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
지금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요, 신성욱 선생님 포함해서 꼭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도 궁금할 것 같다, 질문을 꼭 하시고 싶으신 분은... 한 두 분 정도 받겠습니다. 없으신가요? 예, 저쪽에 한 분 계시네요.
권오준
예, 감사합니다. 새 생태동화 시리즈 쓰고 있는 권오준입니다. 아까 브레인쇼크 말씀하신 신성욱 피디님께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사실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10분의 3이라고 하면... 10명에 3명, 100명에 30명이면 별로 와 닿지가 않는데, 100만 명에 30만 명이라고 하면 거의 강원도 춘천시 정도되는 인구가 큰 길, 작은 길, 골목길, 집집마다 모두 다 정신이상자라는 이야기인데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끔찍한 교육 상황에서 과연 ‘북스타트’ 같은 게 얼마나 소용이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요. 지금 미디어 종사자로서 이런 끔찍한 블랙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간명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좀 듣고 싶습니다. (웃음)
신성욱
블랙홀은 원래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블랙홀인데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없을 지경으로 큰 흐름이 되어버렸죠. 그런데 한 가지 좀 재밌는 양상은 지금 출산율이 매우 떨어지고 있죠.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이 올해 같은 경우가 약 85만 명 정도 되는데요. 10년 뒤이면, 30만 명대로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저는 오히려 앞으로 한 10년 사이에 우리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입시, 경쟁교육, 이 패러다임이 인구 요인에 의해서 순식간에 바뀔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역사가 진전됐던 것들도 보면 누가 이렇게 했다는 것보다는 매우 유연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래서 일단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들의 경우에 우리 인간성의 기반이 되는 생물학적 기반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양의 문제보다는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류를, 새로운 세대를 목격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봐야 되고요.
북스타트가 사실 별 볼일 없죠. 그런 큰 흐름에 무슨 변화를 주겠습니까. 하지만 다양한 대안들이 지금 여기저기서 누군가에 의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꼭 북스타트 자체만 가지고 어떻게 연대할 거냐는 논의보다는요, 다양한 대안을 찾는 흐름들이 있으니까 그런 데도 좀 눈을 돌리고, 같이 영감을 얻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인구 변화 요인에 대안이 재밌게 살아있으면, 아마 급속도로 이쪽으로 빨려갈 거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백원근
예, 새로운 블랙홀을 만들자? (웃음) 별로 영향력이 없다고 하시면서 또 블랙홀을 만들자고 그러시네요?
신성욱
재밌게 놀다보면 같이 놀 사람들이 모여들 것 같으니까요.
백원근
예. 재밌게. 저기 어린이도서연구회 여을환 상임이사님께서 자리해주셨는데요. 어도연에 비하면 10년의 역사라는 건 굉장히 짧죠. 응원의 메시지 한 말씀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을환
예, 안녕하세요? 어린이도서연구회 여을환입니다. 저기 뭐... 일단 축하드립니다. 고생 많으셨고요. 점점 인류 유전자 속에서 모성이라는 것이 약해지는 시대에 사회적 양육이라는 멋진 걸 시작하고 또 이 만큼 일궈오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하고 박수를 드립니다.
같은 동료로서 저희도 아이들하고 독서를 어떻게 해볼까 고민하면서 막막한 심경에 빠질 때가 되게 많구요. 놀이냐, 학습이냐, 그렇죠? 에듀테이먼트 같은 시류에 빠지지 않고, 뭔가를 소비하는 그런 거를 덧붙여주지 않고... 그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오늘 말씀해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같이 고민하고 싶구요.
오늘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저는 활동하면서도 평소에 그런 생각 많이 하거든요. 그 놀이냐, 학습이냐, 또는 어떻게 잘 할 수 있느냐 할 때에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뭔가 아이들을 흥분시키는 자극,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경험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수줍음이 많고, 남이 자기를 주목한다는 것에 약간 긴장하고 두려움을 갖습니다. 그런 거를 아이들 속에서 많이 보게 되는데, 우린 아기들이 기쁨을 터뜨리고, 뭔가를 더 터뜨리기를 기대하는 것 같아요. 여럿이 무리를 모아놓고 말이죠. 지켜보는 눈도 많고...
