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생
이 질문을 한 의도가 정말 궁금한데요. 고창고 박기철 학생. 질문을 읽겠습니다. “작가님 따님 있으세요?”
김성호 선생님
유전학적으로 딸이 아빠의 골격을 많이 닮았어요. 첫 번째가 다행히 아들이어서 사실 그만 낳으려고 했어요 두 번째가 딸일까봐. 그런데 정말 딸이 나왔는데 늘 미안한 마음이에요. (학생들: 웃음) 사람이 다 갖출 수 없잖아요? 골격은 저를 닮았지만 마음은 엄마를 닮아서 아주 착해요.
저는 아무 데나 가도 괜찮은데 작년에 다시 한 번 공부를 하고 싶다 해서 기숙학원에 들어가 있었어요. 거기는 일 년 동안 못 나와요. 편지만 쓸 수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쓰는데 저는 제 딸만 볼 수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 선생님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골라서 읽어주는데 전체 학생들에게 날마다 아빠 편지만 읽어준다는 거였어요. 거기에 ‘이 초록별에 네가 나의 딸로 이 세상에 와줘서 고맙다.‘ 그 말을 항상 해줬고요. 여러분들, 지금 여학생들 많은데 여학생들은 물론 남학생들도 부모님께 다 그런 존재일 겁니다. 고맙습니다.
사회자
저도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기억해 뒀다가 써먹도록 하겠습니다.
유용주 선생님
잠깐 끼어들게요. 제 딸도 무남독녀인데 저하고 꼭 닮았습니다. (학생들: 웃음) 엊그제 작가회의 이시영 선생님 둘째 딸 결혼하는데 올라갔거든요. 제 선배 중에 강남에 아주 잘 나가는 성형외과 원장을 만났어요. 하필 서울에 있는 제 딸이 대학교 4학년인데요. 너무 굶고 다녀서 축하금도 냈으니까 밥 한 끼 먹으라고 둘이 같이 들어갔는데 딸아이한테 인사를 드리라고 했거든요. “아빠 선배셔. 성형외과 원장님이시다.” 했더니 한동안 2분 정도 침묵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살짝 저를 부르더니 “야! 견적이 이거 만만치 않게 나오겠다.” (학생들: 웃음)
사회자
아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었군요. 또 혹시 따님을 가지신 분?
고병권 선생님
저도. (학생들: 웃음) 사실 ‘생각한다는 것’에 이름도 나오는데요. 철학자 이름으로 나온 것도 있지만. 공부한다고 나온 유나라는 학생도 정말 있었지만 그 학생의 실명을 쓸 수 없어서 제 딸아이의 이름을 쓴 거예요.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그런데 선생님이 생물학을 하셔서 아까 그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 딸은 저를 안 닮았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저희 애가 세수하고 앉아있으면 제가 깜짝깜짝 놀라요. 제 안사람이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학생들: 웃음)
선대인 선생님
저도 딸이 있어요. (웃음) 그리고 다행히도 애엄마가 조금 예뻐요. 더 뭐 말해야 됩니까? (학생들: 웃음)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말씀 드리면 딸 애가 지금 일곱 살이에요. 초등학교 아직 안 들어갔는데. 저희 집 앞에 논이 있거든요. 개구리가 많이 서식을 하죠. 가장 최근에 되게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가 논 앞에 나가서 딸의 손 잡고 개구리 울음소리 듣던 그 기억,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 있다는 것을 늘 느끼게 해주는 아이입니다.
사회 학생
마지막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서동고 이동근 학생 질문입니다.
사회자
김성호 선생님은 이런 질문이 참 많네요. 들어보실까요?
사회 학생
“제가 서남대학교 바로 앞에 살고 있는데요. 이번 캠프 끝나고 찾아가면 밥 한 끼 사주실 수 있으신가요?”
김성호 선생님
한 끼가 아니라 올 때 마다. (학생들: 오)
사회자
전화번호 조금 있다 알려드리겠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 학생
선대인 작가님께 질문하겠습니다. 동한고 양현수 학생 누군가요?
