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 2일에 걸쳐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서 '제1회 전북 고교생 독서토론 인문학캠프'가 열렸습니다. '행복 찾기 - 일상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번 대회에는 유용주, 고병권, 김성호, 선대인 작가와 40개팀 160명의 학생들이 함께 했습니다. 저자와의 대화 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아래 게재합니다.
사회자
먼저 저자와의 대화에 있어 기본적인 원칙 하나만 소개해 드리고 가겠습니다.
하승준 군의 프로필 소개가 원래 12분만에 끝나는 건데요.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간이 좀 잘려야 되겠는데요. 어떤 시간이 잘리냐 하는 것은 이 벨이 결정하겠습니다. 이 벨은 ‘띵~’ 소리가 나는데요. 이 벨의 의미가 뭐냐 하면, 식사 맛있게 드시고 나서 오후 이 시간이 굉장히 피곤한 시간입니다. 그러면 뭐가 오지요? (학생들: 잠!) 예, 잠이 옵니다. 잠은 참을 수가 없겠죠. 지루한 답변을 하는 저자분들 답변을 멈춰주시고 3분간 답변을 쉬게 해드리겠습니다. (학생들: 웃음) 동의해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신성원 군과 문연경 양의 사회로 시작하겠습니다.
사회 학생
한승주 군의 프로필 잘 들었는데요. 작가님들께서 이렇게 어린 친구들과 대화하시는 게 처음일 듯 한데 소감이 어떠신지 가까운 데 계신 유용주 선생님부터 말씀해주세요.
유용주 선생님
한승주 씨보다 어린 것 같지 않은데요? (학생들: 웃음)
사회자
아 지금 이 답변 시간은요. 저자 분들이 1분씩 쓸 수 있는 시간인데 너무 짧았습니다.
유용주 선생님
그럼 좀 더 할까요? 이렇게 덥고 힘든데 뭘 또 공부하러 왔어요? 놀아야지. 선생님들하고 전라북도교육청,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관계자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여러분들께 사죄를 드립니다. 공부하지 말죠. 놀아야지. 이게 뭐 하는 겁니까? (학생들: 박수)
고병권 선생님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 한 명이 그런 말을 했는데요. “어른들의 과제는 높은 차원에서 아이들의 진실을 재생산하는데 있다.” 어려운 말인데요. 어른들의 목표는 어쨌든 아이가 되는 것이랍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지금 뭔가를 갖고 있습니다. 그걸 잃지 마세요. (학생들: 박수)
김성호 선생님
저는 자연에 깃든 친구들하고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지냅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나무나 풀이나 곤충이 되었든 물고기, 새, 포유류의 맑은 눈빛… 너무 아름답죠. 그런데 지금까지 살면서 책을 읽는 사람의 모습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책을 사랑하고 가까이 하려는 친구들 만나서 정말 반갑고, 내일 주어진 시간까지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선대인 선생님
소감은요. 오늘 인문학독서토론대회 주제가 ‘행복 찾기’죠. 여러분들을 보고 있으니까 그냥 행복한데요? (학생들: 박수)
사회 학생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저자와의 대화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희 사회자들이 저자 분들께 공통질문을 드리겠는데요. 지금 저희 나이대가 17살부터 19살이거든요. 만약 그때로 돌아가면 어떤 일을 제일 먼저 하고 싶으신지 차례대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유용주 선생님
여러분들이 아까 소개한 약력들 봤죠? 여기 세 분 선생님에 비해서 제가 학력이 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만만치 않은 학력들이죠. 안찬수 사무처장님께서도 서울대 나오셨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주 뛰어난 소설가 김소진 씨, 문학평론가 정홍수 씨와 서울대학교 동기입니다. 소설 좋아하시는 여러분들 김소진 소설 읽어보셨어요? 대단하죠. 자전거도둑,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그것 말고도 주옥 같은 작품들 많은데. 어쨌든 저도 고시출신입니다. 검정고시 나왔거든요. (학생들: 웃음) 그래서 17, 19살 때로 돌아간다면 여러분들처럼 이런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학교를 다니고 싶습니다.
