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히로시
안녕하세요. (일동 웃음) 아베 히로시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동 박수)
저는 원래 동물원 사육사였기 때문에 동물원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받았다는 얘기부터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아사히야마 동물원’이라고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요, 요새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동물원입니다. 그런데 옛날엔 정말 사람이 없는 동물원이었습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50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 동물원에서 저는 25년 동안 사육사로 일했습니다. 아사히카와는 겨울에 아주 춥습니다. 올해가 아주 추웠고요, 가장 추운 날은 영하 30도였습니다. 한 겨울에 약 8미터 정도의 눈이 쌓입니다. 그런 가혹한 겨울이 있는 곳인데 누가 생각했는지 거기에 동물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거기서 일했을 때는 겨울엔 동물원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10월 말부터 4월 말까지 6개월 동안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월급은 받고 있었습니다.
동물원으로서는 아주 훌륭한 편이었고, 150종류 800마리 정도의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육사는 아주 적어서요, 8명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동물을 사육사로 만났는데요, 코끼리를 아주 오랫동안 담당했습니다.
신입사육사한테 어떤 동물을 맡기는지 세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가격이 싼 동물입니다. 그 다음에 도망쳐도 문제가 없는 동물, 그리고 마지막은 물어도 아프지 않은 동물. 그래서 신입사육사로 들어갔을 때는 오리, 양 그런 것들을 맡았습니다. 전혀 재미없었습니다.
코끼리 담당을 하게 된 것은 입사해서 10년 지나서입니다. 두 마리 코끼리가 있었는데요, 한 마리는 나이가 많아서 50살이었습니다. 아사코란 이름이었습니다. 왜 아사코라는 이름이냐면, 아사히카와에 있는 동물원이기 때문에 아사히카와의 아사하고 여자이기 때문에 자(子)를 붙이고 아사코라고 했습니다. 아주 독특하고 성격이 착하고 누구한테도 친절한 코끼리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마리는 아주 젊은 코끼리였는데요, 인간 나이로서는 중학교 정도의 여자아이였습니다. 이름은 나나짱이었습니다. 나나짱은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였고, 그 방에 있는 것은 코로 잡아서 아무거나 입에 넣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여러분은 코끼리 코를 잘 아시죠? 그런데 그것은 코와 윗입술이 길게 되어 있는 겁니다. 코 뒤편은 윗입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코끝은 신경이 거기 다 모여있기 때문에 아주 예민하고 아주 섬세한 움직임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땅콩 있지요? 땅콩 같이 작은 것도 거기서 잡아가지고 먹을 수 있는 정도의 그런 섬세함을 갖고 있는 코입니다. 그리고 클로버 있지요? 클로버의 잎사귀 그런 것도 코로 잡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식빵 같은 거를 주면, 식빵은 부드러워가지고 흔들흔들 하잖아요? 그러면 코로 그거를 접어서 먹는 그런 섬세한 코입니다.
어떤 날은 유치원 선생께서 연락이 와서 다음 주에 동물원에 가는데 코끼리한테 먹이를 줘도 될까요 하는 문의가 있었습니다. 물론 먹이를 줘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나 엄마들은 어떻게 먹이를 줘야 하는지 아이들한테 가르치면 안 됩니다.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아이들은 아무 생각이 없이 왔는데요. 일반적으로 어른이 생각했을 때는 상식적으로 코끼리한테 주는 먹이는 배라든가 사과라든가 그런 거를 생각할 텐데, 유치원생들은 생각도 못 하는 걸 가져왔습니다.
어떤 아이는 수박 한 통 가져 오고요, 그리고 있는 거라면 다 먹는 나나짱한테 그 수박 한 통을 줬습니다. 그리고 나나짱은 바로 그걸 먹고 싶었기 때문에 통으로는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앞다리로 깨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몸무게가 1톤입니다. 수박은 그냥 물이 되어 버린 거죠. 주스였습니다.
