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도서관 이후
기적의도서관 탄생 후 10년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당연히 정기용 선생을 떠올리지만 이제 그는 없다. 그가 생전에 작업하였던 많은 건축들이 20세기를 지나 21세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건축가로서 건축이 기술과 예술의 총합체였던 시대를 떠나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탐구를 통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문화의 한 축으로서 사회와의 소통하고 나아가 역사정신, 시대정신에 대해서도 깨어있는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한 것이었다. 그 지난한 과정에서 공공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긴 것이 기적의도서관과 무주에서의 공공시설 건축 각각 10년여의 작업이다. 건축가에게 공공건축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개인이 주문하는 건축과는 달리 건축가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 노력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건축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결과를 보여 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체 좋은 기회가 아니면 공정성, 투명성, 형평성을 강조하는 공공건축의 특수성으로 인해 쉽게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온·오프라인으로 입찰을 하거나 현상설계의 공모 등을 통해 일을 수주할 수도 있으니 길이 아주 막힌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설계회사(설계사무소)의 사정이나 입찰 등 절차의 획일성 등으로 좋은 기회로 연결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정기용 선생이 기적의도서관 일을 하게 된 것은 아주 특별한 인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주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방자치단체장(군수)과의 인연이었다. 공정성, 형평성을 가진 방법으로 선택된 건축가들이 모두 좋은 건축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리더의 우직한 믿음에 의해 연속적으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기적의도서관 설계는 선생의 말씀대로 여러 종류의 복합적인 만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른바 ‘창조적 만남’에 따른 것이다. 첫 번째 <책사회>와 도정일 선생님과의 만남, 시대의 큰 인문학자와 건축가들의 만남이 출발이었다. 둘째는 매스미디어와의 만남이다. MBC라는 방송매체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김영희 PD와의 만남이 있었기에 짧은 기간에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일들이 실현되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와의 만남, 항상 ‘을’의 입장에 선 건축관계자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행정가(공무원)들과의 만남이 도서관 유치를 계기로 대등하고 협력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맹렬 아줌마들과의 만남을 얘기한다. 건축가가 설계하는 데 참고할 만한 아무런 경험이나 사례의 자료가 없는 경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전까지 있어 왔던 국내외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조사하고, 이미 다양한 형태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해온 사람들의 체험을 소상하게 듣는 것이다. 이때에 아이들에 대한 공부도 같이 하게 되고 아이들을 건축물의 사용자 입장에서 더욱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만남들 가운데 <책사회>를 중심으로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어린이전문도서관’을 위한 다양한 생각들과 이상적인 어린이 도서관의 상을 종합하여 구상해 내게 된 것이다. 그 과정은 정기용 선생님이 지은 책 ‘기적의도서관(정기용의 어린이도서관)’(2010년/지은이 정기용/현실문화 펴냄)에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정기용 선생님은 기적의도서관이 세워진지 6년여가 흐른 시점에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주변의 땅값, 집값에도 영향을 주었을 정도로 의미있는 사건이었으므로 ‘적어도 정상적인 사회라면 기적의도서관 탄생 전후의 과정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도 나오고 무엇이 사회적 쟁점이며, 그것이 어떻게 발전하는 것이 이사회를 위해 타당한 것인지 깊이 들여다 볼 논문이 나올 만도 한데 어디서도 기적의도서관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본 적이 없어 스스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논의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협치의 건축
책의 내용 중에 ‘새로운 시작 : 협치의 건축’을 이야기한 부분에 ‘과정과 현실’이라는 문단이 있다.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여러 문제들 앞에 제일 먼저 놓고 논의해 보아야 하는 내용이다. 기적의도서관을 건립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특별한 상황에서 쓰여진 중요한 역사였다. 건축하는 과정에서 기획자,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사용자, 운영자 등 관계자들 모두가 하나로 뭉쳐 건축하는 준비과정과 단계마다 필요로 하는 원칙을 수립하고 올바른 절차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기적의도서관’은 특수한 기간에 특수한 조건으로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였기에 정말로 기적이라고 부를만한 일이 되었던 것이다. <책사회>와 MBC ‘느낌표’의 <책을 읽읍시다> 프로그램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전용 어린이 도서관 건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요구가 있었는지를 공론화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도서관 건립을 위한 설계, 감리비와 공사비가 모금되고 수많은 기관과 개인들로부터 기부를 이끌어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특수한 상황에 그런 방법으로 계속 공공 공간문화를 만들어가려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며 지속될 수도 없다. 정기용 선생님은 이런 건축의 생산방식에서 합리적이면서 보다 수준높은 결과를 담보할 방법을 찾아내길 바랬으나 도서관 행정조직이나 정부의 관련부서 어느 부문에서도 아직 제도나 기준, 바른 절차들이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기존의 방식에 더해 기적의도서관으로 인한 시민들의 요구가 더해져 이후 수많은 어린이도서관이 생겨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 되었다.