고병권 선생님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는데요. 돌아가고 싶다 생각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학생들: 웃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소위 전교조 1세대라고 보통 부르는데요. 저희는 학교가 시끄러웠어요. 시험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주초고사라고 해서 매주 초에 영어 아니면 수학 시험을 봤었어요. 그래서 일요일마다 쉴 수가 없었죠. 그래가지고 친구들이 학교를 뒤집었어요. 도서관에 책상을 쌓아놓고 못 들어오게 해서 9시 뉴스에 저희가 나왔어요. 수업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요. 유용주 선생님은 학교에 안 다니셨지만, 저는 다녔는데도 배운 게 없어요. (학생들: 웃음)
그 때 다른 무얼 해볼 수 있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이상으로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때 너무 잘 했고. (학생들: 웃음) 그게 아닌 단 하나만 택하라고 한다면 지금 여러분들처럼 이렇게 앉아 있고 싶어요.
사회자
고병권 선생님 말씀 듣다 보니까 학교에서 상처가 많은 분들이세요. (학생들: 웃음) 다음은 김성호 선생님이십니다.
김성호 선생님
세상 사람들은 그 힘든 일을 어떻게 하느냐 하지만 나는 너무 행복한 일,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나이가 47이었습니다. 큰 오색 딱따구리라는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가 둥지를 짓고, 알을 품고, 어린 새들을 죽을 힘을 다해서 키워내고, 어린 새들이 둥지를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저는 그렇게 힘들지 않고 행복했거든요. 만약 제가 여러분들의 나이로 돌아간다면 어쩌면 여러분들도 지금은 세상의 흐름에 떠밀려 가고 있을 텐데 잠깐 호흡을 멈추고 정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저는 여러분들의 나이에 그걸 조금도 생각한 일이 없었지만, 제가 다시 돌아간다면 그거 하나 찾아보고 싶습니다.
사회자
지금은 수능세대라고 하지만 그때는 학력고사 세대였죠? 점수대를 보면 갈 수 있는 대학과 학과가 나오죠. 그거에 맞춰가면 됐었죠.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김성호 선생님
저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사회자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대인 작가님.
선대인 선생님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어요. 하얀 얼굴이 예쁜 아이였는데. 저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거든요. 통학버스를 타고 다녔죠. 3년 내내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좋아한다는 표시를 못 냈던 것 같아요. 제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인데요. 학력고사 끝나고 좋아한다고 얘기를 했더니 걔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여러분 시절로 돌아가면 고 1때 진작에 “나 너 좋아해.” 하고 얘기했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늘 사모님이랑 자녀들이 같이 오셨어요. 사모님 손 들어 주시겠어요? 여기 계십니까?
선대인 선생님
제 아내가 지금 여기 있으면 이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요? (학생들: 웃음)
사회자
그 분이 아내 분이신가요?
선대인 선생님
전혀 다른 분이십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 학생
새로운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뒤의 이젤을 보시면 질문이 붙어 있잖아요. 그 중에 이런 질문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외모 순위가 몇 위라고 생각하십니까?
유승주 선생님
여러분 인터넷이나 책에서 보던 사진하고, 직접 보니까 저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학생: 잘생겼어요!) 이만하면 괜찮죠?
사회자
제일 잘 생겼다 생각하시면 박수 한 번 쳐주시겠습니까? 이 정도입니다.
고병권 선생님
이 책에 미대 나온 친구가 제 그림을 그려줬는데 이 책이 2007년에 나왔거든요. 책을 산 사람들이 사인 받으러 왔다가…… (학생들: 웃음) 제가 간혹 상처를 받습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요? (학생들: 박수)
사회자
위로의 박수 감사합니다. (학생들: 웃음)
김성호 선생님
저는 인정할 거는 인정합니다. (학생들: 웃음) 네 분 중에 한 분은 빼고 나머지 셋은 거의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공동 2위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자
이런걸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이라고 합니다. (학생들: 웃음)
선대인 선생님
제가 보통은 이런 자리에서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는데요. 오늘 두 분 선배님보다는 제가 조금 나은 것 같고요. 고병권 선생님은 책 표지보다 실물이 안 좋은 것처럼 말씀하셨는데요. 저한테 사인 받으려고 오셨던 많은 분들은, 물론 들으라고 하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실물이 더 낫대요. 더 이야기 안 하겠습니다. 돌 맞을 것 같아서. (학생들: 웃음)
사회자
결국은 고만고만하신 분들이 와 계십니다. 다음 순서입니다.