그런데 똑똑한 아사코 씨는 수박을 남기지 않고 먹었습니다. 어떻게 먹었는지 알까요? 어떻게 먹었을까요? 생각보다 코끼리 입은 작아요. 수박은 못 들어가요. 떨어뜨려서 조각이 나면 조각을 먹었을 거라고...) 그렇게 하면 거기 맛있는 과즙들이 다 나가잖아요. (발로!) 발로?
코를 이용해서 수박을 천천히 눌렀어요. 압력을 가하고, 그러면 부드럽게 ‘빠각’ 그렇게 조각을 내는 거죠. 이 정도 크기를 해 가지고 다 먹었습니다. 나나짱이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사코 씨는 하나도 주지 않았습니다. (일동 웃음)
코끼리 코는 끝이 예민하다고 했죠. 거기도 아주 예민하고 어떤 것도 하는 데요, 그 바로 밑에 있는 부분도 예민하고, 여기서도 잡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아사코 씨한테 바나나를 준 적이 있는데요, 바나나를 주면 (코끝에서) 한번 잡다가 (밑에 부분에서) 잡게 해서 떨어지지 않게 합니다. 코끝이 비었잖아요? 그거로 껍질을 벗기려고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껍질을 벗겼는데, 그 바나나를 먹지 않고 버리고, 그 껍질을 먹었습니다. 아사코 씨는 껍질을 좋아해요.
아이들이란 게 아주 훌륭한 발상을 갖고 있는 거라, 그 낫또(일본식 청국장), 그거를 가져온 애도 있었습니다. 이걸 먹을까 생각했는데... 똑똑한 아사코 씨한테 낫또를 줘봤습니다. (지름 15cm 정도) 크기였는데요, 아사코 씨는 멀리서부터 냄새를 맡아오면서 쑥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무거나 입에 넣는 나나짱은 낫또를 딱 잡았습니다. 처음 맡아보는 아주 이상한 냄새. 그리고 이상한 느낌.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아! 코끼리 코라는 게 아주 편리하구나.’ 거기서 잡은 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니까요. 우리는 손으로 잡아서 (코로 당겨) 맡을 수 밖에 없는데... 잡으면서 코로 생각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낫또라는 게 만지면 실들이 끈적끈적하잖아요. 어느새 끈적끈적하는 물체가 됐습니다. 이건 음식이 아니야, 먹을 수가 없어. 나나짱은 비명을 지르는데, 근데 떨어지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저는 호스로 물을 뿌리고 씻어줬습니다. 콧구멍에도 낫또가 들어가서 그건 꺼내기 힘들었습니다.
곤약 아세요? (예!) 곤약을 가지고 온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사코 씨는 곤약을 봐도 처음부터 상대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나나짱은 잡았습니다. 그러나 낫또도 그랬고, 이상하다 생각해서 버렸습니다.
소세지 가져온 애도 있고요. 소세지는 먹었을까요? (먹었을 것 같아요!) 안 먹어요.
생선 가지고 온 아이도 있었어요. 생선은 먹었을까요? (네!) 안 먹어요.
코끼리는 완전히 초식동물입니다. 고기류는 하나도 안 먹습니다. 풀이나 잎사귀 그런 거를 먹습니다. 동물원에서는 야채, 과일 주고요. 코끼리는 그런 야채나 과일을 하루에 150킬로그램 먹습니다. 150킬로그램 먹고 얼마나 똥을 쌀까 그거를 다 하나하나 모아봤는데요, 80킬로그램이었습니다. 많이 먹고, 많이 똥을 싸고 성장하는 겁니다.
그리고 레몬을 가져온 애도 있었어요. 레몬하고 귤하고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레몬은 먹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무거나 입에 집어넣는 나나짱한테 그 레몬을 주었습니다. 나나짱은 ‘옳구나!’라고 생각해서 잡아다가 입에 넣었고 먹었습니다. 그 다음에 양쪽 귀가 크게 열렸습니다.
