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생긴 곳에서 답도 찾을 수 있다.” 건축가 고(故) 정기용 선생님께서 우리나라 건축물이 마구잡이로 세워져서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었을 때 고민하며 하신 말씀이다. 지금 우리 학교의 현 실이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어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아우성을 쳤다.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많아서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 의 말씀처럼 문제의 답을 학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 혁신학교가 그 답이다!
2010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새로 운 교육을 시도했다.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제투성이인 학교를 바꾸어 보고자 교사들이 피나 는 노력을 하였다. 교사들의 열정과 땀으로 많은 학교가 변했지만 실패한 학교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학교도 있다.
2014년, 우리나라의 교육에 희망의 등불이 반짝반짝 켜졌다. 각종 비리와 세월호 사건 등 총체 적 난국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교사들에게 13개 지역의 진보교육감 탄생은 단비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경남의 박종훈 교육감도 공약 1번을 혁신학교 운영으로 내세우고, 업무를 시작하면서 혁신 학교 설명회를 열었다. 아주 많은 교사들이 관심 을 보였다.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경남형혁신학교 리더과정연수’를 개설하였다. 4일 동안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가열찬 연수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경기도와 서울의 혁신학교 운영사례를 들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의욕에 찼던 교사들이 마음이 맞지 않아 서로 반목하고 학교 분위기가 아주 나빠졌었다고 한다. 모든 강사들은 한결같이 내 것을 고집하지 말고 남의 말 듣기를 강조하였다. 성찰과 경청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여러 번 힘주어 말하였다.
여러 학교의 사례 중에서 경기도 보평초등학교 서길원 교장선생님께서 제시한 혁신학교 전략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학교를 바꾸고 싶다면, 첫째로 학교의 전 직원 들과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비전 을 함께 세우고 학교장은 물론 모든 교사가 변화 혁신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조직을 교육활동 중심 의 시스템으로 개편한다. 둘째, 윤리적 생활공동체로 바꾼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윤리적인 실천을 통해 상호존중의 교실문화를 만들어 가면 자연스럽게 교실이 행복해지고 학교 는 안전하게 된다. 셋째,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바꾼다. 학교교육과정을 협업시스템으로 조직하고 집단 지성을 통하여 공동수업을 하는 교직문화로 바꾸어 간다. 동학년이 함께 연수하고 연구하여 수업의 전문성을 향상시킨다. 넷째, 창의적 교육과정을 발휘한다.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고, 윤리적 생활 공동체로 변화하여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굴러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창의적 교육과정이 발휘된다. 학습자의 자기주도성과 능동성을 발현하는 참된 학업성취가 이루어진다. 교사와 학생이 저절로 관계 회복이 되며 교사는 삶의 보람을 느끼고 학생은 배우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런데 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교도서관이 해야 하는 일이 참 많다. 학교의 비전을 세울 때, 생각을 모으기 위해서는 교사독서동아리를 조직하여 공부를 해야 한다. 윤리적 생활공동체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책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수다.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바꾸기 위해서 학교도서관의 많은 도서와 비도서 자료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도서관의 자료들은 창의적 교육 과정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혁신학교를 만들어 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서포터임에 틀림이 없다. 선생님들이 혁신학교를 준비한다면 학교도서관에 혁신학교에 대한 책과 배움의 공동체와 관련된 책을 다양 하게 구입해 놓자. 권해 주고 함께 읽으면서 같이 만들어가자.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미리 안내해 활용할 수 있게 하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한테도 널리 알리자.
좀 더 욕심을 내보고 싶다. 도서관과 독서교육으로 활짝 피는 혁신학교를 만들어 볼까! 행복한 독서를 위해서 1학년에서 6학년이 되는 과정에 수준에 맞는 독서활동을 권장한다. 책과 친해지는 환경을 만들고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그림책을 따뜻한 음성으로 읽어 준다. 다음에는 책을 읽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한다. 좋은 책은 깊이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문제해결력을 키우기 위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도서관 이용교육을 체계적이고 세심 하게 지도한다. 개인학습과 모둠학습을 병행하면서 문헌자료와 정보검색 활용방법도 학년 수준에 맞게 조금씩 꼼꼼하게 알려 준다. 점점 도서관의 자료를 마음대로 활용할 줄 알게 되면 스스로 배우고 함께 공부하는 학생이 될 것 같다. 아이들도 학부모도 교사도 행복한 도서관 중심 혁신학교, 꿈을 현실로 만들어 봐야겠다.
출처 : 『학교도서관저널』2014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