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종이책 독자의 일부만이 도서 구매층인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책에서도 유료 구매자는 제한적이다.3) <2012년 전자책 독서실태 조사> 결과(한국출판연구소, 2012b), 조사 시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종이책’ 독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27.3%가 종이책 구입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지난 1년간 ‘전자책’ 독자의 58.0%가 전자책 구입 경험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즉 전자책 독서에서 무료 콘텐츠 이용이나 콘텐츠 공유 등을 통해 구입 비용이 없다는 비율이 종이책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 전자책 판매 상황은 시사적이다. 주요 전자책 유통사들이 발표한 2013년 결산 자료에서, 교보문고는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 판매가 전년 대비 27.4% 증가한 것으로 밝혔다. 전자책 유료 판매 데이터를 보면 40대 이상 중년 독자의 점유율이 32.5%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10대~20대 독자들이 전자책 이외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이동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스24의 경우 전자책 분야별 판매 권수 점유율에서 장르문학이 56%, 문학(장르문학 이외의 문학)이 14.1%를 차지했다. 장르문학의 비중이 전년 대비 10% 정도 성장하면서 전자책 독자들의 선호도가 편향적으로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전자책 구입 비중이 가장 높은데, 특히 30대 여성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류영호, 2014.10.8).
5. 하이브리드 독서 생태계의 특징과 독서문화의 발전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하이브리드 독서의 증가 현상과 관련한 특징과 문제점, 향후 독서문화의 발전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디어 지형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읽기(독서)습관’과 사회적인 ‘읽기(독서)문화’가 차세대 독서 생태계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이다. 실생활이나 개인적인 관심사의 연장이 곧 사이버 공간이나 디지털 환경의 행동양식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읽기 또는 독서의 변화(진화) 역시 전달 매체의 형태나 콘텐츠 형식과 무관하게 읽기(독서)와 관련된 선호도, 관심도, 학습, 능력, 습관, 재미, 권장, 유인, 계기의 여부가 매우 중시된다.
둘째, 디지털 세대를 위한 독서환경 조성의 중요성이다. 종이책 환경에서도 학교와 가정의 독서시설(학교도서관, 학급문고) 및 독서 권장(사서교사, 양육자와 교사의 학생 독서에 대한 관심도, 아침독서, 도서 추천, 함께 읽기 및 읽어주기), 독서대화, 교과 연계 독서, 독서동아리 등이 독서습관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성인들에게도 공공도서관의 인접성, 독서정보, 독서화제, 직장의 독서 환경(도서실, 독서 권장 프로그램, 독서경영), 서점, 독서동아리, 직무 관련 독서 등이 독서의 범주와 수준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기성 세대의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심, 그리고 각종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독서 관심도 유발이 요청된다.
셋째, 전자책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유통․소비가 날로 확대되는 추세에 대응하는 새로운 독서 생태계 조성 전략이 각 분야별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독서정책부터 출판산업, 도서관, 대중매체의 도서정보 제공, 좋은 책의 권장 방식, 독서운동 및 독서 프로그램 내용 등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종이책 중심 패러다임’에서 ‘하이브리드 독서 생태계’로 진화․발전하려는 노력이 요청된다. 이를테면 전자책에서 제공하는 이용자 위주의 페이지 설정, 밑줄 긋기(메모, 검색), 함께 읽기(이용자들 간의 의견 공유, SNS 연계), 멀티미디어 기능 등은 종이책에서는 불가능한 기능들이며, 이를 매개로 ‘새로운 책과 독서의 세계’를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소셜 리딩social reading의 확산이다. 정부 독서정책의 경우에도, ‘독서’ 행위가 사회적․개인적으로 퇴보할 개연성이 커진 디지털 환경에서 막연한 독서 권장 정책으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한국출판연구소, 2012). 디지털 환경에 조응하는 독서 친화적인 사회풍토 조성, 디지털 사회 특성과 SNS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조응하는 독서정보 제공, 독서활동의 자극, 양질의 독서자료 콘텐츠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디지털 독서정책’ 패러다임 정립이 요구된다. 정부의 중장기 독서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현행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4~2018)>에서도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은 거의 찾기 어렵다.
넷째, ‘종이책 독자’, ‘전자책(디지털책) 독자’, ‘하이브리드 독자’, ‘비독서자’ 등 독자 유형별 장기 패널조사 방식으로 독서환경 변화를 보다 면밀히 측정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정보통신기기의 대중화로 정보․오락 이용 시간의 증대와 비례하여 독서시간 및 도서구입비 등이 감소한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독서실태와 독자의 변화를 치밀하게 추적하고 천착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유동성이 크고 미래 독서환경에서 특히 중요한 하이브리드 독서와 관련된 조사․연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섯째, 하이브리드 독서의 확장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러한 경향이 지속 가능한 독서 생태계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2012년 전자책 독서실태 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듯이, 디지털 다매체 환경 속에서 독서와 관련된 시간과 비용의 지출이 감소하고 관심도가 저하되는 흐름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한국출판연구소, 2012). 이 조사의 평일 및 주말의 매체 이용시간 문항에서 독서(종이책/전자책 읽기, 평일 기준 26분)는 TV 시청(103분), 인터넷 이용(56분), 휴대전화 이용(47분)과 같은 영상․정보통신 매체에 이어 네 번째의 비중이었고, 주말 기준으로는 영화와 게임에도 밀려 여섯 번째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여유(여가)시간 및 독서시간 증감 여부에서 여유시간의 ‘감소’ 비율이 ‘증가’의 2배 이상, 독서시간의 ‘감소’가 ‘증가’의 4배 이상이나 되었다. 전년 대비 ‘독서량 감소’ 응답자(응답자 전체의 28.2%)가 독서량 감소 이유로 ‘공부/일 때문에 바빠서’(38.2%)에 이어 ‘책보다 영상/정보/오락매체 이용’(25.2%)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디지털 매체(컴퓨터/휴대기기) 이용시간만 놓고 보면 전자책 읽기의 시간 비중이 매우 낮은 데서 알 수 있듯이(주말 기준 5개 영역의 활동시간 총 123분 중 5분으로 4%에 불과함),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정보통신 기기의 대중화와 정보/오락 이용 시간의 확대가 독서시간을 점차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전자책 이용자들은 전자책을 이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도서관 이용 및 대출이 감소하였고(‘증가’ 10.2%보다 ‘감소’ 37.2% 비중이 약 4배임), 서점 이용 및 종이책 구입역시 감소 경향이 뚜렷해(‘증가’ 9.2%보다 ‘감소’ 42.3% 비중이 약 5배임) 종이책 기반 생태계 변화가 적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는 한국 독자의 가장 보편적인 전자책 이용 방식인 모바일 기기에서의 전자책 이용 비중이 매우 미약한 것에서도 재확인된다(한국인터넷진흥원, 2013). 모바일 인터넷 이용 목적(복수응답)에서 전자책 이용률은 15.4%로 확인된다. 연령별 이용률은 10대 28.6%, 20대 28.0%, 30대 13.9%, 40대 6.4%, 50대 2.9%, 60세 이상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1개월 내 주로 다운로드 받은 모바일앱의 유형”에서 전자책은 3.5%(게임․오락이 63.9%로 1위), “최근 1개월 내 주로 이용한 모바일앱 유형”에서 전자책은 0.5%(게임이 33.6%로 1위)를 차지해 다양한 분야의 모바일앱 중에서 가장 저조한 활용 분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