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김해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가 2014년 8월 7, 8일, 김해에서 열렸습니다. (주최 : 김해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출판인회의,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인제대학교 인문학부)
'우리는 왜 역사를 말하는가?'를 주제로, 전국 44개 학교에서 모여든 176명의 학생들이 강신익(『불량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 김별아(『가미가제 독고다이』), 박숙자(『속물 교양의 탄생』), 백승종(『금서, 시대를 읽다』) 작가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나라의 청소년들이 과열된 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인정하고 성숙을 도모할 수 있도록 이러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래 질의응답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여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강신익
저는 이 지역하고 관계가 많습니다. 인제대학에서 근무했고, 치과 의사로서 20년 살아왔고, 나이 40대에 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서 철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인문의학 뭐 이런 걸 합니다. 하여간 오늘내일 이것과 관련해서 제가 쓴 책을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다.
김별아
이름이 좀 그렇죠? 제 이름은 필명이 아니라 본명이구요. 제 아들이 이제 고3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미래의 어머니죠. 엊그제가 수능 100일 전이었구요. 이제 98일 남았죠. 이번 방학동안 자소서를 쓰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대부분 스펙을 쌓기 위해 행사에 참여하는데, ‘행사 자체에 참여했다’ ‘여기 와서 전국대회를 했다’ ‘상을 받았다’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하는가? 그게 성공의 경험일 수도 있고 실패의 경험일 수도 있지만 여러 친구들을 만나 사귀고, 새로운 경험을 했고, 그게 나한테 어떤 영향을 주었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참여하면 훨씬 이야기가 풍부해질 것 같습니다.
박숙자
제 책 읽으시면서 PPT 만든 걸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아, 내 책을 누군가가 이렇게 읽고 자기 감상을 만들고, 또 자기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또 자기 역사를 만드는구나. 사실 이게 전체가 하나의 책이라고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책 쓴 사람만의 책이 아니라 책을 읽고 책을 말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책. 어떤 자랑이라거나 소장이라거나 이런 것들이 아니라 읽고 나누고 사람을 연결해 주는 힘으로서의 책. 아마 이 자리가 그런 자리가 아닌가 싶어요. 여러분들이 어떤 이야깃리를 만들어 왔는지 너무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백승종
역사가는 여러분들, 가령 제 책 속에 나오는 조정래라고 하는 유명한 소설가분이 계시잖아요. 조정래 선생님은 제가 보기에는 아주 세밀한 르포를 쓰는 사람 같아요. 소설보다는 르포 같아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은 역사를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제 책이 너무 어려웠나요? 하여튼 여러분과 함께 오늘 좀 재미있게 잘 놀고 싶습니다.
▣ 개별질문
안정적인 치과의사 생활을 20년간 하다가 40대에 유학을 가 인문의학이라는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강신익)
한 마디로 얘기하면 치과가 징글징글했어요. 20년은 잘 했지만 제 적성에는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한 거죠. 저는 그런 거 같아요. 여러분도 진로 설정하셨다가 안 맞는다고 판단 될 때가 있을 거에요. 그럴 때 저는 그냥 버려라, 이것저것 앞뒤 따지지 말고 버려라 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살 구멍을 다 만들어 놓았죠. 어떻게 말하면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간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 일단 떠나고 보자는 생각을 했고, 온가족이 모두 함께 유학을 떠났고, 2년 동안, 유학기간 동안을 굉장히 즐겼어요. 내 인생동안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나 처음 느꼈죠. 치과대학 나오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었는데 거기서 먹을 거나 입을 거 잘 못 사면서 살 때가 그렇게 행복했다는 거에요. 읽고 싶은 거 읽고, 알고 싶은 거 알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뭐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았고, 돌아와서 뭐가 되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를 해보고 싶어 갔는데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우연인지 몰라도 한국의 의료계가 인문학을 필요로 했던 때였어요. 의사들이 사회를, 인간을, 인문학을 알아야겠다는 자각을 하고 있을 때 제가 돌아온 거죠. 그래서 대학으로 들어가고 인문의학이라는 한 분야를 만들어서 일을 해왔고 지금 저는 굉장히 행복합니다.
