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입학식,
전교생이 함께하는 독서동아리
지난 3월, 설렘으로 시작한 ‘책 읽는 입학식’으로 새 학기 책 읽는 학교 문화를 열었다. 학생자치회 학생들이 주관하여 축시 낭송, 독서수첩과 책갈피, 책 한 권, 독서다짐글을 담은 에코백 선물을 새내기 각 반 대표 학생에게 전달하고 신입생, 교사, 학부모대표가 차례대로 독서다짐문 낭독을 했다. 이어서 지난 한 해 전교생이 동참하여 펼쳤던 다양한 독서동아리 활동을 영상으로 발표, 안내하고 선배들의 축하 무대와 관현악 연주회로 즐거운 입학식을 했다.
새 학년을 준비하며 교과협의회를 통해 우선 교육과정 재구성부터 시작했다. 국어교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전교생이 매주 국어시간 1시간을 오롯이 독서활동 시간으로 운영했다.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독서동아리 활동의 중요성과 ‘함께 읽기’의 의미, 활동 방법, 4~5명의 동아리 구성 방안에 대한 공개수업과 수업 나눔을 열었다. 담임교사와 국어교사들의 추진력으로 3월 말까지 전교생 502명 대상, 19학급 전체에 130개1학년 36개, 2학년 42개, 3학년 49개, 책톡! 3개 독서동아리가 조직되었다. 한 학기 단위로 교체하여 지속될 동아리 구성원은 국어시간은 물론, 가능하면 다른 교과 시간에도 모둠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안내했다.
학교도서관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장하고 있는 장서를 다시 점검하여 4~5권의 복권 중심으로 동아리 활동 도서를 별도 서가에 정리하였다. 특히 1학년은 ‘책 읽는 입학식’과 연계하여 선물로 받은 책을 3월 한 달간 자유롭게 읽은 후, 도서관에 자발적 기증을 권장하여 다시 동아리용 도서로 묶고, 부족한 책은 도서구입비를 활용하여 근간 청소년 권장도서로 구비하였다. 또한 지역도서관과 연계하여 시립청소년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용 복권도서5권씩 40종을 한 달씩 장기 대출, 활용하였다.
3월 말, 각 동아리별로 간단한 독서메모와 책대화를 나누며 정리한 내용을 보관할 수 있도록 자료화일철을 일괄 준비하여 표지를 개성 있게 꾸미도록 하였다. 도서관 창가 낮은 서가에는 각 학년 반 동아리별로 각양각색의 책동아리 이름을 내건 화일철이 나란히 꽂혀 있다. 아이들은 매주 1회 1시간씩 정례 모임을 통해 함께 읽기와 책 대화 나누기를 실천하고 있다.
학기말, 전교생 독서동아리 활동 프리젠테이션 발표회는 학급별로 실시 후 선정된 대표 동아리 20개 팀이 두 시간여 동안 도서관을 열기로 가득하게 하였다. 지난 9월 초에는, 작가와의 만남에 앞서 학년별 대표 동아리가 독서동아리 활동 중간발표회를 했는데, 작가의 열강 못지않게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함께 읽기가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함께 읽기,
주제통합수업과 독서문화 체험활동
학교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을 책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매달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4~5명씩 조직된 긴밀한 독서동아리활동은 도서관 자료 탐구수업과 프로젝트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교과 교사들은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 탐구학습 과제를 부여해 주며, 재량활동이나 국어과 수업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독서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도서관 활용 독서수업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올해 자유학년제를 맞은 1학년 학생들과 주제통합 프로젝트 독서수업 활동으로, 1학기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2학기는 생태 환경을 주제로 인제군 자작나무숲을 탐방하며 다양한 독서 활동을 하였다.