건축 과정 집어보기
모든 건축사업의 관리에서 기획자, 건축주, 발주자, 설계자(건축가), 감리자, 시공자, 운영자, 모든 종류의 사용자와 건축인허가 관련 행정기관의 긴밀한 상호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건축사업 진행의 현실을 보면 이와는 반대로 대부분의 과정이 서로 대립하고 견제하고 감시하는 형태로 건축 관련절차가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건축과 관련한 국가의 정책기관이 설치되고 건축물을 자본논리에서 떼어내 문화로서의 가치로 평가하려는 정책개발 등 여러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전문도서관의 건축과정에도 상호협력 환경을 조성하고 건축물의 완성도 향상과 공사예산 절감을 위해서 검증되고 가치있는 제도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설계품질관리시스템PDAT : Participation Design Adjustment Tool과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시스템은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공공건축의 조성방식에서 벗어나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전문가 및 사용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사항 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계획 목표를 설정하고, 건축물의 각 조성단계별로 이러한 목표가 잘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 검토하는 방법으로 합의를 도출한다.
또한, 설계자의 선정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건이므로 설계자 선정방법을 개선한다.
예를 들면, 최근 서울시의 공공건축물 공모방식의 변경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 가격입찰중단 → 디자인공모
- 자격심사 → 아이디어/미래비전 평가
- 실력 있는 건축가 참여보장 → 제출물 간소화(아이디어 표현 스케치/간단한 모형과 기본도면/쉬운 범용프로그램으로 작성가능한 제출물 제안)
- 발주 전 기관 주도 기획 →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 사용자, 공무원 등 참여 협력유도
위의 방법들 이외에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건축설계와 관련한 진일보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기대가 크고 향후 관련 건축정책시행에 대응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정부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미약한 건축설계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이를 위해 공공건축 설계 발주 시스템과 계약 체계를 개선하고, 건축 설계 환경 개선과 인재 양성, 해외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기적의도서관의 공간구성
어느 날 기적의도서관을 방문하게 되면 마주치는 공간의 구석구석이 다 편안하게 느껴진다. 최초의 기적의도서관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놀라던 모습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순천 기적의도서관만이 아니라 다른 기적의도서관을 둘러 본 느낌이다. 이제는 이런 공간의 설계가 거의 전형화했다고 생각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북카페나 조그만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서 손 씻는 공간(세면대)를 만난다. 길게 이어지는 동선(이 동선 상에서 전시가 이루어지거나 휴게공간이나 다른 이벤트 공간이 마련된다.)을 따라 들어가서 안내카운터가 나타난다. 짧지만 한 호흡을 더 가져가는 동선을 배치한 이유는 바깥에서 도서관내부 열람실로 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꾸어 들어오라는 배려다. 일종의 완충공간이다. 바닥은 전관이 맨처음 온돌바닥으로 시공되어 이제는 기본시스템이 되었다. 이러한 설계개념이 도입된 것은 아이들과 함께한 아줌마들과 많은 ‘이미 있어 온 것’에 대한 공부를 통하여 아이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려 노력한 결과였다. 정기용 선생님은 우리가 잘 알아채지 못하는 능력이 있는데 바로 사물보다는 사건을 직접 체험해 직관적으로 상황을 객관화하는 능력이다. 아이들이 무심코 하는 소리를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들어서 그 이야기들로 그들이 원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바를 공간적으로 번역해 내는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 직접 정색을 하고 묻게 되면 속에 담겨진 본 모습이 드러나지 않으니 툭 하고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질문을 던지거나 질문자가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요구하는 것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설계전의 과정에서 현지답사도 하고 이미 언급한 여러 사람들과 조직, 기존어린이도서관운영자들과 토론을 하고, 해외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정리된 내용들이 공간으로 실현되었다. <책사회>와 도정일 선생님의 요구사항을 정리해 보면
- 한 살짜리 꼬맹이들도 안방에서 기고 뒹굴고 놀 수 있는 공간(바닥난방 필요)
- 보고 싶은 책을 보면서 즐겁게 꿈꾸고 상상하고 몽상에 잠길 수 있는 공간
- 책 말고도 노래, 춤, 그림, 공작 같은 여러 가지 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
- 훈육과 경쟁의 장을 떠나 맘놓고 춤추며 자랄 수 있는 놀이터 같은 도서관
- 그림책에처럼 신기한 마법의 성이 날아와 않은 것 같은 도서관
(이야기방, 다락, 토굴, 영유아실, 수유실, 다매체실, 다목적놀이공간, 전시공간, 그리고 나무와 꽃과 별 들...)
