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인터뷰 8
책 읽는 청춘들을 위하여
대전 에스프레소
모이는 곳_ 충남대학교 강의실
모이는 사람들_ 대학생
읽는 책_ 인문학, 문학, 사회학
청춘이란 말에는 낭만이 느껴진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운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청춘에 머물러 있고자 하며 그러한 청춘이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요즈음의 청춘은 몸과 마음 모두 심하게 아플 정도로 시달려야 비로소 청춘이란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일종의 만들어진 신화에 갇혀 있다.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경쟁은 당연한 사실이자 가치이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형태의 차별과 편견이 만들어지고 있다. 같은 대학교 학생끼리도 학과별, 캠퍼스별, 전형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열화하고 오히려 그것을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취업이라는 문 앞에서 분노와 용기를 가지기보다 성급한 위로와 값싼 격려를 택한다. 이 구조는 매우 단단히 구축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사회의 변화일까, 아니라면 누가 만들어 낸 풍경일까. 무엇보다 문 앞에서 결국 좌절하고 절망한, 그래서 청춘이라는 단어조차 획득할 수 없는 청년들은 어디에 있을까.
충남대 학생들이 만든 독서동아리 에스프레소를 만나기 위해 걸어가는 동안 수많은 공모전의 포스터와 스펙 향상을 위한 현수막을 보며 절로 든 생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름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 위해 모이는 청년들은 어떤 눈빛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건물에 다른 학생들이 거의 없어 조용했던 한 강의실에서 모임 준비로 분주했던 4명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임은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모임에 참석하게 된 계기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에스프레소라는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되었는데요, 어느덧 졸업할 때가 다 되어서 취업 준비생이 되었는데, 취업 준비에 빠져 있다 어느 날 4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니까 그동안의 생활이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 깊이가 없는 대학생활이란 생각이 든 거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여러 사람의 의견도 듣고 싶어 책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소수의 인원이었는데 지금은 회원들이 조금 늘었습니다.”
“저는 국제학과에서 재학 중인 09학번 김승현입니다. 독서 토론은 사실 취업이란 목표를 가지고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 모임에 참석하다 보니 나중에 취업을 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학과 10학번 조영권입니다. 원래 에스프레소는 더 큰 동아리의 소모임이었어요. 저는 큰 동아리의 회원이었는데 지금은 이 모임에 더 열심히 나오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읽지는 않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곳에 오면 적어도 반강제적으로라도 책을 읽게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행정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혼자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책을 가지고 토론한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언어교육원에서 수업을 받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소개를 받고, 책을 같이 읽으면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여러 장점이 있다는 권유에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동아리 이름을 왜 ‘에스프레소’라고 짓게 되었나요? 활동하는 방식도 소개해 주세요
“처음에 이름을 정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유행을 따르는 듯한 이름은 싫었어요. 고전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처럼 저희 동아리도 너무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라며 지은 이름입니다. 에스프레소가 많은 종류의 커피의 베이스이자 가장 진하고, 근본적인 맛이란 생각이 들어서 저희 모임도 그런 근원적인 어떤 것을 지향하고자 지은 이름이에요. 그리고 사실 처음에 만들었을 때는 책을 읽고 단순히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글을 꼭 쓰고, 못 쓰게 되면 벌금도 내는 시스템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건 만든 저만 이해하는 방식이라 중간에 회원들이 힘들어하면서 잘 나오지 않는 경향도 생겼고 그래서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동아리 운영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어요.”
“책은 매주 한 권씩 읽어 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책의 분야를 서로 이야기해서 합의해요. 각자 책을 골라 와서 발표를 하고 투표로 정해요. 발표는 보통 책에 대한 내용이나 자료들을 ppt로 만들어서 하고 있어요.”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솔직히, 요즘 인문학이 취업 시장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독서 모임에 그런 식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모임에도 그런 분들이 있었는데 점차 책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열심히 독서하는 회원들도 있어요.”
“졸업한 선배들 중에는 물론 독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걸 하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독서보다 실천, 그러니까 활동을 하라는 뜻이었는데 하지만 저는 순서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 책을 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어찌 됐든 나만의 생각과 주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모임 구성원을 모집할 때 힘들었어요. 괜찮을까 또는 한번 해 볼까 이런 식으로 약한 관심만 보이지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대학생이다 보니 독서 말고도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신문과 뉴스에 담긴 어젠다를 만들어 내는 방식과 그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모습들에 요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근현대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무엇보다 심리와 동기부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교육에 관련된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관심사도 교육과 연결되더라고요. 제가 십 대들에게 멘토링을 하고 있는데 저도 항상 가졌던 의문, 왜 공부를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항상 저에게 던져요. 그러다보면 현재 교육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것을 저뿐 아니라 제 후배들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교육이란 것이 아이들 인격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에는 독서로 다시 연결되는 것 같아요.”
독서가 그런 자신의 관심 분야에 도움이 될까요?
“저는 100%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전까지 한 길만 생각하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판단했어요. 관심 분야에 대해 처음에는 얕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하다 보면 그 내용의 근저에 있는 것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동기부여가 돼요. 글 쓰는 것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대학생들이 단기적인 것만 추구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시험이 있다면 일단 시험이 중요하고, 힘들면 바로 쉬어야 하고 경험을 많이 못 해서 그런 건지, 쉽게 포기하고 쉽게 가려고 하는 경향이 많아요. 결국 취업시스템이 그런 걸 요구한다고 생각해요. 오래 걸리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보지 않고 그저 눈에 보이는 것, 스펙만 보니까, 자기만의 개성을 고려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그런데 책을 혼자 읽으면 저만의 생각에 갇힐 수 있잖아요. 모임에 나와서 책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 새로운 시각에 대해서도 듣게 되고 생각도 넓힐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모임을 만들고 나서 단순히 여기 앉아서 탁상공론하고 싶지 않았어요. 책을 읽고 나면 저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환경 관련 책을 읽었다면 학내의 쓰레기를 치우는 그런 어렵지 않은 미션을 만들어서 실천하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어요.”
토론을 할 때 의견 대립은 없나요?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는 절대 반박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그건 아니다’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신의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자를 뽑아서 질문 위주로 진행을 유도하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다른 독서동아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많이 궁금해요. 사실 모임을 하고 책을 읽고 있지만 무엇도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때로는 방학과 휴학, 군 입대와 각종 시험 등으로 모임의 지속성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책을 읽었으면 해요. 안정적인 모임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는 것은 우리는 항상 미디어로 듣고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아픔과 고통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듣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취준생이라 불리는 수십만 명의 청춘들이 오로지 취업 준비로 내몰리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의견은 있지만 결국 각자도생,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무엇보다 경쟁과 그로 인한 배제가 뼛속까지 깊이 각인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이 이러한 현상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독서를 한다는 것, 독서 모임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에스프레소를 보면 아주 없지만은 않은 것 같다. 국민과 국가, 학교, 종교, 직장 등 커다란 조직과 시스템만을 경험한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작은 모임을 만들고, 참여하고 스스로 책임지며 활동하는 것을 경험한다면, 그리하여 보다 큰 의미를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이 무자비한 격류와도 같은 자본주의 물살을 같이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이렇게 함께 책을 읽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