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KBBY, (사)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 어린이책시민연대,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는 4월 21일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라가치상 수상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를 열었습니다. 2015년 제50회 라가치상을 수상한 김장성·오현경(『민들레는 민들레』), 박연철(『떼루떼루』), 안영은(『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 정진호(『위를 봐요』), 지경애(『담』) 작가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3시간가량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편집자 주)
안찬수 |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오늘 이 행사의 첫 번째 아이디어는 보림출판사의 권종택 사장님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우리나라가 볼로냐 라가치상을 석권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그분들을 모시고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면 우리 그림책 문화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연을 맺고 있는 KBBY, (사)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 어린이책시민연대,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와 연대하여 오늘 이 자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라가치Ragazzi’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어린이’라는 말입니다. 결국 ‘라가치상’이란 볼로냐의 어린이들이 주는 놀라운 상입니다. 우리나라 그림책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빠르게 성장했고, 그 결과 좋은 작품을 쓰신 작가분들이 상을 받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전 부문에서 상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보통 행사를 하면 상 주는 사람이 30분 떠들고, 상 받는 사람은 아무 이야기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주 작은 꼬투리라도 작가의 고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습니다. 그런 생각들, 생각의 꼬투리라도 나누면 우리 그림책 문화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자리는 강연회도 아니고 작가와의 만남도 아닙니다. 내 삶에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란 어떤 것인지, 내 작업의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슴없이 들어보는 자리입니다.
김장성 |《민들레는 민들레》
편집부에서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소감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보내왔어요. 질문 중 첫 번째 질문이 ‘수상하고 수상 소감이 어떠냐? 수상한 뒤 어떤 변화가 있느냐?’ 하는 질문이었는데 수상소감을 제가 이렇게 썼습니다. “실망스럽겠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출근해서 일한다.” (웃음)
후배들이나 제자들, 다른 작가님들이 받았어야 했는데, 주책없게 제가 받은 것 같아 실은 민망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출판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라가치상 원고도 여러 개 제출을 했고,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작고, 소박하고, 눈에 띄지 않는, 민들레 같은 이 작품이 수상했다고, 설 명절 바로 전날 메일이 왔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에게 “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왜 엉뚱하게 이게 수상을 하게 되었지?” 했었지요.
상을 받고 나니까 무엇보다 그림을 그려주신 오현경 작가님께 고맙고요. 작고 소박해서 눈에 잘 띄지 않던 이 책이 많은 분께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은 참 좋더라고요. 작가라는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 등을 공유하기 위해서 작품을 만드는 건데,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더 많이 생기고 드러났다.’고 하는 점이 기뻤습니다. 오현경 작가께는 첫 작품인데 조명을 받게 되니 더욱 기뻤습니다.
오현경 | 《민들레는 민들레》
《민들레는 민들레》를 그릴 때 상을 받을 줄 전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요. 선생님께서 주신 글에 그림을 그렸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김장성 선생님 제자거든요. 선생님과의 약속도 있었고, 또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이 책을 꼭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작품이기에 더욱더 소중했었고, ‘특히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그려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과 아파트 바로 문밖으로만 나가도 민들레가 있잖아요. 제가 작업을 하는 기간이 한 4년 정도로 오래 걸렸는데요. 4년 동안 작업만 한 것은 아니고, 그 사이 아이도 낳고 뭐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갔어요. (웃음) 그간 봄이 네 번 왔었는데, 그때마다 민들레를 굉장히 많이 보았어요. 책 속에 담긴 장면 하나하나가 제가 사진을 직접 찍어서 그린 장면들이라 저에게는 무척 소중한 책입니다. 상을 탄 것보다도 ‘이 책을 낼 수 있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솔직히 제겐 더 의미 있고, 소중했습니다.
안영미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
저는 사실 그림책 쪽으로는 아직 기어 다니는 아기와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책읽는사회’에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와달라 전화 주셨을 때에도 그런 이유에서 못 하겠다고 처음에 거절했던 것이었고요. 그런데 와보니 거절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그동안 제가 만나고 싶었던 분들이 모두 와 계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몇 년간 글을 쓰지 않다가 동화 글 쓰는 모임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숙제 중의 하나가 ‘인물 이야기를 자기가 쓴다면?’이었습니다. 그때 생각난 사람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였어요. 인문학적 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냥 TV에서 다빈치 얘기를 봤던 기억이 나서 떠올린 거였어요.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면 너무 흔하잖아요.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건 숙제지, 책은 안 되겠구나. 그래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로 하자.’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숙제를 하면서 《다빈치 노트》라는 다빈치의 행적을 기록해 놓은 책을 좀 보게 되었어요. 제가 그 기록을 보면서 기쁘고 놀라웠던 점은 그 사람의 천재성이나 그 사람이 이룬 행적이 아닌, 그 사람이 사실은 엄청난 ‘먹보’였다는 사실이었어요! 저는 천재도 싫고, 뛰어난 행적이 많은 사람도 싫어요! (웃음) 그런데 먹보는? 먹보는 완전 저하고 통하는 거예요. 그게 너무 신이 나고, 신이 나니 숙제를 해갈 수 있겠더라고요. 정말 즐겁게 ‘위인? 별거 아니야. 나와 같은 먹보일 수 있어!’ 생각했고, 그 생각이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의 출발점이 되었던 거지요.