이런 요구사항을 건축가에게 내놓을 수 있는 발주처가 있을까 싶은 내용들이다.
그 하나하나를 공간으로 번역하기 위해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공간을 구상하고 개념을 설정했다. 다음에 열거한 이 모든 종류의 공간들을 하나의 도서관에 다 만들어 넣을 수는 없다. 그때그때 각 도서관마다 주어진 조건에서 가능한 유형의 공간들을 계획하였다. 모든 도서관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 공간 속의 공간
- 양푼에 들어가 책을 보는 양푼타입
- 열차공간이나 벽장과 같은 벽장타입
- 작은 박스 공간으로 이루어진 박스타입
- 몸을 비스듬히 기댈 수 있는 보트타입
- 가장 보편적인 평상타입
- 캥거루 주머니와 같은 캥거루타입
- 긴 스폰지로 된 쿠션타입
- 그네를 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네타입
- 여럿이 어우러져 책을 읽을 수 있는 계단타입
이와는 별개로 전체 틀을 획일적인 공간구성에서 자연스러운 공간구성으로 구상하였다. 일테면 아파트처럼 우리 집과 친구 집, 가까운 옆집들이 거의 동일한 공간으로 공간의 크기나 높낮이나 형태가 동일하거나 유사한데(물론 평형의 크기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이러한 경직된 공간으로는 다양한 공간체험이 불가능하므로 천정이 경사지거나 파이거나 또는 공간속에 다른 공간을 달아매거나 하는 방법과 내부공간의 바닥에도 단 차를 두거나 파내고 또는 건물의 위와 아래가 시각적으로 하나가 되거나 연속되도록 하여 색다른 공간체험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도록 구조를 자유로이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도서관이 외부로 확장되어 공원의 일부가 되거나 내부에 유기적인 공간과 나무가 자라는 숲의 공간들이 공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네 개의 벽면으로 갇힌 공간이 아니라 안과 밖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대화하고 호흡하는 옥외공간도 ‘하나의 책’과 같이 그려지게 하는 것이다.
도서관이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우주의 한 부분이고 별을 보는 집이고 크고 작은 동네의 집합이라는 개념이다.
실제로 기적의도서관에는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독서공간들이 마련되었다. 변화무쌍하고 서로 다른 높이와 차원을 체험하게 하는 복층구조의 형태들과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열람실 내의 나무 그리고 마룻바닥을 파낸 오목공간, 지붕에 달팽이처럼 미로를 돌아오르는 비밀의 정원 등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공간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 갖출 수 있는 공간
- 공간에 담겨진 의미로 만들어지는 공간
이렇게 나누어 본 것은 앞으로도 더 많은 공간의 유형들이 이런 방식으로 구상되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공간을 도서관을 설계할 때마다 새롭게 선보이는 것은 설계하는 건축가가 얼마나 아이들을 위한 상상을 많이 구현하느냐에 달렸다.
