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인터뷰 4
삶에 대해 고민하고 공유하며 나아가다
서울 봄봄
모이는 곳_ 하자센터
모이는 사람_ 성인, 직장인
읽는 책_ 인문학, 사회과학 등
고령화 사회는 우리 사회의 어둡고 무거운 이슈이다. 2014년을 기점으로 한국에 40대 이상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2040년부터는 일반적인 초고령화 사회보다 더 나이대가 높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고 통계청의 미래 인구 예측은 말하고 있다. 이런 예측의 기반에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있다. 저출산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현대 사회는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단순화할 수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육아의 어려움일 것이다. 이 고통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협소한 의미의 육아인 탁아와 보육을 넘어 총체적으로 삶의 터전을 일상적으로 가꾸어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공동육아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공동육아는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 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뜻이다. 그건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이웃, 지역사회와 국가가 어울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키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공동육아는 ‘내 아이만 키우기’ 가 아니라 ‘너와 내가 어울려 함께 세상을 살아가기’를 배우는 일종의 교육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터전이 될 수도 있다. 오랫동안 함께 아이를 키우고 책과 함께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하여 만나보았다.
독서동아리가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만나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주 만났어요. 아이들이 다 크고도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졌고요. 그런데 의미 없이 만나는 것보다는 어떤 책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그것을 쟁점화시켜서 얘기를 해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이렇게 지원하게 됐어요. 저희 모임은 ‘세 번째 삶’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노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에요.”
그럼 봄봄의 회원분들 모두 함께 공동육아를 하신 분들인가요?
“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대안학교까지 함께 아이들을 키운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지금은 모임 이름이 ‘봄봄’이지만 처음 결성됐을 때는 ‘세 번째 삶’이었어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가 제1의 삶,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가 제2의 삶 그리고 그 이후부터가 제3의 삶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이가 중심이었던 삶에서 벗어나 남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해야 자식한테 의지하지 않고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그럼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해서 이런 모임을 만들게 됐어요.”
그렇다면 ‘봄봄’이란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새로운 걸 보고 새로운 봄처럼 맞이할 수 있는 삶, 이라는 의미예요.”
공동육아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공동육아는 육아협동조합이에요. 부모들이 주체가 되어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진행하는 거예요. 공동육아가 지향하는 교육방식을 함께할 교사들을 뽑아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에요. 저희는 공동육아로 아이들을 다 키웠고,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무렵이 됐을 때 이런 교육방식을 계속 이어갈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회원 중 몇 분들이 대안학교를 만들었어요. 대안학교는 협동조합 방식은 아니지만 공동육아를 했을 때와 동일한 교육방식과 철학을 갖고 시작했어요.”
실제로 공동육아와 대안학교를 경험해 보시니까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불안이 있었어요. 하지만 부모로서 아이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어요. 공동육아부터 같이했던 분들이 초등, 중등교육도 함께하면 아이가 안전하겠다는 생각이죠. 지금은 아이가 자유롭게 자존감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는 자부심이 커요. 아이를 다 키워 놓고 나니까 요즘 흔히들 말하는 스펙이라는 게 아이가 자기 길을 찾아가는 데 아무런 소용이 없구나 하는 걸 많이 느껴요. 어떤 가치의 교육을 받고 살아왔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교육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없어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가진 아이로 자라지 않았지만, 아이는 지금도 나와 소통이 되고 어떤 환경의 변화에도 잘 적응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봄봄’에서 읽었던 책 목록 중에서 《단속사회》랑 《모멸감》이란 책이 눈에 들어오는데, 책 선정은 어떻게 하시나요?
“책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우리의 관심사예요. 이 사회가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런 책들을 선택하게 한 거 같아요. 대안학교도 그렇고 공동육아라는 게 부모들 간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관심이 책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던가요? 단순히 관심에서 그치는 경우도 많잖아요.
“《모멸감》 같은 경우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했어요. ‘아, 내가 사회에서 이런 감정들을 다치면서 살아왔구나. 상처받으면서도 상처받는지 모르면서 살았구나’ 또는 ‘그 감정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는 줄도 모르면서 살았구나’ 이런 것까지도 알게 됐어요.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그렇지만 저 스스로도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계속 상처만 가하면서 살았다는 걸 느꼈어요.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돼서 이 사회에서 느낄 감정들까지도 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면서 참 많이 무뎌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동육아랑 대안학교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비판의식을 많이 가져 왔지만, 사회 속에 들어와 살면서 무뎌진 감정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민감해져야겠다, 평범한 시각으로 바라봤던 걸 다른 시각으로도 바라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독서 모임이 제 일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같은 사안이라도 사람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그에 따라 일의 방향이나 순서도 달라지는데,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야 해요.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데 독서 모임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해석하는 힘이 생겼어요.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서로 위안하면서 자생력도 길러지더라고요.”
“일을 하면서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읽는다고 해도 일에 관련된 책만 읽게 되고. 그런데 이런 모임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게 돼서 좋아요. 공동체에서도 같은 철학을 지향하지만, 갈등이 있거든요.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니까 다른 생각이라 해도 그게 무엇이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책 읽기를 통해서 생각이 확장된 거죠.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공동체에 가서 공유하고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그래요.”
계획서에서 ‘공유 도서’라는 단어를 봤는데, 이건 어떻게 운영되는 건가요?
“모임에 한 권만 있는 책을 서로 돌려 보거나 한 사람이 전체를 읽어 온 뒤에 브리핑을 하는 거예요.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까 여러 사람이 많은 책을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게 하려고 ‘공유 도서’를 만든 거예요. ‘공유 도서’는 주로 노후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의 책들로 선정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저희 모임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저희들이 나중에 함께 공유하며 살기 위해 ‘땅콩집’처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사는 집을 만들 계획이 있어요. 그것에 관련된 책과 강의도 들을 계획이고요. 아직은 계획 단계이지만 이렇게 공부를 하고 준비를 차근차근 하다 보면 더욱 알차게 함께하는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다문화가정으로 이루어진 독서 모임에도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