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패러다임 시프트와 디지털 기기의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종이책과 전자책e-book을 함께 읽는 ‘하이브리드hybrid 독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4가지 독자 유형(종이책 독자, 종이책+전자책 독자, 전자책 독자, 비독서자) 가운데 ‘전자책 독자’ 비율의 지속적 성장에 기인하며, 종이책의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독서 선호도가 높은 종이책 독자가 전자책도 읽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독자는 다른 유형의 독자층에 비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독서행동을 보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전자책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문학 등 가벼운 오락 콘텐츠의 인기는 종이책에서 공급이 부족한 콘텐츠 보완 기능이 강해, 전자책 이용률의 지속적 증가가 곧바로 ‘종이책의 쇠퇴와 전자책의 독주’를 의미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다만, 디지털 다매체 환경이 진화할수록 독서 매체보다는 다른 오락 · 정보 매체에 보다 쉽게 노출될 수 있고, 매체 이용 시간과 비용이 비독서 매체로 이동함으로써 독서문화의 지속적인 위축이 우려된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독서환경에 걸맞은 출판산업, 독서진흥정책, 연구 활성화를 통해 ‘하이브리드 독서문화 지형’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매체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독서인구 확대의 핵심인 개인의 독서습관 및 사회적 독서문화 형성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1. 연구 배경 및 목적
오늘날 미디어는 이동성과 채널의 증식으로 어디에서든지 존재할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하였다. 이러한 컨버전스로 인해 미디어 소비 방법은 변화하고 있다(김미경, 2014, 205쪽). 미디어 소비 방식의 변화는 연관 산업은 물론이고 폭넓은 사회문화적 변동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의 디지털화와 융복합화가 가속화되면서, 전자책e-book으로 상징되는 출판산업의 지형 변화와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도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는 수용자인 독자의 독서자료 선택지가 전통적인 매체인 종이책 위주에서 각종 디지털 콘텐츠와 인터넷 문서에 이르기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하이브리드화’를 초래하고 있다.
하이브리드hybrid란, 본래 이질적인 요소가 서로 섞인 것으로 이종異種, 혼합, 혼성, 혼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보다 넓은 의미로는 이종을 결합시켜 부가가치를 높인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통합 코드로 인식되기도 한다. 휴대폰에 전화통화 기능과는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카메라, MP3 기능을 섞어 휴대폰의 가치를 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하이브리드는 다양성과 다원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양성과 다원성이라는 기초 위에서 반대 의견을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 통합하는 하이브리드적 접근방식이 정치·사회적 통합 코드로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매일경제신문, 2014). 이 용어가 사회적으로 회자된 것은 자동차산업에서부터였다. 1990년대 초에 각광받던 전기자동차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이다.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 수소연소엔진과 연료전지, 천연가스와 가솔린엔진, 디젤과 전기모터 등 두 가지 이상의 구동장치를 동시에 탑재한 차량으로 저공해와 연비 향상의 장점이 있다(박문각, 2014).
하이브리드화는 이제 특정 산업 범주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미디어 콘텐츠의 유통 채널 다원화에 따라 언론 분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되었다. 전통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쇄매체의 하나인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한국언론진흥재단, 2013), 신문 이용자 유형은 ‘종이신문’ 이용자 11.0%, ‘인터넷신문’ 이용자 42.6%, ‘종이신문+인터넷신문’ 이용자 22.8%, ‘신문 비이용자’ 23.6%로 나타났다. 또한 1주일간 매체 경로별 이용률을 보면 ‘종이신문’ 43.8%, ‘고정형 인터넷’ 50.7%, ‘이동형 인터넷’ 55.3%로 조사되었다. 즉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을 함께 읽는 병독竝讀, 또는 하이브리드 신문 독자가 이미 22.8%로 증가했다. 특히 데스크톱PC, 노트북과 같은 ‘고정형 인터넷’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이동형 인터넷’을 이용해 신문 기사를 읽는 모바일 이용자의 비중이 더욱 확대된 점은 뉴스 소비 방식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출판 및 독서 분야에서도 이러한 독서자료(콘텐츠) 생산 · 공급 · 이용 방식의 디지털화, 모바일 서비스, 하이브리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하이브리드 독서’와 관련된 독자 실태조사, 출판시장 추이 자료 등을 토대로 ‘하이브리드 독자’ 및 ‘하이브리드 독서 생태계’의 추이와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 사회에서 출판 분야를 중심으로 한 독서자료의 공급과 수용은 주로 이윤 동기를 가진 출판산업과 독자(독서시장)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진화한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독서․독자’ 논의는 독서, 도서관, 출판, 교육, 사회문화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층위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본고에서는 ‘하이브리드 독서’의 범주를 전통적인 출판매체인 도서(서적)와 전자책e-book을 병독하는 것에 제한시키고자 한다. 오늘날 ‘독서’, ‘독서매체’의 정의와 범주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데, 이를테면 기존의 인쇄매체는 물론이고 각종 인터넷 자료나 각종 읽기 매체․분야까지 폭넓게 포함시키기도 한다. 본고에서는 출판사가 발행하여 유상 판매하는 정선된 콘텐츠인 일반도서(교과서, 학습참고서, 잡지 제외) 및 이에 준하는 전자책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독서 현상과 특성을 논구함으로써 독서문화의 현단계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2. 연구 문제
이상의 연구 목적을 위해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하이브리드 독서’ 현상의 국내외 추이와 특징은 어떠한가?