특별히 역사를 주제로 다루는 이유는? (김별아)
올해가 21년차 작가인데요. 93년에 데뷔를 한 거죠.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꿈을 꾸었고,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길을 엿보지 않고 현재까지 꿈대로 살고 있는 거죠. 좋은 직업을 가져도 행복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직업을 가져도 안 행복할 수 있어요. 돈이 너무 없어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 게 암울했어요. 남들이 월급 받는 만큼이 연봉이었어요. 사실 그 때 닥치는 대로 글을 썼어요. 어린이 책, 잡지사 프리랜서로도 일하고, 유명 정치가, 사업가 등의 대필 작가로도 일했어요. 그게 제일 돈벌이가 되었어요. 글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내가 쓰기 싫은 것도 쓰면서 살아왔죠. 그러면서 고민을 했죠. 글만 쓰면서 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역사 같은 경우는 예전에는 장르소설로 분류되었고 남성작가 위주였는데 여성작가가 쓸 수 있는 것이 있겠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과 그 이유는? (박숙자)
내 인생을 바꾼 책을 묻잖아요. 그럼 그 기억에 나는 책 한 권을 보통 얘기하는데, 사실 명작은 매 순간, 매일, 나이를 먹으면서 지속적으로 자기 안에서 명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인생의 명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실은 내 삶 안에서 나에게 영향을 주는 책이 있느냐? 그런 생활을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동네에서 마을에서 학교에서 책 읽는 모임을 많이 하고 있구요. 여러분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사범대학생들과 수업을 하는데요, 이 학생들과 어떤 수업을 했느냐면, ‘만약에 내가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를 한다면 어떤 단원을 구성해서 하고 싶은가?’라는 수업을 했어요. 그때 학생들이 생각한 게 많은데... 예를 들면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는 단원 혹은 내 이웃과 같이 살아가는 단원 혹은 다문화 사회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단원, 이렇게 자기 삶에서 필요한 어떤 단원을 구성했는데... 그 수업의 하나로 다문화 사회에서 친구들과 같이 살아가는 수업이라는 단원명을 만든 학생이 있었는데, 여러분들이 많이 아는 완득이를 그 안에 넣었고, 같이 학습활동과 수업을 했어요. 맨 마지막 학습활동으로 완득이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제안을 했는데, 거기에 있던 25명 정도의 학생들이 완득이를 그렸는데 완득이 모양이 대부분 유아인으로 나왔어요. 근데 단 한 명의 학생만 완득이 얼굴에 빗금이 그려져 있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 학생이 대답하기를 완득이는 얼굴색이 우리랑 다릅니다, 그 불편함을 이해하는 게 이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완득이를 말끔하게 이렇게 그리는 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게 아닙니다 라고 얘기를 했어요.
중요한 것은 완득이를 명작으로 읽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나의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가 명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10대의 명작, 20대의 명작, 30대의 명작, 내 인생의 분기점마다 끊임없이 나의 명작은 있는가 고민하는 것, 그리고 그 명작을 끊임없이 동사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또 작품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가? 제대로 읽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았는가? 이런 질문이 충족이 된다면 그 책은 나의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 정말 많은 학교에서 강의하셨는데 몇 학교에서 강의를 하셨고, 기억에 남는 학교는? (백승종)
몇 학교인지는 잘 모르겠구요. 밥이 맛있는 학교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 학생질문
인간의 존재 이유가 번식인가요? (강신익)
그렇습니다. 진화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기본적인 법칙을 따르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정복자 두 생명체를 얘기합니다. 하나는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개미입니다. 두 생명체의 공통점은 사회를 이루고 협동을 한다는 것이죠. 진화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생존과 번식이고 생존과 번식에 성공하려면 경쟁을 해야 하는데 두 생명체는 기본적인 법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지구를 정복했습니다. 인간 삶의 목적이 번식이라면 가장 성공적인 사람은 정자은행에 정자를 많이 기증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인간은 그런 생존 경쟁의 법칙 또는 진화의 법칙 위에, 뇌로 얘기하면 전두엽이라는 커다란 기관이 있어 전두엽 이전 단계까지는 본능적 진화의 법칙에 영향을 받지만,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달리 행위를 통제하고, 가치를 가지며 그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게 인간이죠.
작가님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성이신가요? (김별아)
호락호락하지는 않죠. 사실 우리가 여성성에 대해 가지는 전통적인 여성상은 수동적이고 착하고 순종적인 사람인데, 그게 사실 상당히 왜곡된 여성상이라고 생각을 해요. 근대에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외부인의 눈으로 관찰한 기록을 보면 조선의 여성들, 특히 양반의 여성들은 “다 미쳤다”, “다 정신병이다”라고 기록했는데 그게 조선말 200~300년에 걸쳐 여성들을 통제한 결과거든요. 요즘 학교나 기업에서 창조적인 사람을 강조하는데 창조적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용기,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것인데, 그렇게 행동하면 남자는 꼴통, 여자는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한 번도 안 들어볼 수가 없고... 저도 그런 소리를 숱하게 들었거든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글을 썼기 때문에 호락호락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편집중독 증세에 대해 반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숙자)
여러분들은 덜한 것 같은데 지금도 많은 분들은 교양이 조금 부족하다 생각하면 올봄에 혹은 올 겨울에 세계문학전집을 독파해야지 혹은 남들이 추천하는 고전 목록을 독파해야지 하면서 내 삶에서 필요한 무엇을 찾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교양, 대개 인간이 되기 위한 독서를 주위에서 많이 하더라구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런 식의 독서를 한 적도 있고, 그렇게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런 걸 보면서 참 좋은 책이 많이 나오는데 안타깝다고 생각했고, 내가 공부하는 문화사 속에서 이것을 해명하고 분석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책이 금서가 된다면 기분이 어떠실까요? (백승종)
만약에 제 책이 금서가 된다면 서울에 제일 좋은 호텔로 초청해서 밥을 사도록 하겠습니다. 제 책이 금서가 되면 돈방석에 앉겠지만 제 책은 금서가 될 수가 없어요.
