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다음 번호가 9번, 9번 친구 질문해주시죠.
사회 학생
유용주 작가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완성여고 장천민 학생인데요. “앞으로 남으신 인생 앞으로 어떻게 사시려고 하시는지?” (웃음)
사회자
앞날을 걱정해주시고 계신대요. 접수하시겠습니까?
유용주 선생님
예. 선대인 선생님, 여학생입니다.
선대인 선생님
부럽습니다. (학생들: 웃음)
유용주 선생님
여기 세 분을 뽑았는데 전주 성신여고의 강선일씨 질문이 “선배님, 바다 바라보며 술 한잔 하기예요.” 이 질문을 뽑았거든요? 이 질문하고 비슷할 것 같아요. 여생을 당신과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학생들: 웃음) 농담이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 딸아이가 대학교 4학년입니다. (학생들: 웃음)
문학하는 사람들은 정년퇴직이 없거든요? 쉰이 훨씬 넘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저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치고 들어온 거거든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선대인 선생님이나 고병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아주 나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잖아요. 동물들이 지배하는 나쁜 사회. 그런 쪽에서 봤을 때 문학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죠. 어떤 식으로든지 이 쪽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문학을 하고 싶어요. 소위 말하는 의자 돌리기가 아닌 어느 정도 분배가 잘 되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우리 고병권 선생님처럼 전혀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승자독식의 세계가 아닌 그런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문학을 하고 싶은 게 제 꿈이거든요. 그래서 아까 말씀 드린 대로 가장 처음에 한 일이 나무를 심은 거예요. 조금 나누려고 하죠. 이번에도 옥수수를 백 한 오십 줄 심어서 벌써 많이 나눠 먹었습니다. 하여튼 좋은 문학을 하려고 들어왔거든요. 앞으로 여생은 좋은 작품 쓰는 걸로 마감하고 싶습니다.
사회자
유용주 선생님이 어디 출신이신지 아시나요? (학생들: 장수요!) 예, 장수에 있습니다. 우리 작가님 찾아가면 옥수수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다.
이제 네 개의 질문이 남았습니다. 169번 유일하게 선생님이십니다.
주성민 선생님
네, 저는 경주 여고 교사 주성민입니다. 유용주 시인께 여쭤보고 싶은 건데요. 학생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극에 치달으면서 가슴으로 시를 쓰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데요.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노동 외에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꼭 좀 질문해달라고 했습니다.
유용주 선생님
선생님 좀 거칠게 대답을 해도 되겠습니까? 거칠게 대답을 해도 된다면 노동 이외에는 회복할 게 없다고 저는 단언을 하고 살았어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살 수 있지만 몸으로 느끼는 삶이야 말로 지금 현재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저는 그렇게 하고 살아왔어요. 다른 분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것을 인정합니다. 어떤 다양성도 저도 인정을 하는데 지금 현재 사회에서 소위 말해서 김수영 식으로 말하자면 머리도 아니고, 발도 아니고, 손도 아니고, 온몸으로 밀고 가는 게 문학이라고 했거든요. 그런 게 정답이라고 저는 믿고 살아왔거든요. 그런 쪽에서 봤을 때는 물론 다른 사람의 반론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지만 노동 이외의 대안은 없다. 몸으로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 문학이거든요. 그런 점으로 봤을 때 서정적이고 남을 감동시키려면 자기가 먼저 울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자기가 먼저 울지 않고 어떻게 남을 울릴 수 있겠어요? 그런 억지울음이 우리나라 문학을 여태까지 삭막하게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어쨌든 생각이 안 좋을 때, 자기 삶이 현재 안 좋아졌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들은 몸을 채찍질하는 것이다. 몸을 채찍질하면 정신이 맑아져요. 이건 제 경험이거든요. 몸을 혹사시키면 영혼이 맑아져요. 확실히 그렇더라고요. 이건 거친 대답인데 문학이 회개해야 될 곳, 문학이 가야 될 곳, 그건 땀 흘리는 현장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믿고 살아왔습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충분한 답변 되셨죠?
주성민 선생님
질문 한 가지만 더 드릴게요. 저희 학교에 2학기 작가 초청에 응해주실 수 있으신지? (학생들: 웃음)
유용주 선생님
이것은 우리 안찬수 사무처장님이 잘 아시는 건데요. 제가 느낌표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나갔을 때 강의료가 최소 백 만원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떨어졌어요. (웃음)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박수)
사회자
무료로 와서 강의를 해드리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유용주 선생님
무료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요. (학생들: 웃음)
사회자
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질문 넘어가겠습니다. 99번 학생 누구였죠? 남학생입니다. 우리 선대인 선생님께는 절대로 질문하지 말아주세요. 여학생이 질문해줘야 됩니다.
정은택 선생님
저는 노원고 1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정은택이라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선대인 작가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생들: 웃음) 제가 진학하려는 학교 학과가 경제 경영 쪽이거든요. 제가 많이 배워가고 싶은데 전화번호를 알려주시겠습니까?