그래서 저는 흥분하는 게 아니라, 소음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거나 가만히 있는 거, 뒹굴거리는 거, 햇빛을 느끼는 거... 자극을 더하는 게 아니라, 자극을 조금 더 줄여나가는데 우리가 일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책이라는 건요, 외면으로 보면 매우 둔감해지는 거거든요? 책에 몰두하는 순간은 밖에서 보면 되게 둔감해 보이는 거죠. 뭘 하는지... 그런데 안에서 뭔가 자기를 활성화하는, 그런 거잖아요? 우리가 만드는 문화는 흥분되고 자극적인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도 모르게 뭘 해보려고 하면, 잘 했다고 하면 (흥분되고 자극적인)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한 마디만 더 하면, 시장화된 교육, 그러니까 사교육 시장이 아니라 교육 자체가 시장화되어 있다는 표현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고, 다시 확인합니다. 그런데 우리 역시도 뭔가 변화를 시도할 때 교육에 매달리는 건 아닌가? 강의를 만들고... 그렇죠? 그런데 특히 양육 같은 건 우리가 스스로 뭘 느끼는지 자기 경험을 얘기하고 서로 공감을 만들어가면서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지금 책을 가지고 하지만, 직접 체험의 가치가 점점 더 헐값이 되는 시대에요. 내가 느낀 것보다 책에 쓰인 것이 더 귀하고... 이런 것들이 너무나 심하게 확산됐기 때문에 우리가 뭔가 새로운 생각을 전파할 때도 교육보다는 자기 경험을 나누는 이야기의 자리 같은 걸 좀 더 많이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길었죠? (박수)
백원근
오늘 이 자리가 북스타트 10년을 스스로 자축하는 자리이기도 하면서 또 앞으로 10년을 열심히 달리기 위해서 결의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오신 북스타트 관련 활동가 선생님들 중에서 한분 정도 말씀을 해주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질문을 주셔도 좋고요, 한분 정도만 더 말씀 듣고,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안 계신가요? 예, 손 드셨습니다. 저쪽 뒤쪽에서. 우선 순위를 드리겠습니다.
시민
예, 안녕하세요? 제가 지역에서 북스타트 지부로 활동하고 있지 않아서 살짝 둘러보고 나중에 손을 들었는데요.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거는 북스타트 10년을 같이 축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얼마 전에 지역 활동가들한테 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서 그 활동가를 대신해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북스타트를 하게 된 목적이 부모와 자녀들이 책을 통해 충분히 교감하고 공감하면서 어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라는 이야기를 오늘 발표 중에 계속 하셨는데요. 최근에 보니까 자원활동가들이 영아들이 있는 집을 찾아가서 부모를 대신해 책을 읽어주는 활동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부모와 자녀의 소통이 딱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한테 가서 책을 읽어주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 온종일 아이랑 같이 있으면서 책을 통해 아이랑 소통할 수 있는 순간들을 찾아냅니다. 일상에서 어느 꼭 맞는 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자원활동가가 정해진 시간에 찾아가서 아이들하고 책을 읽다보니까 굉장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아까 최진봉 관장님도 발제 중에 말씀하셨고, 강사들이 들어가는 방식과 활동가들이 직접 아이하고 만나서 책을 읽어주는 과정 중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걸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혹시 지원활동가들한테 이런 어려움의 호소를 많이 듣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좀 알고 싶었습니다.
박소희
지금 사례는 제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개인 가정을 방문하기 보다는 장애아동 가정을 방문한다든가 아니면 다문화 가정을 방문하는 사례는 있었는데, 일반적인 가정에 부모를 대신해서 들어가는 사례는 제가 보지를 못했던 거구요.
아무튼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는데 있어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샘플링하는 과정에서 도서관을 통해 책놀이가 만들어졌잖아요? 책놀이가 막 확산되고, 영유아라는 아주 첫 번째 단계 아이들이 굉장히 좋은 반응을 일으키면서 도서관에 나들이를 하기 시작하니까 어떤 지역에서는 그것을 영악하게 사업화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도 모르게 책놀이 양성 과정을 만들어서 자격증을 남발하는 지역의 어떤 분들도 보게 됐거든요. 그런 과정 자체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구요. 이것이 어디로부터 출발을 했을까 했을 때는 여을환 선생님이 얘기했던 것처럼 무엇인가 자꾸 주려고 하는 부분, 아이들에게 너무 자극적이어서 ‘좋아한다’는 것을 왜곡한 결과에서 비롯되지 않았느냐는 반성을 하고 있구요.
그래서 어떤 것들이 가장 중요하게 전달되어야 될 것인가에서 ‘다시 책으로 가자’는 이야기들도 하는 거에요. 책에 대한 내용을 같이 공부하고, 책에 대해 같이 나누는 겁니다. 그것을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자원활동가가 들려주는 게 아니라, 부모가 같이 하는 습관을 만들려고 하는 과정입니다. 그 동안은 그런 것들이 너무 없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것을 도울 수 있는 매개자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부모가 어떤 의식을 가져야 자기 스스로 하려고 하고 정말 바쁜 부모라도 그런 것들에 문제를 느낄 거냐고 했을 때, 정말 사회적인 합의를 하고 그것을 알아나갈 때만이 가능하지 않는가. 그러려면 그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해서 다시 고민을 던지는 거, 이것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저희가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지점에서는 대답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는 건 그런 거였어요.
백원근
앞에 손 드셨던 분 마저 하시고 오늘 정리하겠습니다. 마이크 주시죠.
천강희
안녕하세요? 강원도 인제에서 북스타트 활동을 하고 있는 천강희라고 합니다. 지금 이제 10주년 평가도 하시고, 성찰도 많이 하시는데요. 좋은 말씀 많이 들었고 현장에서 부족한 부분들, 다시 새겨야 될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이제 활동가로서 지난 10주년의 긍정적인 효과라면,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의 변화가 있었고요. 내 아이의 양육뿐만 아니라 함께 키운다는 공동육아의 정신으로 스스로 마음이 일깨워져서 열리고, 또 엄마들 만나고 아이들 함께 놀이하는 것들 통해서 생생한 현장들을 목격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에 그런 현장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감격스러운 거 같습니다.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런 말씀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