이 자리에 함께한 다른 3분의 저자분들 책 중에 금서가 될 만한 책이 있을까요? (백승종)
제 책의 제목처럼 금서는 시대를 읽는 하나의 거울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저자 분들의 책은 다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다 금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참된 교양은? (박숙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교양이라고 하는 건 어떤 목적을 갖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나와 타자가 소외되지 않고 같이 잘 살아나갈 수 있는가?’ 하는 그런 의문을 던지는 책과 생각이 교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천민의 신분 중 굳이 백정을 고른 이유가 있나요? (김별아)
조선의 여덟 가지 천한 신분 중에 백정 같은 경우, 실제로 진주 하 씨 족보를 사잖아요. 형평사운동이 진주에서 처음 시작을 했고. 임진왜란 때 실제로 조선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있어요. 일본이 기술자들, 도공들을 데리고 갈 때 떠나가던 배를 좇아 자신들도 데려가 달라고 바다로 뛰어들던 사람들이 있었죠. 그게 백정들이에요. 여기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느니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거죠. 백성이, 민중이 버린 나라는 이미 나라가 아닌 거죠.
그런 의미에서 나라가 사라진 상태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가지고 도대체 어떤 것에 희망을 걸고 어떤 영광을 보이는가? 제일 많이 나오는 건 돈 얘기가 많이 나와요. 저는 식민지 시대가 단순히 민족의 문제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다양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도 늙어가는 존재 아닌가요? 우리에게 늙어가는 가치가 있다면 어떤 가치일까요? (강신익)
흔히 그러죠.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그게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죠.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과학적으로 시간은 흘러가는 거라 배웠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생물학에 보면 유전자 DNA 나오잖아요. 그중에 실제로 형질을 발현하는 것은 5%도 안 되요. 95% 이상은 아직 모르는 거죠. 최근에 95%의 알 수 없는 것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는데 그것이 세월이라고 생각해요. DNA 속에 우리가 쌓아온 생명이 담긴 시간이 있는 거죠. 무지막지한 시간이죠. 30억년 정도 되는 생명의 역사가 DNA에 쌓여 있는 거죠. 우리 몸 속에는 생명의 역사, 우리 생의 역사가 담겨있고, 역사에는 역사적 시간이 담겨있는 거죠. 제가 50살이라 가정한다면, 지금까지의 쌓인 세월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여러분 같이 17살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공통점은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여러분들과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여러분 나이 때에 저의 삶을 되돌아보면 저는 후회를 해요.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길이라고 해서 쫓아갔는데 막상 그 길에 가보니까 이건 아닌 거에요. 행복하지 않더라구요. 그걸 30대에 깨닫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40대에 저지른 거죠. 저는 저지른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가끔 TV를 보면요, 문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나오는데 그 중 한 학생의 주장이 춤을 추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거였어요. 선생님이 한참 들어보니 학교를 그만두는 게 그 학생이 행복하겠다 싶은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도와주고 결국 그 친구는 춤을 추게 되었어요. 지금 그 친구가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행복은 어디 있는 것을 참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에요. 목표일 수가 없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회상을 해보면 행복한 경우가 많죠. 그래서 세월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내 몸에 차곡차곡 쌓여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쌓여간 지혜가 나온다는 거죠.
▣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백승종
청춘은 청춘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애를 좀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박숙자
책을 읽는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잖아요. 외롭고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는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책을 읽는 것이 즐거운 활동이구나 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어요.
김별아
저는 해보고 싶은 게 따로 없어요. 공부도 할 만큼 하고, 놀기도 놀만큼 놀아봐서... 저는 하고 싶었던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얘기하고 싶어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담배를 배웠는데... 지금까지 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중독은 끊는 게 아니라 참는 거라서 담배를 배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싶어요.