사회자
전화번호는 잠시 후에 공개됩니다.
선대인 선생님
참고로 저는 경제학을 나온 게 아니고 정치외교학을 나왔어요. 저도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 모르겠어요. (학생들: 웃음)
사회 학생
다음에 152번 학생.
학생
유용주 선생님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유용주 선생님
고병권 선생님하고, 김성호 선생님은 속으로 울고 계시지 않을까.
학생
작가님이 쓰신 ‘아름다운 얼굴들’에서 남자에게 키스를 받았다고 하셨는데 그 때 느낌이 어떠셨습니까? (학생들: 웃음)
유용주 선생님
우선 아까 선대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을 때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냐 하면 미국계 중국인 인 이안 감독이었어요. 혹시 여러분 이안 감독 아세요? 최근에 아주 뛰어난 작품을 썼죠. ‘라이프 오브 파이’. 그리고 그 전에 ‘색계’라는 작품을 썼어요. 여러분은 19금이라 못 봤을 거예요. 그리고 그 작품 전에 ‘브로크백마운틴’이라는 작품을 썼는데 그 영화의 줄거리가 캐나다 로키 산맥 부근의 목동 얘깁니다. 소 치는 사람들. 하도 높으니까 6개월마다 교대를 하는데 목동으로 올라간 두 사람이 사귀게 돼요. 남자들인데. 실제로 그 배우가 죽었습니다. 어쨌거나 한 사람은 가정을 가진 사람이었고요. 간단하게 얘기를 하자면 남자도 괜찮습니다 남자도 괜찮고요. 입술의 느낌이나 혀의 감각이나 (학생들: 웃음) 이런 것들은 이성이라고 해서, 동성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는 것. 그런데 사실은 그 상대방이 송기열 선생님이었는데 죽는 줄 알았어요. 아주 딥키스였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자
알겠습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작가와의 저녁식사에서 더 많은 얘기 나누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98번 남학생인데요.
학생
저는 유용주 작가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말씀 들어보면 상당히 선정적인 발언을 자주 하시고 시도 선정적인 내용이 많은데 평소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시는지?
유용주 선생님
드디어 오늘 고백을 해야 되겠군요. (웃음) 제가 여러분들처럼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서 감정을 다스리는데 서툴고요. 사회성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신문팔이, 구두닦이, 공장, 식당에서 주로 일을 했는데 그런 데는 사회성이 없어 친구도 없고 선생님도 없어요. 그럴 때 간절하게 그리운 게 딱 하나더라고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어떤 식으로든지 분출해야 되는 어떤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으면 제가 여태까지 살아남지 못했겠죠. 그리고 니체가 그랬나요? 괴테가 그랬나요? 누가 그랬죠? 세계를 여성성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여성성이 세계를 구원한다는 건 확실히 맞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밝혔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자
파우스트 보면 마지막 장면에 여성적인 것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메세지가 나오죠. 저 굉장히 유식해보이죠? (학생들: 웃음)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도서상품권이 지금 네 장이 남았어요. 그리고 이걸 작가분들께 한 장씩 드릴 겁니다. 5만 원짜리 들어있죠? 작가분들께 한 장씩 드리는 것은 갖고 계셨다가 가장 예뻐 보이는 친구, 작가분들께 더 많이 다가와서 질문하고 가려는 친구분들께 전해줄 수 있도록 사용하라고 드렸습니다.
그러면 지금 이 시각 뭐 하는 시간일까요? 작가분들께서 질문지를 세 장씩 뽑아주셨습니다. 잠깐 책을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저자분들의 사인책이 가는데요. 이 책들을 직접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직접 사인을 하셨고요. 직접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잠시 쉬고 계셨던 고병권 작가님부터 먼저 가겠습니다.