사회자
닮았는데요? 작가분과?
사회 학생
이런 질문을 했어요. “우리나라 시장 망해요?”
사회자
이 친구에게 잠깐만 질문하겠습니다.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됐죠?
양현수 학생
“문제는 경제다”를 읽다 보면 우리나라 문제점을 많이 지적해주시는데, 우리나라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서 질문했습니다.
사회자
아, 책을 읽었는데 암담했다. (학생들: 웃음) 답변해주시죠.
선대인 선생님
제가 오늘 행복해지려고 왔는데 상처를 많이 입고 가네요. 아까 작가 소개할 때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가 “이대로 가면 망한다.” 이번 질문도 “10년 후에 망해요?” 여러분들 제가 어떻게 보이세요? (학생들: 웃음)
강조어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아직 고등학생이라 각박한 현실 상황에서 나름대로 어렵고 고민도 있다는 걸 알지만 여러분들 형님, 누나, 어머니, 아버지는 정말 굉장히 힘든 시절을 보내고 계시거든요. 그분들한테 우리가 왜 힘든가를 설명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까 표현하시기로는 암담한 현실들을 보여드렸는데 제가 비관주의자냐,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다 보니 현실이 부정적인 걸 제가 밝게 채색할 수는 없잖아요. 부정적인 현실은 부정적인 현실대로 보여주고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우리가 올바른 해법도 모색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건대요. 학생! 앉아도 좋아요! 벌 서는 거 아니니까. (학생들: 웃음) 우울한 분위기를 떨치기 위해서 3부에서 굉장히 희망적인 대안과 이런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끝까지 읽고 질문하신 것 맞죠? (학생들: 웃음) 어쨌든 우리나라가 끝까지 남아있을지 제가 가늠이 안 됩니다. (학생들: 웃음) 농담인 거 아시죠?
사회 학생
또 다른 질문 드릴게요. 군산 제일고 김진아 학생. “박근혜 대통령님의 임기가 끝날 때쯤 또 다른 책을 쓰실 계획인가요?”
선대인 선생님
저는 책 쓰는 게 일인 사람인데요 뭐. 그 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학생들: 웃음)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게 고병권 선생님 때까지는 여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남학생들만 주르륵 왜 이러세요? (학생들: 웃음) 여학생들은 저한테 관심이 없으세요?
사회 학생
고창북고 김유성 학생, 여학생 맞죠? (학생들: 웃음) 남학생 아니죠? 아 맞습니다. “왜 이렇게 삼성이랑 이명박 정부를 싫어하세요?”
사회자
삼성과 이명박 정부를 싫어하는 이유 말씀해주시죠.
선대인 선생님
제가 뭐 처음부터 싫어했겠습니까? 싫어할 만한 짓을 하니까 싫어했겠죠.
사회 학생
싫어한 이유를 잠깐만 대주실까요?
선대인 선생님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싫어한다는 게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걸 수 있죠. 그런데 제가 싫어해서 삼성과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게 아니고 그들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고요.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한국사회 전체와 여러분들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비판을 한 것이지 제가 처음부터 싫어한 거겠어요? 안 그렇습니다.
사회자
예, 감사합니다. 다음 코너는 뭐죠?
사회 학생
이제 행운권 추첨을 진행할 텐데요. 그 동안 작가님들은 이젤에 붙어있는 질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질문 세 개를 뽑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사회자
제가 뒤에 붙어 있는 질문을 읽다 보니까요. 유용주 선생님은 주로 술! 고병권 선생님은 생각! 김정호 작가님은 뭘까요? 잠복! 급할 때 어떻게 하나? 그런 얘기들. 선대인 작가님은 경제, 망한다 (학생들: 웃음) 이런 얘기가 키워드였습니다. 뽑아주시고요.