사회 학생
잘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저자 분들께 개별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유용주 작가님, 서영여고 고영란 친구가 ‘성함처럼 유용한 사람이 되셨는지’ 여쭤보셨는데요. (학생들: 웃음)
유용주 선생님
제가 한자로 쓰면 강릉이 본관인 유, 얼굴 용, 그리고 구슬 주입니다. 옛날 같으면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이라고 했고요, 임금의 얼굴을 용안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용주입니다. 임금인데다 여의주까지 가지고 있으니 황제죠? 유비 같은 사람들이 제 선배입니다. 그런데 어쨌든 유전학적으로 봤을 때 불완전한 걸 많이 달고 태어나서인지 실수를 굉장히 많이 하고 살았거든요. 그래서 제 별명이 유실수입니다. 40년 동안 객지를 떠돌다가 전라북도 장수 제 고향에 돌아와서 나무를 한 150그루 심었거든요. 전부 유실수입니다. (학생들: 웃음) 제 자신은 유용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 하더라도 나무 심은 거 하나는 괜찮은 거 아닌가? 죄를 좀 덜 짓고 사려고 나무를 많이 심었거든요. 유용한 사람이 못 됐어도 좀 봐주세요. (학생들: 웃음)
사회자
질문에 답변이 됐나요? 네, 감사합니다.
사회 학생
고병권 작가님? 전라고등학교의 강선아 학생. 작가님 책 이름이 ‘생각한다는 것’ 이잖아요. 질문은 “주로 어느 때에 무슨 생각을 하세요?” 입니다.
고병권 선생님
지금,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어느 때고 생각을 하면 사람이 못 살고요. 꼭 필요한 때에 필요한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참 생각 없이 산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가 박사학위 논문이 화폐에 관한 거였는데. 제가 제일 못 하는 것이 돈 버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 넌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런 논문을 쓰냐고 하셨는데 질문을 들으니 어머니 질타를 듣는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확 쫄았는데… 네, 생각 없이 삽니다. (학생들: 웃음)
사회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어려운 질문이었는데요. 적절한 현답을 하셨나요? 만족하시나요? 네 감사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신 친구가 있어요. 작가님께서 힐링을 받고 돌아 가실 것 같으신데요. “빨강색이 참 잘 어울리시는데요. 열정적이신가요?” 이 질문은 이리여고 최아영 학생이 해주셨는데요.
고병권 선생님
말을 할 때 조심하셔야 해요. 저 같은 사람은 내일부터 빨간 옷만 입고 다닐 수 있어요. (학생들: 웃음) 저는 중학교 때 별명이 새색시였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는 ‘물에 빠져도 머리가 안 뜰 거다, 왜냐면 붕어랑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 튀는 학생이었어요. 그러다 또 대학 가서는 상처를 많이 받았잖아요. 그래서 항상 검정색 옷만 입고 다녔어요. 그런데 니체를 만나고 성격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대학 다닐 때 친구들은 빨강옷 입고 희희낙락하고 있으면 또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게는 검정색과 빨강색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아나키하고 열정적인 면이.
사회자
앞으로는 어떤 색깔의 옷을 입어보고 싶으신가요?
고병권 선생님
빨강색이 어울린다고 하셔서 올해는 다른 색 입기 힘들 것 같은데요? (학생들: 웃음)
사회자
충분히 답변이 되었나요?
사회 학생
이번에는 김성호 작가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감동적인 질문이 나왔는데요. 작가님께서 힐링을 얻고 돌아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영여고 박채은 학생 나와주세요. 질문을 읽겠습니다. “저 왕 팬인데요. 한 번만 안아주실래요?” (학생들: 웃음) (김성호 작가님 안아주신다.)
사회자
박채은 학생, 충분히 답변 얻으셨나요? 예, 감사합니다. 말이 필요 없죠? 작가분들이 뽑아주시면 선물을 받으실 수 있는데 김성호 작가님이 처음으로 뽑지 않을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