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도서관 10년을 축하한다.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간략하게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기적의도서관은 무엇을 지향했나?
1)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도서관은 아니지만, 어린이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어린이 도서관을 현재 전국에 11곳이나 만들었다.
2) 민관협력의 도서관
기존의 도서관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와 같은 관 주도로 설립됐다.
기적의도서관은 민과 관이 협력해서 도서관을 만들었다. 민관의 협력에는 시민단체와 방송국의 힘이 컸다. 특히 처음 기적의도서관이 설립될 당시에는 매스컴의 힘이 압도적이었다. 민간이 주도한 도서관들도 크고 작게 있었지만, 민관 협력은 드물었다. 이는 그만큼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아주 큰 시도였다.
3) 상상과 창조의 도서관
기적의도서관 설립목적을 보면,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는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가진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책의 세계가 펼쳐 주는 무한한 상상과 창조의 나라인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로운 상상과 탐험과 발견의 즐거움을 경험하며 자랄 수 있도록 정성껏 돕고자 하는 것이었다.
4) 도서관 건물의 혁신-아름다운 건축물의 탄생
기존의 도서관 건물구조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졌다. 공간, 모양의 아름다움이 도서관 건물에서 고스란히 살아있다.
2. 기적의도서관은 기적을 이루었나?
1) 전체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을 민관협력으로 전국에 11곳이나 설립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기존의 도서관과 달리 어린이의 권리를 토대로 어린이들이 상상과 창조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시도한 것은 도서관 역사상 기적의 시초라고 평가할 만하다.
2) 세부적으로 보면, 10년간 이룬 것은 초기의 거창한(?) 시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1) 민관협조로 설립됐지만, 관 주도와 간섭으로 기존의 도서관과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지는 않은가. 시청이나 구청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면서 어린이도서관은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관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 민과 관은 설립에만 관심이 있고 운영에는 관심이 없다. 또한, 사서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지도 않고 있다.
(3) 기존의 도서관과 비슷한 행사를 하면서, 당초에 시도한 어린이의 권리를 생각하는 상상과 창조와는 거리가 멀게 운영되고 있다.
(4) 운영 부분에서 자원봉사자들의 개입이 너무 크다.
(5) 건물설계에는 많은 생각 속에서 아름다움이 배어있으나, 시공이 제대로 따르지 못함에서 오는 건축적 문제점과 관리자들에게 부여되는 운영상의 문제점이 다수 있다.
3.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1) 관은 설립만 하고 운영은 도서관 전문가인 사서들에게 자율을 부여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병원이 의사주도로 운영되고 학교가 교사 주도로 운영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2) 가시적이고 형식적인 행사는 지향하고 진정으로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도서관을 운영해야 한다.
3) 기적을 만들려면 상상과 창조가 도서관 운영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시도는 쉽지 않지만, 민과 관이 협력하면서 꾸준히 시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4) 건축은 종합예술이다. 그러므로 도서관을 지을 때는 설계, 시공, 도서관 관리자의 관점을 고려하면서, 시대의 예술수준을 반영하고 궁극적으로는 어린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