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사회 구현을 위한 도서관 정책의 구상
왜 중요하고,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가?
윤 희 윤
대구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한국도서관·정보학회장
1. 도서관 정책, 왜 중요한가?
지난 60년간 한국사회는 세계가 주목하는 압축성장을 계속하였다. 그 결과로 물질문명(물신주의) 수준은 세계 10위권(경제생산성 증가율 1위, 실질 경제성장률과 국가 저채무비율 6위, GDP 9위)인 반면에 정신문화(인본주의)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자살률·이혼률·저출산률 1위, 국가투명도 22위, 행복지수 25위, 부패지수 27위, 법질서지수 28위)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물질문명 및 정신문화 수준의 심각한 격차는 후진국형 사회병리 현상을 양산하고 있어 상식적 가치관 내지 온전한 의식체계 정립이 시급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지식과 정보, 출판과 독서, 평생학습과 도서관, 정보기본권 및 문화복지 보장이 국가사회의 인본주의적 가치관 정립을 위한 최대 화두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활공간에서 가장 중시되는 일상적 아이콘이다. 따라서 국가정책의 무게중심은 지식기반 내지 지식중심의 국가경쟁력 강화 및 선진국형 가치문화시스템 설계에 두어야 한다.
그 가운데 특히 도서관 진흥과 대국민 지식정보서비스 강화를 지식사회 기반구축 정책의 요체로 간주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약자층(어린이, 장애인, 다문화가정, 노인, 수감자 등)을포함한 민주시민을 위한 공공성과 공익성을 절대 공리로 삼는 도서관은 <그림 1>과 같이 고품질 저술활동 지원, 유용한 지식정보 생산과 출판문화 진흥,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독서생활화 및 책읽는 공동체 구축, 인간다운 삶을 위한 평생학습을 장려·지원함으로써 인본주의적 가치관 정립과 지식사회 구현을 위한 선순환구조의 핵심주체인 동시에 촉진제이기 때문이다. 즉, 도서관은 지식정보 제공을 통한 저술촉진, 출판시장의 제도적 소비주체로서의 소비촉진, 독서자료 제공 및 독서지도를 통한 독서활동 촉진, 평생학습(문화)프로그램 제공을 통한 자기주도형 학습촉진, 그리고 교양·학술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습득과 가치관 정립을 촉진한다.
<그림 1> 도서관 중심의 지식사회 기반구축을 위한 선순환구조
2. 도서관 정책,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가?
2007년에 정부는 대통령 소속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설치하여 2008년에 「도서관발전종합계획 : 2009~2013」을 수립·공표한 바 있다. 이 종합계획의 비전은 ‘선진 일류국가를 선도하는 도서관’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3대 목표(국민의 삶의 질 향상, 국가 지식경쟁력 강화, 미래형 도서관 구현), 8대 추진전략, 29개 정책과제를 추진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의 추진실적을 보면 착수하지 않았거나 매우 미흡한 과제가 절반을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부진 내지 부실의 근원적 배경과 현실적 이유는 사회문화 및 학술연구형 지식사회를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인프라인 도서관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의 귀납법적 연계성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도서관의 사회적 정체성과 존재이유는 <그림 2>처럼 두 갈래로 규정할 수 있다.
<그림 2> 지식사회 구현을 위한 도서관 정책의 순환 사이클과 귀착점
하나는 공공도서관 중심의 미시(국내)적 관점으로서, 지역주민을 위한 각종 대중자료(지식문화재)의 신속한 수집과 보편적 서비스, 지식정보에 대한 접근·이용의 격차해소, 평생교육과 문화활동의 증진 등을 통하여 국가 및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문화기반시설이다. 다른 하나는 대학 및 전문도서관 위주의 거시(국제)적 시각으로서, 연구집단을 위한 각종 학술정보(연구경쟁재)의 전략적 개발과 고품질 서비스, 최적의 주제게이트웨이 기능을 통하여 국가 연구경쟁력과 지식생산성을 제고시키는 일조하는 학술연구정보센터이다.