둘째, ‘하이브리드 독서’의 출판산업과의 연관성 속에서 그 추동력인 전자책 시장의 특성과 시사점은 무엇인가?
셋째, 디지털 환경에서 ‘하이브리드 독서’와 관련된 문제점과 과제는 무엇인가?
3. 하이브리드 독서의 확산
1) 국내 조사 결과
서베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독자’의 출현과 확산 추세를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2년 전자책 독서실태 조사>를 들 수 있다(한국출판연구소, 2012b). 이 조사는 전자책 독서에 특화시켜 전국 단위 표본조사를 국내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조사 결과 ‘종이책’만 읽는 독자가 56.0%, 종이책과 전자책을 병독하는 ‘종이책+전자책’ 독자가 12.9%, 종이책은 읽지 않고 전자책만 읽는 ‘전자책’ 독자가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보고서는 ‘종이책+전자책’ 독자를 ‘하이브리드hybrid 독자’로 규정하고, 하이브리드 독서 양식 및 하이브리드 독자층의 확산과 전자책만 읽는 ‘디지털 독자’의 등장을 확인했다.
이 조사 결과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읽는 ‘하이브리드 독자’는 종이책 또는 전자책만 읽는 독자들에 비해 독서 행태가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이브리드 독자의 독서 선호도(평소 독서를 좋아하는 비율)는 100점 만점에 65점으로 ‘종이책’ 독자(55점)나 ‘전자책’ 독자(58점)에 비해 높았다. 하이브리드 독자의 연평균 도서관 이용 횟수는 16.3회로 ‘종이책’ 독자(13.6회)나 ‘전자책’ 독자(10회)보다 많았다. 연간 서점 이용률 역시 ‘종이책’ 독자(71.0%)나 ‘전자책’ 독자(26.5%)보다 높은 88.8%로 독자 유형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나아가 조사 시점 기준으로 최근 3년 이내에 전자책을 접한 비율이 91.4%로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기와 맞물리며, 앞으로 이용 가능한 콘텐츠의 확대와 서비스 및 각종 기술적 여건이나 서비스 방식의 개선으로 전자책 이용자를 위한 독서환경이 갖춰질수록 하이브리드 독자층이 확산될 것으로 예견하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전자책 이용 인구 비율은 성인 13.9%, 초․중․고 학생 38.3%(초등학생 38.7%, 중학생 41.4%, 고등학생 34.9%)로 나타났다(한국출판연구소, 2013). 이 가운데 종이책을 전혀 읽지 않고 오로지 전자책만을 읽는 독자는 성인 0.9%, 학생 0.8에 그친 반면 종이책과 전자책을 병독하는 독자(하이브리드 독자)의 비율은 성인 13.0%, 학생 37.5%로 전자책 이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병독 현상과 함께, 종이책 독자가 전자책도 읽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독서습관(읽기습관)이 있고 독서 선호도가 높은 독자층의 경우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을 병행해서 읽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역대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성인의 전자책 이용률은 2007년 6.8% → 2010년 11.2% → 2013년 13.9%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전자책 독서율은 종이책 독서량이 많은 집단에서 보다 많이 증가하는 비례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이는 전자책 독서율 증가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 독자층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는 독자층의 유형을 ‘종이책 독자’, ‘전자책 독자’, ‘종이책+전자책 독자(하이브리드 독자)’, 연간 독서량이 전혀 없는 ‘비독서자’로 구분했는데, ‘하이브리드 독자층’은 연령, 학력, 직업, 소득 수준, 거주지 규모 등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이 ‘종이책 독자’에 비해 유사한 수준에서 높게 나타났다. 즉 연령이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직업별로는 대학생 및 관리직․전문직․사무직군에서, 상대적으로 고소득이면서 중소도시 규모 이상 거주자라는 점이다(<표 2> 참조). 특히 연간 종이책 독서량은 ‘종이책 독자’가 12.0권, ‘하이브리드 독자’가 16.7권으로 나타나, 하이브리드 독자가 종이책만 읽는 독자층보다 독서량에서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이브리드 독자’의 전자책 독서량(연평균 6.7권)을 종이책 독서량과 합할 경우 총 23.4권으로, ‘종이책 독자’에 비해 약 2배 수준의 독서량을 나타냈다.