고병권 선생님
사실 심각한 질문들이 많아 지금 답변하기는 곤란해서 이따가 하기로 하고. 일단 신흥고의 신성원 학생. 왜 그렇게 니체를 좋아하냐고 하셨는데. 사실은 안 좋아했어요. 대학원 1학년 막 들어가서 사회과학책을 읽는데 머리가 아프니까 누가 니체가 뜬다는데 한 번 읽어보지 않겠느냐 권해줬어요. 저는 당시 마르크스라고 하는 사상가에 빠져있었는데요. 독일어도 못 하면서 독일어 원문으로 읽으려고 사전 놓고 읽다 보니 얼마 읽지도 못 했는데 머리가 터질 것 같더라고요. 당시 시대가 무슨 소명을 가진 것 같고, 뭘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고 하는 분위기라 원전을 읽지 않으면 가짜처럼 보이고 그랬어요. 하여튼 누가 쉬면서 니체를 읽어보라고 해서 읽었는데 정말 싫었어요. 저는 나름 뭐랄까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너무 여성비하적이고 장애인 욕하고 제국주의적인 용어도 많고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딱히 반박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 꼬이더라고요. 그러다 버리지도 못하고, 갖고 있지도 못하고, 계속 그러고 있었는데 그 때 번역된 자서전적 책이 있었어요. 그 책 혹시 떠들어라도 본 책 있나요? 그 책에는 재미있는 제목의 글이 세 편이 있었어요. 바람이 불어서 책장이 넘어가 그걸 보게 됐는데 그게 뭐냐 하면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하나의 운명인가?’ 우연찮게 이런 제목이 보였어요. 어이없어 가지고 한참을 웃었어요. 그러고 나니 좋아지더라고요. 이 인간은 나쁜 놈일 리가 없어요. (학생들: 웃음) 파시스트일 리가 없어요. 저는 파시스트는 유머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유머가 없는 사람은 환경이 조금만 바뀌면 아주 위험해 집니다. 그래서 그 뒤부터 니체를 아주 좋아하게 됐고 그 때 사회과학책을 읽지 않고 니체만 읽었어요. 그리고 그 때 깨달았어요. 제가 깊어지려고 했는데 깊어진 게 아니라 무거워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무거운 제가 깨지고 가벼운 니체가 많이 살아남더라고요. 그 후로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나머지 두 질문은 간단하게 부안고등학교 이진영 학생의 첫사랑 얘기 해달라는 질문하고, 김제여고 ‘이병선 학생의 좋은 남자 어떻게 만나요?’가 제가 고른 질문입니다.
사회자
책을 전해주세요!
김선호 선생님
전주여고의 박유민 학생. “작가님은 무엇을 할 때 가장 심장이 뛰나요?”. 전주 중앙고등학교의 성모은 학생 맞아요? “현장 잠복은 어떻게 하셨나요?” 다음에 남학생인데요. 신흥고의 배건호 학생. 저를 보고 쓰신 것 같은데 “여자에게 몇 번이나 고백을 거절 당해 보셨습니까?” (학생들: 웃음)
다른 얘기는 저녁 식사 후에 깊이 있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고요. 한 질문에만 답변을 드리자면 저는 제가 생긴 건 이렇지만 단 한 번도 거절을 당해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백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들: 웃음)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책을 읽어 본 사람이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지?’라고 생각하시는데 그와 맞닿아 있어서 말씀 드리는데요. 저는 가족을 제외하고 처음 마주 앉는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바로 제 아내입니다. 물론 그 사람이 저를 싫다 하지 않을 때 라는 전제가 있는데요. 대학교 일학년에 만나서 10년 교제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결혼하던 날, 교회에서 결혼했는데 결혼하는 날이 천 번째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기록을 계속 하는 게 그때부터의 버릇이 여기까지 온 것 같고요. 저는 근래에는 집을 떠나서 막 살거든요.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천 번 만남의 일기를 결혼 선물로 줬죠. 고맙다. 그것 때문에 지금 막 살고 있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자
여러분 김성호 교수님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죠? 로망입니다. 학생분들 책을 받아주시겠습니까? 질문해주신 친구들 감사합니다. 그 다음, 선대인 선생님.
선대인 선생님
여학생 두 분의 질문지를 골랐고요. (웃음) 남학생도 한 분 골랐습니다. 서영여고 박채은 학생이십니다. “이름처럼 크게 크게 살고 계신가요?”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두 번째 질문이 고창고등학교 강동석 학생. “친구가 선생님 책을 읽고 우리는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긍정적인 희망은 없나요?” 저녁 시간에 말씀 드릴 테지만 희망은 분명히 있고요. 가장 큰 희망의 증거는 여러 분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짧게 답변을 하겠습니다. 살려고 노력을 하죠.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름을 지어주셨는데요. 큰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고 큰 대에 어질 인을 써요. 어질 인자가 동양사상 유가에서 굉장히 큰 뜻인데 이게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살려고 하고 있어요. 적어도 소인배가 되지 말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보다 부담 가진 분이 있더라고요. 조국 선생님이라고요. (웃음) 자기는 조국을 부양해야 한다고. (학생들: 웃음)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이겁니다. “작가님, 사랑을 하면 어떤 느낌입니까?” 전북여고 한정인 학생. 제가 여쭤보고 싶어요. 혹시 사랑을 하고 계세요? 사랑하게 되면 압니다.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고 그 사람 얼굴만 떠오르고. 참고로 저는 김성호 선생님과 많이 달라요. 일편단심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저는 대학 때 해마다 연애를 했어요. 그리고 기록 전혀 안 했고요, 이벤트 전혀 안 했고요. 안 한 덕분에 지금은 밖에 못 돌아다닙니다. 꽉 쥐여 살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는 김성호 선생님처럼 사는 게 현명한 게 아닌가 합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책 전달해주시겠습니다. 학생들 나와주시겠습니까? 다음 유용주 작가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