지금 행운권 추첨으로는 여러분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사회자가 두 장씩 뽑을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인문학 캠프의 특징이 뭐라고 하셨죠? (학생들: 질문!) 질문을 준비해주세요. 어떤 질문이든 상관 없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뽑겠습니다. (학생들: 두구두구두구) 52번? 네. 잠시 후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질문 던져주세요. 다음은 99번! 질문 준비해 주세요. 다음은 152번입니다. 질문 준비해주시고요. 그리고 169번! 선생님이신가요? 잠시 후에 질문 받겠습니다. 마지막 하나 98번 질문 준비해주세요.
먼저 52번 학생, 어느 저자분께 질문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분이 마음에 들어하셔야 선물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신병권 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신흥고등학교 2학년 신병권이라고 합니다. 저는 선대인 작가님께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삼성을 싫어하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 살면서 삼성 제품 하나 쓰지 않기 어렵거든요. 삼성 제품을 사용하고 계신지? (학생들: 웃음)
사회자
굉장히 부드러운 가운데 칼이 숨겨져 있습니다.
선대인 선생님
왜 저는 남학생 밖에 없나요? 농담이고요. 남학생도 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실 제가 삼성을 싫어하는 게 아니고요. 삼성이라는 회사는 공정한 경쟁의 게임 규칙 아래서 정말 좋은 기업으로 성장을 하는 기업이면 제가 싫어할 이유가 없고요. 제가 비판하는 것은 재벌체제입니다. 재벌체제는 삼성이나 삼성을 옹호하는 언론에서 대부분 얘기하는 글로벌 스탠다드하고는 전혀 거리가 멉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다 맞는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 사람들이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다드하고 동떨어진 거예요. 강연을 지금 할 수는 없는 거지만요. 한국의 재벌체제 같은 게 미국에서는 100년 전에 없어졌고요. 독일에서도, 일본에서도 60년 전에 없어졌습니다. 한국의 재벌이라는 말이 어디서 온 줄 아세요? 일본의 자이바쯔라는 말에서 왔습니다. 자이바쯔. 그게 한자로 재벌이에요. 그러니까 재벌의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60년 전에 해체된 체제가 재벌체제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21세기에 아직도 재벌체제를 갖고 있어요. 그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삼성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죠. 용기를 갖지 않으면 비판하기 힘든 작업이고, 누군가 비판을 하더라도 그 목소리가 퍼지기 힘들죠.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습니다. 약간 벗어나는 얘기를 하고 있죠. 삼성제품 쓰고 있냐고요? 쓰고 있습니다. 삼성 노트북을 쓰고 있는데요. 집에서 쓸 수 있는 고성능에 무게도 가벼운 노트북을 사려고 했고 삼성 노트북을 샀습니다. 그런데 잘 쓰진 않습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자
제가 지난 주에 중국을 갔다 왔어요. 17개국 아시아 태평양 청소년 리더십 캠프가 중국 소림사에서 열렸어요. 두 가지 느낀 게 뭐였냐면. 전세계에서 온 친구들이 삼성 갤럭시를 가져온 거예요. 사진 찍고 주고받는 데 굉장한 편안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괜한 자부심을 느꼈었고. 한국의 k-pop. 신흥고 학생들이 춤을 췄거든요. 아주 뒤집어졌습니다. 혹시 여러분들 요청하시면 춤을 한 번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 웃음)
선대인 선생님
아주 짧게 덧붙이자면요. 저도 유학 중에는요. 삼성 휴대폰 썼고요. 기아 소렌토를 탔습니다. 애국심도 좀 있었는데요, 미국에 가면 쌉니다. 한국에 삼천오백만 원 하는 기아 소렌토가 이천만 원 정도 밖에 안 해요. 국내 소비자에게는 비싸게 받는 물건이 미국에서는 싼 거예요. 조금 있다 부연 설명 할게요.
사회자
저녁식사 후 책과 저자와의 만남을 집중적으로 할 거고요. 지금은 살짝 맛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학생에게 상품권 줘도 될까요?
선대인 선생님
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