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4일 금요일 오후, 느티나무도서관재단 3층 세미나실에서는 '도서관 관련 재단의 활동과 역할'을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날은 노영주(느티나무도서관재단 상임이사), 안정희(느티나무도서관재단 상임이사), 이용남(한성대 명예교수,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이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김태윤(어린이도서관문화재단 대표)가 참석하여 더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이 발행하는 'VOL(The Voice Of Library)'에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 게시된 좌담 내용을 아래 게재합니다.
노영주
도서관 관련 재단 관계자들을 모시고 재단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은 2013년으로 재단 10주년이 되었고, 그동안 도서관계 여건과 상황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은 향후 재단운영의 방향 설정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 모임이 계기가 되어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우선 각 재단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과 느티나무도서관재단
2000년에 개인의 사재로 사립문고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이 설립되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운영주체를 세우고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뜻에서, 2003년에 재단을 설립했어요. 용인시에 시립도서관이 한군데 밖에 없던 시절에 느티나무도서관은 마을사랑방 역할을 해냈고, 작은도서관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에 도서관학교를 열어 현장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2007년 320평 건물을 지어 현재 위치로 이전하고 공공도서관으로 등록을 하게 됩니다.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의도가 있었던 거지요. 전국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사업을 2년간 수탁하기도 했고, 성북구 3개 도서관에 이어 파주시 4개 도서관을 위탁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에 재단 설립 10주년이었는데, 도서관 현장의 실험과 활동을 정리해서 외부로 발신하는 역할에 힘을 싣고자 합니다. 그동안 용인시에도 시립도서관이 11개 생겼고 동네마다 작은도서관이 들어섰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면서 현재 상황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안찬수
연혁을 보니까 2003년에 재단을 설립했을 때는 느티나무문화재단으로 되어 있던데 지금은 느티나무도서관재단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노영주
재단 설립 시기부터 도서관재단이라는 명칭을 쓰려고 했지만 당시 여건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2007년에 느티나무도서관이 공공도서관으로 등록하면서 비로소 도서관재단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재단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안찬수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느티나무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한 재단(느티나무도서관+재단)으로 생각해왔는데, 앞으로는 도서관도 운영하는 도서관재단(느티나무+도서관재단)의 방향을 모색한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재단의 주요 역할이 그동안은 도서관 운영이었다면 이제는 도서관재단으로서 포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거지요?
안정희
그렇습니다. 그동안 재단이 도서관운영에 초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도서관운영의 비중만큼 다른 활동들도 하려는 생각인 거지요. 도서관재단의 고유 업무를 다양화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영주
작년에 도서관과 재단 13년의 기록을 갈무리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한정된 재원과 인력으로 도서관운영에 전력을 다하면서는 그간의 시행착오와 활동 결과를 정리할 여력이 없다는 거지요. 현장에서 왜 어떤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고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정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안찬수
‘책읽는사회’는 책, 독서, 도서관, 출판 등 여러 영역이 연대하여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자 시민연대단체로서 2001년에 출범했습니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그 이름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창활동을 위한 연대단체로 출발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민단체의 성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재단을 설립하게 되었느냐 하면, 2001년 말부터 2003년까지 공중파 방송국과 독서캠페인을 전개하고 ‘기적의도서관’ 건립운동을 할 때, 도서관 건립 재원을 모아서 집행할 주체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비영리 법인으로 등록한 거지요.
안정희
시민단체 성격이 있는데 왜 사단법인으로 하지 않고 재단법인을 하셨는지요?
이용남
처음에 8개 단체가 연대해서 시작할 때는 단순한 민간단체였는데, 각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재정도 각기 조금씩 책임지기로 했으므로 충분했어요. 그런데 문화방송 기적의도서관 건립운동과 관련해서 큰 단위의 돈을 운용하는 업무 수행을 위해 별도로 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이지요.
안찬수
원래는 공동의 테이블을 만들려고 시작했는데 재단의 독자활동이 커지면서 지금은 두 단체가 따로 등록되어 있어요. 재단의 활동은 책 읽는 문화 전반과 연계되어 있어서 도서관으로 한정될 수 없어요. 저자, 출판, 서점, 도서관, 학교, 시민단체, 소비자, 마을모임, 독서동아리 등이 모두 관련이 있어요. 이런 독서생태계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사명입니다. 애초에 그런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결하려고 연대단체를 꾸린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초기 연대의 틀이 사실상 조금 약해졌어요. 기적의도서관, 학교도서관, 작은도서관, 북스타트 등 재단의 일이 많아졌거든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은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되어 있고 여전히 연대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어요. 연대체의 성격은 약화되었지만 의제에 따라서 다른 틀에서 계속 만나게 됩니다. 느슨한 연대로 되어 있는 거지요.