이 책은 요리를 하려면 건축에 대한 지식도 알아야 하고, 수학 지식도 알아야 하고요. 화학, 물리… 모든 것을 알아야 요리가 탄생하듯이, ‘이 세상 모든 일 또한 그러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나 제가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또 하나의 핵심가치는 ‘먹보도 이 세상에서 식객과 요리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예요. 먹을 것에 관한 건축가가 될 수도 있고, 먹을 것에 관한 전문 수학자가 될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위로가 되도록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수학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수학은 제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가치는 아니에요.
‘동화책을 쓰려면 어린 시절 기억력을 떠올려보라.’라는 말이 있죠. 그런데 분명히 저처럼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전무한 분들, 내면화가 잘 안 되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그런 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네일 아트일까, 패션일까, 아니면 저처럼 먹을 것인가?’하는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립니다. 정말 수준 낮은 제 경험담에서 시작한 말이지만 (웃음) 두 번째는 ‘그래, 추억이 없다면 취향을 살려라.’
세 번째로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은 글 모임에 대해서 말씀드리려 해요. 제가 지금 친구들과 하고 있는 글 모임이 있는데요. 친구들과 만나서 ‘합평’이라고 하죠, 서로의 글에 대해 평가해 주다 보면요. 타인의 평가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면 안 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 혹은 주변 사람과의 티타임 같은 가벼운 대화 시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게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세 가지 추억밖에 못 찾았어요. 어디 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 추억들은. 평생 찾아내서 조각조각 맞춰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진호 |《위를 봐요》
저는 소개에서 들으셨듯이 5살까지 어린 시절을 병원에서 보냈어요. 왜 병원에서 살았느냐 하면 한 살 때, 그러니까 채 돌이 되기 전 제가 아기였을 때 압력밥솥에서 연기가 나는 게 신기해서 거기다 손을 댄 거예요. 그때 제 오른손 셋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이 녹아서 붙어버렸어요. 붙은 손가락을 다시 떼어나고, 더 이상 피부가 자라지 않을 때까지 계속 새로운 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5살까지 병원에 있었던 거죠. 재미있는 점은 병원에 있는 아이들은 병원을 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놀이터라고 생각을 하죠. 휠체어 탄 애, 목발 짚은 애……. 심지어 아기용 간이침대가 있는데, 그걸 타고 노는 애도 있었어요. 저도 병원에서 또래 환자 어린이들이랑 함께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런 사진을 찍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게 제가 《위를 봐요》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또 다른 계기도 있습니다.
저는 아까 소개에서 들으신 것처럼 건축을 전공했어요. 평면도를 그릴 때 가구나 나무를 함께 그려 넣는 건 ‘이 건물의 크기가 대강 얼마 정도가 되는구나!’ 감을 잡을 수가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건물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잖아요. 건물 평면도를 그릴 땐 이 역할을 하게끔 사람도 그려 넣어요. 자연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모습의 사람이 되는데 이런 광경을 자주 보지는 못하셨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평면도를 그려서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어, 잘 그렸네. 그런데 저 옆의 개미들은 뭐야?” 하는 반응을 보이는 식이에요. 평면도의 사람들을 개미로 보았던 거죠. 저는 이 생각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렇게 두 가지 계기로 시작했던 것이 바로 《위를 봐요》라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아이가 있다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그리고 ‘그 아이를 위해서 뭔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이런 생각에서 이 그림책이 시작되었고,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위를 봐요》는 제가 세 번째로 작업한 그림책이었고, 지금 보면 부족한 것이 정말 많이 보여요. (웃음) 그런데 편집장님도 말씀하셨지만, 볼로냐에서 제 그림의 스킬이나 퀄리티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나 새로운 시선을 봐주셨다는 것이 참 감사하더라고요. 이런 상을 받은 덕분에 지금 여기서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지경애 |《담》
많은 분들이 제목을 보시면 “담?” 하세요. 부정적인 이미지나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시기 때문에 내용을 안 보신 분들은 “담이 뭐죠? 왜 담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책을 읽으신 분들은 책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시고요.
제가 품고 있는 담의 이미지는 너무나 달랐어요. 일반적으로 갖고 계신 담의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제가 품고 있는 담의 이미지를 그려내기 위해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부분을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담이란 따뜻하게 품어주고, 힘들 때 토닥여주고, 그리움과 추억과 연결된 어떤 것이거든요. 그런 의미를 담은 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을 했어요.