기적의도서관의 영향으로 새로운 도서관들이 지어지면서 그보다 더 나은 품위있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규모가 더 크고 외형이 화려해 지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는 것을 정기용 선생님이 지적하였다. 어린이도서관을 깊이있게 연구하고 분석하다 보면 직접 사용자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가진 생각들을 더 들여다 보고 또 다른 상상력으로 아이들이 좋아하고 갖기를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공간구성의 기본이 되는 것들이 나타나 어린이 전문 도서관의 기본양식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또한,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아이들이 만들어갈 꿈의 공간을, 자유로운 상상과 즐거운 놀이의 시간을 우리의 아이들이 누리게 되길 바란다.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
기존 기적의도서관의 잘된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로 밝혀왔지만 현존하는 기적의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결과가 종합적으로 수집되어 있질 않다. 새로운 도서관을 기획하게 될 때마다 기존 도서관의 운영실태를 참고하여 개선된 공간을 구현하려 노력한다.
시간과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각 도서관들의 공통의 문제점과 애로사항들이 설계자와 공유되기 어려워 부분적으로만 문제를 개선하게 된다. 어린이 전문 도서관을 포함한 작은 도서관들의 어린이 이용실태 등이 통합된 자료로 건축가에게 제공될 수 있는 체계의 정비도 필요하다. 상시로 소통이 가능한 매체를 이용하거나 백서 형태의 자료집을 정기적이건 부정기적이건 만들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
공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점에서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점에서 놀이터와 같은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어느 선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과 같은 것들이 아주 많이 있다. 도서관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별도로 하는 경우 너무 치장에 치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건축설계자와의 업무공유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도서관의 기본적인 기능이 책과 가깝게 하는 역할인데 한편 책과 도서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잘못된 시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건축가의 전공분야가 아니라 정확하게 근거를 가지고 지적할 수 없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심리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에서 도서관의 공간과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각인하는 과도한 설계와 구성부분은 항시 불편하다.
책과의 친숙한 만남이 독서를 생활화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기르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이런 부분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공간의 과도한 디자인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것을 포함한 내부공간의 구조, 형태, 색채 대한 사용자, 운영자의 반응이나 의식에 대한 조사들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설계조건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분야는 건축가들의 영역이 아니라 내부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등 국가기관에서 기적의도서관과 관련 제도와 규정이 따로 정비되지 않았다면 조직구성과 예산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건, 기적의도서관이건 이를 아우르는 전문적인 조직이 빨리 구성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이들 어린이 전문 도서관의 유지관리와 개선을 위한 많은 업무수행이 가능하게 되길 바란다.
- 기존 기적의도서관에 대한 총괄적 모니터링
-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의식조사
- 기존 기적의도서관에 대한 현황조사(공간의 사용, 잘못된 설계 결과 등)
- 기적의도서관 개선을 위한 의견 개진(사용자, 운영자, 관계자 등)
기적의도서관이 이룬 혁신의 계승
기적의도서관이 이룰 수 있었던 새로운 시도는 기적의도서관을 준비한 사람들이 추구한 세 가지의 기본적인 의도와 정신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도정일 선생님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책임과 육아의 경비는 온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것, 어린이도서관은 아이들의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기본시설이며 우리 사회는 그런 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에 마땅히 투자해야 한다는 것, 어린이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삷의 질을 높이고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풀뿌리 운동의 중심부라는 것이라고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어린이도서관의 면모를 일신하는 공간의 혁신, 부단한 운영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한 서비스체제의 혁신, 도서관 건립과 그 이후 운영문제에서 시민단체와 방송과 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새로운 ‘민관협력의 모델’을 구축한 혁신을 이루었다고 했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기적의도서관 탄생 초기에 관여했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가졌던 정신이 점차 퇴색되어가고 운영 등에서의 변화가 기적의도서관이 이루었던 혁신을 후퇴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건축물의 유지관리를 위한 노력을 다잡고 적절한 예산을 확보해 나가며, 운영체제와 조직을 더 나은 수준으로 유지 발전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민관협력 모델’을 체계화하고 일상화하는 제도의 정비와 법적 근거의 마련을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현재에 이러한 체제와 법령을 마련하기 위한 지속적인 전문가의 육성과 사회 다방면에서의 조력자들을 하나로 세력화하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독서문화 자체가 소중한 가치이고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이러한 가치에 사람들의 힘을 모아야 우리가 원하는 문화사회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와 이 땅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현실사회의 변혁을 위해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
- 새로운 기적의도서관 증설 확산을 위한 적절한 시스템 구축
-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선정 방법의 개선
-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되는 건립예산과 준비기간
-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조직구성의 법적근거 마련
- 기적의도서관 정신을 유지 계승하기 위한 전문가, 지식인들의 역할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