안정희
여전히 연대운동의 의미가 있고 이슈가 있을 때 결집한다고 하셨는데, 이익단체의 역할과는 어떻게 다른지, 단체의 이해관계가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안찬수
그런 경우가 있지요. 예를 들어, 현재 국회에는 최재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상정되는데, 그 내용이 도서정가제와 관련된 거예요. 10여 년 이상 논의되어온 사안이지요. 이번에 관련 단체들이 협약안을 만들어냈어요. 그런데 2005년경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도서정가제를 관철하고자 하는 입장을 신문에 밝히기 위해서 각 단체의 의견을 취합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취합하는 과정에서 보니까 반쯤은 찬성하고 반쯤은 유보적인 입장이었어요. 사실 어떤 의제와 관련해서는 독서생태계 전체를 위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와 계기가 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출판, 저작자, 도서관 등 각기 전문 영역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있는 거지요. 그렇지만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역할에 따라 각자 목소리를 내면서도 공동의 마당에서 함께 논의하고 목소리를 모아나가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이라는 의제를 바라볼 때에도 ‘책읽는사회’의 관점은, 도서관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하기 보다는 시민사회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는 거지요.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의 활동 방향과 재단법인 도쿄어린이도서관
노영주
느티나무도서관은 용인 수지라는 지역에 기반한 공공도서관이지만, 도서관재단의 활동은 지역과 도서관계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재단은 사회문화 전반의 맥락 속에서 도서관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용남
도서관재단으로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지역에 기반한 특정 도서관이 아니라 전체 도서관문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안찬수
2008년 한일교류 도서관심포지엄 당시에 제가 이해하기는, 지역의 사립 공공도서관으로서 자기정체성을 모색한다고 생각했어요. 재단법인 도쿄어린이도서관처럼 말이지요. 재단법인 도쿄어린도서관은 일본 도서관문화 발전사의 한 사례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본 문고운동의 성쇄 과정에서 재단 이사장 마츠오카 교코 씨가 나름대로 정체성을 찾아간 경우라고 생각해요. 심포지엄을 개최한 당시에는 느티나무도서관 + 재단의 방향성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후에 도서관위탁운영을 하게 되면서 도서관재단의 활동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게 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문고에서 출발해서 공공도서관을 건립하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단을 건립하고 사립 공공도서관이 한국 도서관문화와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차원이 있었다는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많은 것이 확장이 되어서, 도서관재단의 활동이라는 점이 고민의 다른 차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영주
재단법인 도쿄어린이도서관에는 어린이문학이라는 핵심 컨텐츠가 있어요. 컨텐츠를 생산하고 컨텐츠를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컨텐츠에 기반한 잡지를 발간하여 전국망으로 배포하고 잡지 구독료 수익으로 도서관운영비가 충당되는 구조라고 알고 있어요. 느티나무도서관이 다른 도서관들과 지역사회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도쿄어린이도서관처럼 고유한 컨텐츠를 확보하여 지속적으로 생산하면서 인력도 양성하고 운영비도 조달할 수 있는 그런 경우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안찬수
도쿄어린이도서관은 사립 공공도서관인데 어린이문학이라는 전문성으로 일본의 도서관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전체 도서관문화 발전을 도모했다고 봅니다. 느티나무도서관도 어린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도서관을 신축 이전하면서 공공도서관이라는 방향을 선택했을 때는 다른 선택을 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도쿄어린이도서관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공립 도서관의 도서관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방향으로 나간, 어떤 시점이 있었다는 거지요. 저는 그렇게 보았습니다.
이용남
어린이도서관에서 일반 공공도서관으로 바뀌게 된 과정은,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하던 어린이들이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우리 여기 계속 와도 되요?” 라는 말을 하는데 자극을 받았다 합니다. 당시 박 이사장은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자료도 거기에 맞추다 보니, 아예 대상층을 더 넓혀 청년이나 부모들도 함께 이용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자연스럽게 일반 공공도서관으로 넘어갔다 하더군요.
안찬수
그것은 아마도 느티나무도서관 활동 내용이 사회적으로 호출된 거라고 봅니다. 공립 공공도서관이 아직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가 느티나무도서관에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호출하다 보니까, 단순히 한 지역의 도서관이 아닌 다른 역할이 더 강조되는 쪽으로 가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지요. 성북구에서의 ‘실험’이나 지금 당면하고 계신 파주시에서의 ‘도전’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노영주
이사회에서는 느티나무도서관 운영 말고 재단의 다음 단계 목표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알고 있어요. 전국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사업 수탁이나 도서관위탁운영 등이 그런 요구와 관련이 있지 않나 싶은데요.
이용남
재단 10년이 다가오면서 느티나무도서관 운영만이 아니라 도서관운영의 정신을 확산시키는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거지요. 10년이 되는 시점이라면 지금까지의 비젼도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주문이 있었고, 이사장은 느티나무도서관 현장에서의 다양한 시도와 성과물을 도서관계에 확산하는 노력 강화의 방향이란 입장이었다고 이해했어요. 그러던 차에 이와 관련된 사업 공모가 있어서 참여하게 된 것이지요. 즉, 도서관재단에서는 지역의 느티나무도서관을 하나의 임상 현장처럼 운영하면서 다양한 시도에 근거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그 경험을 확산시키는 사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고 봐요.
김태윤
느티나무도서관이 어린이도서관에서 공공도서관으로 되면서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는 쪽으로 확장이 된 거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