작업기간은 꽤 오래 걸렸어요. 이 책이 첫 작업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그림책으로 풀어내기가 참 어려웠어요. 연필 작업하기까지도 오래 걸렸고요. 그전에 다른 작업을 하다가 그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아서 담 이야기로 바꾸면서 작업 스타일도 새롭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담》이라는 책이 나오기까지 작업에 대한 고민과 함께 3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저는 담을 화려하지 않게, 예를 들면 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그리고 싶었어요. 요새는 화려한 담, 벽이 많죠. 깨끗하고 높은 건물들이 많은데 제가 생각하는 담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보니, 색감도 화려하지 않게 아련한 느낌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연필을 썼어요. 굉장히 흐린 연필로 담의 색을 연필 색으로 쌓으면서 깊이감을 주려 했어요. 저는 동양화를 전공해서 먹색이나 단순한 색채에 익숙하긴 했지만 연필로만 작업을 하니 좀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연필로 작업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꼭 필요한 부분에 색감을 넣으면서 따뜻한 느낌, 누구든지 뛰어넘을 수 있는 담,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담, 그런 담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담에는 계속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고양이는 이야기 속의 길잡이고요, 생동감을 주는 역할이면서, 언제든지 담을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로 표현하고 싶어서 가져왔어요. 또, 이곳과 저곳의 경계를 허무는 소통과 어우러짐을 고양이로 대신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아지를 넣어봤는데 강아지가 담을 뛰어넘지는 않잖아요. (웃음) 그래서 고양이로 바꾸었고 고양이 부분은 동양화로 그려서 스캔 받은 뒤 따로 집어넣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따뜻한 봄이 왔고요. 담을 따라 걸으시면서, 담이 없으면 길을 따라 걸으시면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연철 |《떼루떼루》
저는 그림책으로는 올해 10년 차가 된 작가예요. 2007년에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를 내고 2008년에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조명을 받게 되었어요. 그땐 ‘혜성 같이 나타난 어쩌고저쩌고’가 제 앞에 붙은 수식어였어요. 그러다 좀 이따가는 ‘돌아온 중견작가’가 수식어가 되었고요. 그리고 10년째가 되니까 뉴스 어디에도 제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그런 상태로 사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고민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10년 차가 되니 이제는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 같고, 판매지수도 뚝뚝 떨어지고, 사람들에게 내 책 이야기를 해봐도 별로 관심도 없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시기였어요. ‘나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지?’ 그러던 차에 선물처럼 볼로냐 수상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 무엇보다도 《떼루떼루》 책을 만들어준 출판사에 고마워요. 저는 2008년부터 볼로냐 라가치상을 준비해서 2015년에 이 상을 받은 거예요. 《떼루떼루》 가제본으로 2013년에 라가치에 도전했는데 떨어졌었죠. “아, 두 번째 떨어졌구나. 이제 다시는 라가치상에 도전하지 말아야지” 하지 않았고요 (웃음), 다음 책으로 또 도전을 했어요. 작년에 새롭게 기획한 책으로 올해 세 번째 도전을 했지요. 그러나 어이없게도 책은 다 만들었지만 출판사가 전문 그림책 출판사가 아니기 때문에 볼로냐 도서전에 부스를 만들지 못했던 거예요. 부스를 만들지 않으면 라가치에 출품하더라도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요. 2015년에 저는 또 실패를 하고 말아요.
헌데 신기하게도 《떼루떼루》 출판사의 담당자께서 제가 자꾸 라가치상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고는 (웃음) 픽션 부문 말고 ‘뉴호라이즌New horizons’이라는 부문에 새롭게 《떼루떼루》로 응모를 한 거예요. 저 모르게! 나중에는 제게도 알려주셨는데 실은 미리 준비하고 계셨던 거죠. 그래서 제가 응모한 책은 안 됐지만 그 출판관계자가 응모한 책은 선정이 된 거예요. 너무 감사해가지고 그분께 문자를 보냈어요. 끝까지 포기 안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랬더니 그분이 답해주시기를 “작가가 포기하지 않는데 어떻게 스텝이 포기합니까?”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이렇게도 상을 받을 수 있구나!’ 저는 이 상이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인터뷰 때도 이야기했지만 이 상은 작가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출판사에 주는 상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편집부에서 더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자리에도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나 출판사 여러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 저에게는 라가치상이 7년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또다시 꿈을 꾸는 거죠. 위너를 꿈꾸기도 하고, 다른 상을 꿈꾸기도 하고요. 상 자체만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상을 쫓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무언가 꿈꾸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시다 보면 7년이건 10년이건 미래에 꼭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겁 없이 이런 말씀을 드리면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