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너무나 모범적으로 시간을 딱딱 맞춰주셔서 감사한 선생님들. 좀 더 하셔도 되는데, 그렇죠? 지금부터는 두 분께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사실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저희가 한 10분 정도 잡았는데 더 해야겠죠? 많은 질문들 해주시고요, 선생님 답변 하시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질문 받을게요.
질문자1
동물원에서 원숭이는 어떻게 잡았어요?
아베 히로시
이게 이야기가 길어지는데요. 동물원에서 원숭이 30마리가 동물원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도망간 계절은 눈이 오기 바로 직전이었습니다. 아사히카와의 겨울이라는 게 아주 엄혹한 추위 속에 있기 때문에 원숭이들은 밖에 나가면 겨울을 지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무 잎사귀들도 다 떨어지기 때문에 음식도 없습니다. 열매도 없습니다. 첫 번째 도망간 30마리는 전혀 음식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모두 다 굶어 죽고, 아니면 얼어죽었습니다.
왜 도망갔는지 그 이유를 말해야 되는데요. 바보 같은 사육사인데요. 원숭이들이 있는 장소를 청소할 때에 산처럼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보는 쪽에 있는 수도꼭지에 호스를 꽂고 청소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렇게 하고 있다가 좀 봤더니 원숭이들이 하나둘 안 보이게 됐죠. 원숭이들은 그 호스를 타고 다 위로 올라가서 도망간 겁니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날이었어요.
두 번째는 또 바보 같은 사육사가 있었는데요. 문을 닫았을 때 확실하게 잠그지 않았던 거에요. 잠그지 않았다기보다는 간단하게 포크를 구멍에다 넣어야 되는데, 그 장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해도 문은 안 열려요. 그런데 원숭이들이 올라가서 그거를 뺀 거죠. 다 같이 도망갔습니다.
9월 말이었는데요, 9월 말이 되면 눈이 옵니다. 빨리 잡지 않으면 그 전처럼 다 굶어죽거나 얼어죽기 때문에 큰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사과를 놓고요, 사과를 잡으려고 하면 딱 문이 떨어지는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원숭이들은 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동물원 옆이 과수원이었기 때문에... 가을이었기 때문에 사과, 배, 포도, 열매들이 있는 거잖아요. 원숭이들은 우리가 만들었던 장치에는 안 들어가고 과수원에 있는 열매를 열심히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과수원 주인이 화를 내면서 들어왔습니다. ‘원숭이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 먹었던 거를 돈을 내라.’ 그러면서 왔습니다. ‘우리는 원숭이는 교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로 여기 오셨는지요?’ 물어봤습니다.
원숭이라는 게 사과 한 알을 먹으면 두 번 정도 씹다가 버려요. 그리고 새 거를 먹고, 버리고, 새 거를 먹고, 버리고. 교육이라는 게 뭐냐면, 원숭이가 사과를 하나 다 먹는다면 용서가 되는데, 먹다 말고 버린다는 게 용서가 안 된다. 다 먹는다면 사과를 만든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을 채워주는 거라서 용서가 되는데, 그냥 먹다가 버리고 먹다가 버리는 건 자존심 상해가지고 용서 못 한다는 거였습니다. 포도도 한두개 먹다가 다 버립니다.
그리고 겨울이 왔는데요, 겨울 오기 전에 사육사 모두가 가서 잡으려고 했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그리고 다음해 봄 다 죽어있었습니다. 슬픈 이야기지요. 끝입니다.
질문자2
언제부터 수염 길렀어요?
호리카와 마코토
머리 쪽이 쓸쓸해서 수염 길렀습니다.
아베 히로시
동물원 사육사를 한 다음해부터. 25살. 수염이 있으면 사자나 호랑이한테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봐.
질문자3
사육사를 하다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는?
아베 히로시
사육사 일도 아주 재밌었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다가 그림책 그리는 것도 재밌고, 좋았어요. 두 개를 동시에 하려고 하니까 조금 걸음이 무거워진다고 할까요? 책임이 많아지는 거잖아요? 일본에서는 ‘한 발에 두 개의 구두는 신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던 거 같고, 그때 사육사라는 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원래 그림 그리는 일 좋아했고 그림이라는 게 본인밖에 못하는 그런 작업이라 생각해서 그림책 작가를 했습니다.