강신익
저는 댄싱나인을 보면서 춤을 추고 싶어졌어요. 제가 굉장히 몸치거든요. 근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춤을 추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유는 제가 치과의사 출신이고 몸에 관련한 철학을 공부했는데, 실제로도 몸을 움직이고 몸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전통춤을 공부하시는 분을 봤는데 이분은 학술대회 발표를 춤으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언젠가 배워보리라 하고 있었는데 댄싱나인을 본거에요. 몸에 흐름이라는 게 있잖아요. 또 생각나는 게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 중에 춤추는 벽화가 있는데 보기만 해도 덩실덩실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 마무리 질문
교수님은 우리나라 미시사 연구의 개척자라고 알고 있는데 미시사가 뭔가요? (백승종)
미시사라는 것은 마이크로 히스토리거든요.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것들은 대부분 거시사죠. 거시적인 안목에서 본다지만 제 기준으로 보면 주로 소유와 지배의 역사를 배워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소유와 지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늘 꿈꾸고 그것을 위해 경쟁을 했죠. 근데 나는 그런 것을 반대합니다. 소유와 지배는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럼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 인간을 인간답게,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사랑입니다. 거시사는 소유의 역사지만 미시사는 사랑의 역사다. 사랑의 역사는 소유가 부정되는, 지배가 부정되는, 공존이, 상생이 위주가 되는, 거창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중앙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중앙의 입장에서는 늘 변경이라 생각되었던 곳이 다시 중앙이 되는 그런 것입니다.
고전 중에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명작이 있다면? (박숙자)
작년에 레미제라블이 굉장히 선풍적인 인기를 많이 끌었잖아요. 그래서 특강을 많이 다녔는데 자기가 숫하게 10년 동안 여러 레미제라블을 읽었는데 이번 영화만 감동적이다, 그 전의 레미제라블은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는 질문이 굉장히 많았어요. 너무 당연한 얘기에요. 왜냐면 그 전의 장발장 레미제라블은 너무나 가난한 고아의 성공 이야기였고, 영화에서는 가장 핵심이 장발장의 추격전이거든요. 그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경찰을 피해서 얼마나 잘 뛰어다니느냐 였어요. 그 영화를 보면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겠어요? 최근에 개봉한 레미제라블은 그런 가난한, 도망치는 영화가 아니에요.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자유롭게 살 것인가?’, ‘내가 어떻게 하면 평등한 인권을 누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사실 그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사회를 구속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누구인가’란 유명한 노래가 여러분들의 마음을 울린 겁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자꾸 명작과 속물교양을 얘기하니까 새로운 것, 아 그럼 여태까지 읽은 건 다 명작이 아니고, 고전을 다 무시해야 하고 이런 게 아니라 지금 우리 손에 쥐고 있는 고전과 명작을 어떻게 읽고 제대로 해석하느냐 그리고 이 명작들을 내 삶과 어떻게 연결시켜서 이해해야 하느냐가 핵심입니다. 고전을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 영국에서는 몇 십년동안 계속 레미제라블을 1년에 한 번씩 꼭 뮤지컬로 만듭니다. 뮤지컬 맨 마지막에 노래가 울려 퍼질 때 잠깐 사회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레미제라블을 통해 아이를 키웠습니다. 이때 수천 명이 앉아있는 극장 안으로 백여 명의 학생이 노래와 함께 들어옵니다. 우리가 레미제라블을 통해 키워낸 아이들이고 10년, 20년 후에는 이 레미제라블의 가치를 가지고 이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잠실돔 같은 극장 안에서 그 뮤지컬에 섰던 10년 전 배우, 25년 된 배우,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무수한 레미제라블이 어떻게 영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공감을 얻어냅니다. 하나의 명작은 시민을 키워내는 힘이고, 학생들을 키워내는 힘이고, 이 사회를 만드는 힘입니다. 이런 해석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빠진 명작은 명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책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책은? (김별아)
제가 제일 애정이 가는 책은 가미가제 독고다이에요. 그 이유가 조선이나 중세나 고대는 부담 없이 독자들이 찾는데, 근대는 많이 불편해해요.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근대 이야기를 세 개를 썼는데, 그 세 번째가 가미가제 독고다이에요. 한국에도 일본에도 가미가제와 관련된 자료가 없어요. 그래서 캐나다에 살면서 안 되는 영어로 원서와 수기를 읽어가며 굉장히 어렵게 썼고, 그 과정도 좋았고 저한테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고 근대의 좀 다른 모습들, 그냥 역사로 기록된 것 말고 인간을 볼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써서 애정이 가요.
인문의학이란? (강신익)
의대를 가려면 문과, 이과로 나눌 때 이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알아야 되잖아요. 사실 인문의학이란 말은 어폐에요. 의학은 원래 인문학이죠. 의학에서 사람을 잊어버리니까 인문의학이란 말을 억지로 만들어낸 거예요. 의대는 자연과학이고, 인문학이고, 사회과학이에요. 왜 사회과학이에요? 건강은 사회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자연과학인 이유는? 우리 몸이 생물학적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 다음에 아픈 사람을 치료하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 해요. 그 사람의 환경, 가치관, 어떻게 살아왔는지 역사를 알아야 해요. 그걸 다 안 가르치니까 그걸 가르치기 위한 학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