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북스타트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제천 북스타트는 언제나 전국 북스타트의 모범을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도 제천에서 진행했던 북스타트 전국대회가 기억납니다. 제천의 모든 아가들과 부모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모여 꾸몄던 한마당 잔치에 장대비 속에서도 훌륭하게 치러냈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개막식 무대에서 아가를 업고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했던 엄마들의 감동적 모습도 기억나고, 어르신들의 자장가에 금방 엄마 품에서 장난치던 아가가 새근새근 잠이 들어 버리는 모습에 모두가 감동했던 모습, 그리고 모두에게 한솥밥을 선물하셨던 어르신들과 자원활동가들의 모습 모두가 기억납니다.
지역 사회 전체가 축제를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제천이었습니다. 그리고 북스타트는 이런 사회적 힘을 바탕으로 쑥쑥 아가와 함께 자라났습니다.
감사하게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제천 북스타트와는 인연이 깊어져 많이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북스타트 자원활동가 교육으로 자원활동가들과 정이 깊어졌고, 북스타트 플러스 부모교육에서 그림책이야기를 하면서 부모와 아가들의 성장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해 한 해 성장하는 도서관의 모습과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하며 자리를 지켜주는 북스타트 자원활동가의 모습은 생기가 넘쳤습니다. 더불어 샘솟는 샘물처럼 제천의 아가들이 늘 북스타트 동아리 활동으로 모여드는 모습은 제천 기적의 도서관이 마치 ‘피터팬’처럼 어린이의 모습을 유지하는 곳이 될 수 있게 해 준 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제천기적의도서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제천의 북스타트는 ‘찾아가는 북스타트’와 ‘북스타트 길거리캠페인’, ‘북스타트 공동육아동아리’ 등 늘 새롭게 북스타트의 모습을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 또한 자랑거리입니다.
이 모든 노력의 과정은 북스타트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스타트는 여섯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북스타트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많은 사람들이 북스타트를 환영하는 이유는 사회가 아가들의 성장을 응원하며 한 사람의 성장이 가정의 책임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가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 나갈 ‘희망’을 키워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스타트는 실리 위주의 사회와 경쟁 사회를 거부합니다. 모두가 함께 가는 느린 한 걸음을 응원합니다. 북스타트가 ‘책’과 함께 하는 아가들의 세상을 향한 첫 깨달음에 힘을 북돋우고 아가와 그 부모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함께 하는 따뜻한 이웃이 만들어 가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책’은 아가와 사회를 이어주며 세상을 알게 하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따라서 ‘책’이 담은 소중한 가치를 소중한 사람인 ‘부모’를 통해 또는 ‘양육자’를 통해 전해 들으며 깨달음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북스타트는 도서관과 함께 하며 더욱 많은 지혜가 아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북스타트 공동 육아 동아리를 도서관에서 진행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들을 이야기, 전해 줄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도서관입니다.
북스타트 10년 동안 ‘도서관에서 자란 아이들’이 여전히 도서관을 벗 삼아 학교를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제천기적의도서관은 자연을 사랑하고, 역사를 소중히 여기며, 탐구하는 아이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어린이들로 성장할 환경이 잘 준비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봄에는 산에 진달래를 따다 화전을 만들어 먹고,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풀피리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황토방에 모여 앉자 제천 근방에 옛이야기들을 호랑이담뱃대 어르신들을 통해 전해 들었고, 어린이건축학교, 다양한 과학 실험들을 통해 탐구하는 어린이들로 커 나갈 수 있었으며 어린이 인문학 교실과 동시 쓰기 활동이 사색하는 어린이들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북스타트의 토대로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책날개’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늘 북스타트 자원활동가들이 ‘책날개’와 함하는 입학식에 가서 모든 입학하는 초등 1학년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아 주었습니다.
제천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밝게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사회의 토대가 바로 북스타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북스타트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 하고 성장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가 닿을 수 있도록 늘 관심을 갖고 방법을 찾아 고민해야 하는 과제 또한 남습니다.
자칫 북스타트가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자는 잘못된 인식을 갖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북스타트의 의미보다는 ‘책’을 선물하고 전달하는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북스타트는 ‘책’을 통한 ‘글 읽기’를 하기보다 ‘책’을 통한 ‘만남’ 그 속에 담긴 ‘세상 읽기'로 한 발 다가오길 희망합니다.
오늘 저는 도서관 서가에서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의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가 말을 걸어와서 한참을 읽었습니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준 것에 감사하며 책 속 한 구절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바로 교육을 통해 ‘글 읽기’와 ‘텍스트 읽기’를 가르치지 말고 ‘세계 읽기’와 ‘맥락 읽기’를 알려주어야 한다는 프레이리의 말에 공감합니다.
답만을 가르치는 교육에서 질문할 줄 아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북스타트를 통해 만난 ‘책’ 특히 ‘좋은 책’이 아이의 성장에 어떤 도움을 주며 영향을 줄 것인지 우리는 질문하게 되었고 매년 북스타트 선정도서를 결정하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질문하고 있습니다.
북스타트는 ‘아가와 부모의 친교를 돕는 소통수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정해진 답을 주는 성인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가고 알고자 하는 욕구를 만들어 내고 아이가 찾아가는 답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북스타트는 다시금 아가를 통해 부모가 된 성인들과 함께 하려 합니다. 북스타트 부모교육이 그러한 의미일 것입니다.
북스타트는 작은 활동이지만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키워왔습니다. 앞으로도 북스타트를 통해 어른이 성찰되고, 지역 사회를 함께 만들어 따뜻한 지역공동체 안에서 모든 아가들이 행복한 삶을 키워가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