질문자4
‘폭풍우 치는 밤에’ 그건 양하고 늑대가 나오죠? 소재라든가, 이야기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아베 히로시
‘폭풍우 치는 밤에’는 그림만 그리고요, 작가는 ‘기무라 유이치’라고 따로 있기 때문에 기무라 씨한테 물어봐야 합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글을 읽고서 어떻게 그림으로 그릴까 그걸 생각하는 일이 아주 재밌었는데, 처음에 이야기를 제안한 건 기무라 씨입니다.
질문자4
그런데요. 기무라 유이치 선생님이 아베 히로시 선생님을 선택하게 된 어떤 배경 같은 게 있을까요? 그리고 기무라 선생님이 ‘이 그림은 이런 식으로 그려주시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게 있을까요?
아베 히로시
기무라 씨는 그림을 못 그려요. (일동 웃음) 의뢰를 받았던 당시는 동물 그림책을 몇 권 냈었습니다. 그래서 편집장 기무라 씨가 ‘아베 씨라면 이거를 그릴 수 있을 거다.’라고 요청을 해왔는데요, 그 때는 아직 사육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 ‘정말 재밌게 글을 썼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늑대와 양은 적대적인 관계인데 왜 친구가 됐나 하는 재미. 글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도전해보겠다!’라는 것이 생겨가지고 그리게 된 겁니다.
질문자5
기무라 씨가 썼던 ‘폭풍우 치는 밤에’가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잖아요. 그런데 우리 생각에는 그림책에 있었던 캐릭터를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길 거 같은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전혀 다른 디즈니 캐릭터를 썼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아베 히로시
애니메이션 보셨어요? (네) 너무 그렇죠? 그림 자체가... (그림책이 더 나아요!) 그건 저를 바보처럼 만든 그림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마세요. 솔직히 말해서 저 자신은 아주 화가 났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하고 전혀 관계가 없어요. 영화사하고 출판사의 음모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자6
작업을 굉장히 빨리 하시는 거 같아요. 최초로 영감을 받고 작업이 끝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궁금합니다.
아베 히로시
여러 가지에요. 반년에 걸쳐서 겨우 만들었던 그림책도 있고요. 글을 쓰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서 먼저 글을 받았는데 8년 동안 생각하고, 겨우 8년 만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얘기한 것처럼 바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여러 가지 있습니다.
질문자7
아베 히로시 선생님이 사육사로 일을 하시면서 그림 공부를 따로 하신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으로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아베 히로시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그림을 가르쳐 주는 건 코끼리하고, 잠자리, 그리고 개구리입니다. 그림이라는 게 자연에서 배우면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질문자8
두 분은 어떻게 해서 아시는 사이에요?
아베 히로시
동성애자가 아니에요! (일동 웃음)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
호리카와 마코토
홋카이도라는 곳은 동경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출판일을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아사히가와 시에는 ‘코도모 부키도’라고 해서요, 아동책을 전문적으로 판매도 하고, 그런 모임을 가지는 작은 서점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만났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아직 아베 씨는 책 한 권을 낸 사람이었고요, 그때는 자기 소개를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사육사 아베 히로시입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선후배간이에요. 아베 씨가 (호리카와 씨에게) 집안에 있으면서도 그림책을 그리고,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습니다. 호리카와 씨가 처음에 받았던 일은 써진 글에다가 그림을 그려달라는 거였는데, 그 일이 처음에는 아베 씨한테 이야기가 왔어요. 그걸 아베 씨가 호리카와 씨한테 소개하고, 처음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선후배간입니다.
질문자9
노르웨이나 호주나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동물들뿐만 아니라 풍경도 너무 멋지고 정말 예쁜데,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영감을 받고 준비해서 작품을 만드시는지?
아베 히로시
젊을 때, 아주 젊을 때에 동물원 사육사보다는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었어요. 그때는 독학이지만 풍경화였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풍경을 그리는 걸 좋아해요. 스케치는 정말 빨리 그립니다. 차 타면서도 슥슥 스케치는 가능해요. 아프리카 갔을 때도 코끼리, 기린, 사자 많은 동물들을 봤지만 가장 감동했던 거는 하늘에 있는 구름이었습니다. 그 구름만 굉장히 많이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북극 갔을 때도 산 모양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산을 많이 그렸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손이 움직이나 봅니다. 그러니까 그리는 거, 손을 움직이는 걸 좋아합니다.
사회자
긴 시간 감사하고요, 저희가 준비하지는 않았는데... 책을 가지고 와서 사인을 받으시려고 하시는 분 손 한번 들어주세요! 예, 친절한 선생님은 아마 사인도 해주실거라 믿으면서 일단 공식적으로는 아베 히로시 씨, 호리카와 마코토 씨, 기무라 노리코 씨에게 감사 인사 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일동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