따라서 지식문화재 중심의 공공도서관 정책은 ‘공공성 강화 → 지식정보 접근·이용권 보장 → 삶의 질 향상과 문화복지의 향유 → 인본주의적 가치관 정립 → 창조문화 선진국’로 연계시키고, 연구경쟁재 위주의 학술도서관 정책은 ‘정보수입국 입장에서의 학술연구정보 인프라 충실화 → 정보접근·이용능력 극대화 → 연구생산성 및 경쟁력 증대 → 국제적 지식경쟁력 확보 → 지식정보 강대국’으로 귀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대선 후보자들과 각 캠프는 지식정보가 국가 부존자원이고 국제경쟁력 원천이며, 그 핵심주체인 동시에 촉진기관인 도서관을 위한 정책과 전략이 한국의 과학강국, 경제대국, 문화선진국화를 좌우한다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인프라 확충, 시스템 개선,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다음의 정책적 과제에 방점을 두고 지식사회 기반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도서관 정책을 수립·추진하기를 촉구한다.
첫째, 공공도서관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은 대중이 가장 선호하고 많이 이용하는 지역문화시설일 뿐만 아니라 출판진흥을 보장하는 제도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로드맵은 <표 1>과 같이 연간 100개관씩, 총 500개관을 설립목표로 설정하고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둘째, 도서관 운영주체인 동시에 지식정보 전문가인 사서를 대대적으로 충원해야 한다. 아무리 도서관수를 늘리더라도 전문가가 부족하면 체계적인 장서개발, 지식정보서비스, 평생학습 및 문화프로그램의 제공 등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총액임금제로 인한 충원의 어려움과 파행,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위탁관리, 비전문가 및 비정규직이 제공하는 정보서비스 약화 등이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표 2>와 같이 사서 1인당 봉사대상인구를 1만명 수준으로 낮추기 위하여 연간 380명씩, 총 1,900명을 증원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셋째, 공공도서관 행정체계를 <그림 3>과 같이 자치단체로 일원화해야 한다. 그 논거는 어느 선진국에도 유례가 없는 행정체계 이원화가 정책의 집행력 저하, 중복성 및 비효율성의 초래, 인프라 부실, 정체성 교란, 협력망 구축의 저해, 대중의 정보기본권 약화 등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정책이 운영관리에 투영되어 지역주민의 지식문화적 편익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집단적(부처, 조직) 및 개인적 이기주의를 초월하는 용단이 시급하다.
<그림 4> 지역대표도서관 중심의 도서관 협력시스템 구축 모형
넷째,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 패러다임에의 순응, 지역대표도서관 설립·운영을 계기로 광역시도 단위로 유기적인 도서관 협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대표도서관의 운영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그림 4>와 같은 협력시스템을 구축하여 각각의 핵심역량을 제고시키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다섯째, 일반대중은 물론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생활정보(취업준비, 건강관리, 법률문제, 여가 등) 제공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특히 모든 도서관이 실정법에서 규정한 5대 취약계층(장애인, 노인, 농어촌주민, 저소득자, 다문화가족)을 위하여 <그림 5>와 같은 통합형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림 5> 취약계층을 위한 도서관 통합서비스 모형
마지막으로 고품질 학술연구정보서비스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범국가적 정책과 전략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선진국의 지식정보 제국화 전략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외국정보 수입에 따른 국부유출의 최소화, 국가 연구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보서비스의 최적화, 고품질 주제정보의 집중적 관리와 부존 자원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국립중앙도서관의 위상강화, 자료수집력 제고를 위한 통합 납본법 제정, 국가도서관 체계의 재정립, 대학 및 전문도서관의 역량강화를 위한 관계법령 제정과 재정지원 확대, 주제전문(또는 전담) 사서제 확립 등을 정책화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 그 길은 지식대국화에서 찾아야 한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미래한국을 위한 전략적 노선도 경제대국과 과학강국에 이어 문화선진국을 포함한 지식대국화로 수렴되기를 기대한다. 그 단초인 동시에 핵심인프라가 도서관임을 재삼 강조한다.