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판을 움직이는 바람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운동의 바람이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기 이전만 해도 아동문학판에는 자본의 바람이 그리 강하게 불지는 않았다. 그래서 작가들이 소박하게 모여서 창작을 하고, 생산, 유통하는 것까지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자본의 바람이 불면서, 아동문학판에도 자본이 축적되는 시기를 맞이하였다.
자본의 바람이 불고, 자본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많은 출판사, 작가, 다양한 작품이 생산되는 순기능이 있었다. 기적의 도서관도 이러한 순기능이 작동하는 흐름 속에서 탄생한 실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디든 하나의 기운이 지나치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존재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역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역기능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기라 할 수 있겠다.
김상욱 선생의 발제문을 보면 기적의 도서관이 갖고 있는 그간의 순기능에 대해서 잘 정리를 해 주셨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저런 아동문학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아동문학판은 황금기를 지났다는 말들을 한다. 바야흐로 위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승할 때도 있고, 쇠할 때도 있기 때문에, 위기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내부의 토론이 가능하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우리 아동문학판에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지나온 시기를 좀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새로 맞이하는 위기의 시대를 기회로 만드는 실험정신,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단 아동문학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자본이 축적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 내가 서 있었던 자리에 대한 반성을 좀 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나에게 먼저 풍자의 화살을 날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자본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은 늘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아동문학을 둘러싼 출판문화 생태계의 복원은 자본의 권력을 쥐고 있거나, 또는 그 유지를 위해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내부에서 스스로 변화가 생겨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변화는 역시 중심에서 주변으로, 자본의 권력을 독점하려는 자리에서, 자본을 나누려고 주변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에게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나는 기적의 도서관 운영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 토론글을 쓰기 위해 주변에 도서관 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들어 보았다. 기적의 도서관이 그간 10여 년간 운영되어 오면서 긍정적인 면과 앞으로 더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해 보았는데, 대체로 긍정적인 면은 김상욱 선생의 발제문에 거의 들어 있었다. 그런데 부정적인 점, 개선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지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민과 관이 서로 헙력해서 운영을 하고, 운영의 주체가 민간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상당히 반영되는 점이 있었는데, 날이 갈수록 관 주도로 운영을 하다 보니, 기존의 공공도서관과 기적의 도서관이 갖는 차별점이 명확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공공도서관의 숫자를 늘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면, (물론 이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운영 면에서 독특한 차별점이나, 앞으로 새롭게 해 나갈 실험 정신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 기적의 도서관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새롭게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금 아동문학판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상상력이 필요한 때라 한다면 쓴소리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자본의 바람도 중요한데, 자본의 바람 또한 운동의 바람하고 짝을 이루며 공존하지 못할 때는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에 사로잡혀 결국 스스로 자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 유통과정에서 보여주는 얼마 전 KBS 독서왕 제도 같은 시도는 앞으로도 더 나오면 더 나왔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기적의 도서관이 지금 새로운 아동문학의 위기의 시대를 맞이해서 능동적으로 해 볼 수 있는 실험이나 기획이 있지 않을까.
국가(공공기관)가 갖고 있는 자본의 권력을 편협한 진영논리에 갇히지 말고, 좀 더 열린 자리에서 아이들의 삶을 문학 예술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도서관의 활동이 기대되는데,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는가? 일반 공공기관과는 다른 기적의 도서관만이 해내고 실험해 볼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이 점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