처음에 그걸 보고는 아주 놀랐어요. 근데 그때 아! 이거 재밌다. 이거는 어떤 소재로 쓸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일요일마다 레몬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아이들이 오면 ‘이리와! 이리와! 재밌는 거 보여준다!’ 아이들이 와서 나나짱을 부르고 레몬을 주면 나나짱은 귀를 딱 폈습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딱 폈습니다. 나나짱은 넷째주에 그걸 알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재밌고, 좋은 이야기라서 언젠가 그림책으로 하자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림책으로는 못 만들었습니다.
동물원에는 이렇게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그림책 소재가 많습니다. 가장 재밌는 거는 동물원에서 동물이 도망치는 겁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는 원숭이들이 사는 산에서 30마리 원숭이가 집단으로 두 번 도망갔습니다. 사자는 두 번 도망쳤습니다. 서울에 있는 동물원도 그렇게 동물들이 많이 도망치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이 이야기는 너무 재밌는 얘기인데 얘기를 시작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해요!) 듣고 싶은 사람이 아사히카와까지 오세요. (일동 웃음)
동물원을 그만두고 16년이 됐습니다. 동물원을 그만두었더니 시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동물을 보러 아프리카, 시베리아, 호주 그런 데 많이 가봤습니다. 작년에는 북극에 갔다 왔습니다.
북극이 어디에 있느냐면, 노르웨이에서 1000킬로미터 떨어진 데에 스발바르 섬이라는 게 있는데요, 거기가 북위 80도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또 1000킬로미터 정도 더 가면 북극점이 됩니다. 그 섬은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북극곰이 있는 섬입니다. 거기를 요트로 한 달 동안 다녔습니다. 30마리 이상의 북극곰을 거기서 봐왔습니다.
북극곰의 엄마는 12월 초에 애를 낳습니다. 12월 초에 북극은 아주 어둡습니다. 태양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컴컴한 속에 있습니다. 북극곰 엄마는 눈을 파서 거기에 작은 동굴처럼 집을 만들어가지고 그 안에 들어가서 애를 낳습니다. 그 아이는 아주 작아요. 태어났을 때는 400그램입니다. 아주 작은 강아지 정도. 엄마는 400킬로라는... 작게 낳고, 크게 키우는 거죠.
엄마는 동굴에서 5개월 동안 일체 먹지 않고 지냅니다. 가끔 아이한테 젖을 주고, 가끔 눈을 먹고 수분을 보급하면서 지내는 거죠. 그렇게 5개월 동안 지내다가 그 구멍에서 나오면 몸무게가 250에서 300킬로그램까지 줄어 있습니다. 아기는 10킬로그램 정도까지 몸무게가 늘어나서 나옵니다.
지구 상에 있는 동물의 아이 중에도 가장 예쁜 게 북극곰 아이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온 몸이 하얀 색에다가 검은 코, 그건 아주 훌륭한 디자인입니다. 여러분은 판다가 예쁘다고 생각하겠지만, 판다라는 게 눈 밑이 조금 늘어나 있기 때문에 예쁜 무늬이지 눈 자체는 아주 날카로운 눈입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는 북극곰이 여섯 마리 정도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북극곰은 쌍둥이를 낳을 때가 많아요. 가끔 세 쌍둥이도 나오고요, 가끔 혼자. 가장 많은 건 쌍둥이입니다. 동물원에서의 경험상, 쌍둥이라도 한쪽은 조금 적극적이고, 한쪽은 얌전한,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성격상으로 보면, 오빠와 여동생 그런 느낌이 드는데요, 오빠는 구멍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물에 들어갑니다. 소극적인 여동생은 못 들어갑니다. 엄마는 못 들어가는 여동생을 보고, 코로 밀어서 물로 떨어뜨립니다. 엄마가 참 훌륭한 거는 자기도 물에 들어가서 앞다리로 동그라미를 만들어가지고 그 안에서 수영을 못하는 애를 그렇게 감싸줌으로써 수영을 가르치는 겁니다.
이제야 이야기가 좀 다른 이야기로 가는 건데요. 다음은 제가 북극에서 본 북극곰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다시 얘기를 시작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