지역 연합
함께 읽기
책 읽기는 교육의 시작이고 끝이 될 수 있는 양면성과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책 읽는 교사의 실천적인 모습은 교사 스스로의 자양분이 되어 교사의 자존감을 우뚝 설 수 있게 해주며, 이러한 교사의 영향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해져 학생들의 책읽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1~2019년 현재, 춘천 지역에서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독서모임으로 ‘책읽기+저자강연+토론+현장답사’의 실천적인 ‘교사독서아카데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각 학교별, 지역별 교사 책모임의 기반을 마련하고 나아가 ‘청소년 독서아카데미’ 활동을 조직하고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012년 춘천권역 20개 중,고등학교에서 50여개 청소년 독서동아리가 만들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청소년독서아카데미는 연4회 매 강좌마다 400여명 학생들이 참가, 연인원 1,500여명의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모이는 활동이다. 2019년 현재까지 확산을 거듭했으며 학교별 책모임의 지속적인 활동이 중심이 되어 독서동아리 지역연합 행사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분기별 청소년 독서아카데미 강좌와 연합 독서기행, 연합 독서캠프 등 다함께 펼치는 독서체험 활동을 병행하며 독서 흥미와 연대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행사의 진행 과정을 학교별, 동아리별로 상호 소통하며 청소년이 스스로 준비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서로의 모습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도록 했다. 지도교사는 참가 학생들의 울타리 역할을 하며, 최소한의 조언을 해 주거나 소박한 간식을 챙겨주고 지켜봐주는 역할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따듯한 격려가 되었다. 청소년 독서아카데미는 개별 독서동아리별로, 학교별로, 나아가 학교 연합 혹은 지역 연합 형태의 ‘따로 또 같이’의 책모임과 독서문화체험으로 이어져 지속적인 독서 활동의 활력이 되고 있다.
‘강원학생 인문학여행’은 강원도 18개 시군 지역을 순차적으로 답사하며 ‘친구+책+저자강연질문토론+지역답사+이야기사랑방’ 형식으로 2018~2019년 현재, 강원도의 강릉, 철원, 인제, 홍천, 영월, 평창, 춘천 등 7개 지역을 답사했다. 춘천 봄내중학생 30명이 주체가 되어 해당 지역의 또래 친구들과 만나 함께 지역을 답사하고, 토속음식과 간식을 나누며, 저자와의 만남 후 모둠별로 이야기사랑방을 열며 그칠 줄 모르는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10대 청소년들의 시선과 느낌으로 아이들이 살고 있고, 살아갈 우리 지역의 인문독서 지도를 순차적으로 그려가고 있다는데 큰 즐거움이 있다.
함께 읽기의
위대한 힘
더디지만 ‘함께 읽기’를 통해 책으로 맺어진 아이들이 책 밖으로 걸어 나와 더 큰 세상을 보고 다른 이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이웃의 아픔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갈 때 가슴에 밀려오는 따듯함이 있다. 교육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희망을 느낄 때는 오로지 교사나 부모의 삶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뿐이다. 그래서 교사와 부모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바로 교육의 희망이며, 우리 아이들의 희망인 것이다. 아이들이 활발한 독서동아리 활동 못지않게 교사 독서동아리, 학부모 독서동아리도 월1회 정례 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지속적인 책읽기는 교육공동체 북콘서트라는 아름다운 체험을 이끌어냈다. (2016 학생의 날 기념 북콘서트, 2017 윤동주시인 탄생100주년 기념 시낭송콘서트, 2018 시인,화가,시노래가수 북콘서트, 2019 자작나무숲 평화생명 북콘서트 등) 무엇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른들과 함께하는 시공간 안에서 더불어 나누며 배우는 소중한 체험을 통해 서로가 격려하고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갔다.
공교육의 심장부로써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금 절감한다.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독서문화체험과 교수학습 활동의 중심으로 각자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관심 분야를 키우며, ‘해야 할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야 한다. 책을 매개로 한 진정한 소통과 나눔을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 간의 새로운 관계맺음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진정한 상상의 힘을 키우고, 스스로 삶의 주제들을 탐구하고 소통하는 힘을 키워가는 그 길에 어른들의 함께 읽기가 희망을 열어가면 좋겠다.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함께 읽는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을, 삶과 삶을 이어주는 길이다. 학교 현장의 또래 친구들끼리, 동료 교사끼리, 사제동행으로, 때로는 교사와 학부모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는 문화가 널리 퍼져 나가다 보면 이 땅에도 곳곳에 ‘도서관이라는 낙원’“천국은 필시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 ― 『픽션들』, 보르헤스, 민음사, 2011이 펼쳐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