신 권종택 대표님, 문승연 작가님, 그리고 김상욱 교수님께 뜨거운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