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아이 작품에 대해 소개.
먼지아이 스토리는 주인공이 새벽에 일어나서 집안 구석 구석, 청소를 시작하다가 곳곳에서 먼지아이를 만나며 시작된다. 먼지아이를 계속해서 발견하게 되고, 그 먼지아이를 하나씩 닦아낸다. 이제 먼지아이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순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먼지아이를 또 발견하게 되면서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주인공은 청소라는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삶의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먼지아이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나?
일상 생활 중 청소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청소를 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청소는 몸으로 하는 물리적인 행위인데도 심리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준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고 물리적인 행동이지만, 그런 물리적인 행동이 심리적인 변화까지 일으키는 경험을 많이 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을 통해 청소라는 행위가 삶에 있어서 필연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먼지를 의인화한 의도?
닦아내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쌓이는 먼지의 성격을 인간의 삶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먼지라는 것은 우리가 청소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계속 쌓이는 물질이다. 그러한 특성이 사람의 삶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역시 자기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부인하고 싶은 모습,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지만 끊임없이 발견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치워가고, 그런 걸 반복한다는 의미에서 사람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작품 속에 묘사된 원룸과 오브제들. 먼지아이의 공간을 보면, 왠지 작가님의 자취공간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소녀가 집안 곳곳을 청소하는 공간. 작가님의 실제 공간인가?
제작 당시 살았던 집과 닮아 있지만, 똑같지는 않다. 실제 집의 부분 부분 필요한 요소들을 가져왔다. 구성 요소들을 보고 그려야 하니까 닮아 있는 것이 많긴 하다.
공간을 배치할 때, 주인공이 한 집을 한 바퀴 돌았을 때 작은 여행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의 경로처럼 집안의 요소들─침대, 책상, 부엌 그리고 화장실을 순차적으로 배치했다.
다양한 칼라를 사용하지 않고, 흑백으로만 표현한 것이 독특하다. 어떤 이유인가?
흑백으로 그려진 세밀한 연필그림이 가지는 효과가 재미있었다. 사실적인 이미지지만 연필로 묘사하는 과정을 통해 독특한 감수성이 만들어진다고 느꼈다.
주로 흑백의 펜화로 된 그림체. 그리고 초현실적인 내러티브. 작가님의 작품세계가 궁금하다.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하다.
감정이나 삶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 작품들을 보며 위안받을 때가 있다. 내 안의 어두움 때문에 불안해질 때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맞아. 인간은 원래 이렇게 복잡하고 이상한 존재지. 나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공감을 얻게 된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느낀다. 어둠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삶을 긍정하는 힘 또한 생기는 것 같다.
작업 기간은 얼마나? 몇 장의 그림? 모두 손 그림인가?
애니메이션을 처음 1년 동안 만들었고, 1차 완성본 이후 수정 작업을 다시 6개월간 했다. 책으로 만드는 작업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그림을 고르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림을 선택하고, 리터칭하고, 다시 연필로 그리고 컴퓨터로 합성하는 과정이 약 6개월 걸렸다. 약 5000장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
제작 중 어려웠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나?
처음에는 집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너무 집중이 안되서 독서실에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 독서실은 사법고시 공부하는 분들이 있는 독서실이었다. 그런 공간에서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낯설어 했다. 연필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분들이 많아서 결국 쫓겨났다. 또 다른 독서실로 옮겨 최종 완성했다.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작품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이유?
타자가 등장하지도 않고, 어떤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이전 작업 <나의 작은 인형 상자>, <파라노이드 키드>, <먼지 아이>에서 했고,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에서도 역시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외부의 사건보다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변화들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심리적 변화 자체가 쉽지 않았고 힘들어 한 부분도 많았다. 작업을 통해서 그런 심리적인 문제들을 동시에 풀어나가길 원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에게 있어 창작은 작업인 동시에 나 스스로의 심리치료의 과정이기도 했다.
마지막 엔딩에서 먼지 아이에 대한 주인공 여자의 태도 변화는 포기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인가?
포기보다는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뭉클하진 않지만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느낌으로 그렸다. 엔딩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다 과장된 것 같았고, 지금 이 정도가 좋다고 느껴졌다.
먼지아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말하고 싶나? 작가 자신에게 먼지아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자신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 안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다. 만족스러운 모습들, 혹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보기 싫은 부분을 보지 않고 산다거나 혹은 억압한다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들을 직시하고, 그것들조차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면 먼지아이 작업은 인정하기 싫은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무의식들을 발견하고 통합해간다면 점점 더 여유 있고 자유로운 삶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먼지아이 이야기에 작가 개인의 삶이 어느 정도(혹은 어떻게) 반영되어 있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 편이다. 나에게 필연적이고 중요한 주제가 아니라면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그림을 손으로 그려야 하는 작업을 끌고 갈 수 없을 것 같다.
<먼지 아이>가 깐느 영화제 상영부터 시작해서 유럽 방영, 유럽과 남미에서 출판 그리고 볼로냐 라가치 대상 수상까지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달라진 점이 있었나?
작가로서 내 작업이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여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면 쓸쓸해졌을 것 같다. 어디선가 나의 작품을 보고 공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만들고, 관객과 계속 만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극장 관객, TV의 시청자, 책의 독자─다른 포맷 여러 방식의 만남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먼지아이가 국내 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 독자에게도 공감을 얻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소라는 경험이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이다. 그래서, 국적에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작품 계획은?
지금 하고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나?
삶에서 만나게 되는 질문과 고민들의 답을 찾아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또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길 소망한다.
★ ㈜컬쳐플랫폼 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완하여 다시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