초․중․고 학생의 경우에도 연간 종이책 독서량은 ‘종이책 독자’가 32.9권, ‘하이브리드 독자’가 34.8권인데, ‘하이브리드 독자’의 연간 전자책 독서량이 19.0권으로 종이책과 합한 총 독서량은 53.8권이나 되어 종이책만 읽는 독자층보다 전체 독서량이 20.9권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독자층은 여가시간이 다른 독자 유형과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과 그 비중이 높아 전체 독서량 역시 높게 나타났다. 공공도서관 이용률 및 이용 횟수, 독서 관련 프로그램 참여율이나 독서동아리 활동 등 독서 모임 참여율도 다른 독자 유형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하이브리드 독자층은 주위사람과의 독서대화 정도, 성장 과정에서 부모나 교사에게 독서 권장을 받은 경험, 독서가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는 정도 역시 다른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독서 장해 요인이 다른 독자 유형과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뚜렷하고 활동적인 독서 행동을 나타냈다(<표 3> 참조).
하이브리드 독자층의 독서행동 측면의 특징으로는 이동시 또는 도서관에서의 독서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고, 책을 읽는 이유 가운데 ‘즐겁고 습관화되어서’라는 응답 비율이 14.5%로 다른 집단(‘종이책’ 독자 5.3%, ‘전자책’ 독자 1.0%)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또한 도서 정보원으로 본인이 직접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비율과 함께 인터넷 및 SNS를 ‘종이책’ 독자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읽을 책을 구하는 방식에서도 구입 못지않게 도서관 대출이 가장 활발했다(<표 4> 참조).
이러한 하이브리드 독자(성인)의 특성은 초․중․고 학생층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여가활동 중 독서시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연간 독서량, 공공도서관 이용, 독서동아리 참여율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이브리드 독자(학생)들은 어릴 때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준 경험, 주위사람과의 독서대화 정도, 현재 부모나 교사의 독서 권장 정도가 상대적으로 다소 높게 나타나 독서환경의 영향이 작용함을 보여준다(<표 5> 참조).
한편, <어린이(5~10세)의 독서 및 도서관 이용 현황 조사>에서는(한국출판연구소, 2012a), 양육자(보호자)의 가정환경이나 독서 관심도가 자녀(어린이)에게 직결된다는 사실과 함께, 어린이의 전자책 선호도보다 종이책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나이가 어린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일수록 전자책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1) 이 조사에서 5~10세 어린이들의 전자책 이용 실태를 알아본 결과, 어린이들의 전자책 이용 경험률은 14.8%로 낮은 편이었고, 전자책 이용 경험이 있는 어린이들도 대부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더 선호하는 경향(종이책 선호 70%, 전자책 선호 15%)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독서량이 많은 어린이일수록 전자책 이용률은 높았지만 종이책 선호도가 훨씬 컸고, 독서량이 적고 ‘독서 선호도’(책 읽기를 좋아하는 정도)가 낮은 어린이일수록 전자책 선호도는 높게 나타났다. 다양한 전자책 이용 매체들이 종이책에 비해 매체적 흥미를 유발시키기는 하지만 실제의 가독성이나 입수 가능한 콘텐츠의 범위, 독서습관 등 여러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종이책의 장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2012년 전자책 독서실태 조사>에서, 평소 주로 읽는 분야의 책 내용은 같고 형태만 다를 경우 매체 선호도에 대해 ‘종이책’ 선호도가 47.7%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오디오북’(19.5%), ‘모바일 기기의 전자책’(19.2%), ‘컴퓨터 화면의 전자책’(13.6%) 순으로 나타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한국출판연구소, 2012b). 즉 이 조사에서 중간 세대인 30~40대와 신세대인 10대의 종이책 및 전자책 선호도 차이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계속)
1) 어린이 독서와 관련된 논의에서도 전자책이 큰 화두가 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대부분의 어린이(5~10세)가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는 향후 상당 기간 어린이 독서교육이나 출판, 어린이 이용자 대상의 도서관 정책 등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 본 기고글은 『韓國出版學硏究』 제40권 제3호(통권 제68호)에 실린 논문으로, 필자의 동의 아래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